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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그 전시, 누가 기획했을까? 일민미술관 ― 조주현
퍼넬러피 커티스Penelope Curtis 전 테이트 브리튼 관장은 “큐레이팅은 시대를 즉각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민미술관은 가장 동시대적인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4월 로 독립된 주체들의 자발적 연대를 보여줬고, 지난 8월 12일 막을 내린 <플립북: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에서는 예술의 헤게모니가 전복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를 선보였다. 일민미술관을 이끄는 조주현 학예실장은 예리한 안목과 감각으로 시대의 표상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사와 예술학을 공부했다. 동시대 참여 예술 담론과 양상 연구로 박사 논문을 썼으며, 새로운 미디어와 예술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공동체, 오픈 아카이브 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시 기획을 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2016년 12월 일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부임해 현재 학예실장을 맡고 있다. 
일민미술관 개관일 1996년 12월
건축 디자인(1926) 나카무라 마코토
레노베이션(2001) 비오엠건축사사무소 02-561-7414
조직  구성 비공개
예정 전시 <엉망>(Sasa [44] 개인전)
전시 영역 현대 예술 전반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웹사이트 ilmin.org

언제 일민미술관에 합류했나?
일민미술관 합류 후 처음으로 기획한 은 2009년 세계 미술계 파워 인사 100명 중 1위로 꼽힌 전시 기획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했다.미술관 합류 전 박사 논문을 쓸 때 참고한 모델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오브리스트는 1993년 ‘절대 끝나지 않는 전시’를 꿈꾸며 여러 지시문을 엮은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며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지시문을 독자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전시가 이뤄진다. 당시 나는 지시문을 추려 이를 가장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구현할 작가들과 매칭하는 일을 했다. 전시는 당시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기대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 촛불 집회와 탄핵 정국을 경험한 직후라 ‘수많은 주체들 간의 진정한 협업’이라는 형식이 한층 더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전시 <플립북: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을 선보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놀랍도록 21세기 예술의 시대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통적 회화가 작가의 사고와 표현을 집약한 프레임의 예술이라면, 애니메이션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틈, 간격에서 모든 것이 탄생한다. 20세기에 하위 장르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였다.

기획 공간 ‘#해저여행기담-상태 업데이트’의 경우, 소설 <해저 2만리>를 기반으로 여러 작가들이 팬픽 형태로 참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저여행기담-상태 업데이트’는 국내 최초로 번역된 SF 소설인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시각 예술가, 그래픽 디자이너, 애니메이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창조한 프로젝트였다.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또다시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팬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서브컬처의 요소를 주요 예술의 범주로 다루고자 한 의도였다.

홍은주·김형재는 이번 전시에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고 전시의 전반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민미술관은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활발한 협업을 해왔다.
일민미술관에 그래픽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지금까지 일민미술관은 워크룸, 홍은주·김형재 등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했고, 곧 새롭게 선보일 Sasa[44] 작가의 개인전 포스터는 슬기와민 최성민 디자이너가 맡을 예정이다. 근래에는 젊고 유망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이들과 협업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양지은 디자이너를 들 수 있다.

‘기둥서점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의 마케팅적 측면이 강화되는 추세다. 큐레이터에게도 마케터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마케팅과 전시를 둘러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은 전시의 별개 요소가 아닌 일부이다. 아니, 어쩌면 전시의 대부분일 수도 있겠다. 이때는 디자이너들이 생산하는 시각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둥서점 컬래버레이션 시리즈’는 매 전시에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이 일민미술관의 로고나 전시 아이덴티티를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낸 제품을 발표하는 것인데, 관람객들과 입체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요즘 미술관이 지나치게 힙스터를 위한 사진관 내지 놀이동산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도기적으로 나타나는 (성급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좀 더 근본적으로 변화한 문화적 패러다임 자체에 주목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반응하는 개인’으로서의 관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20세기 내내 순수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폄하되곤 했던 디자인적 사고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요즘 가장 주목하는 주제를 꼽는다면?
환경 문제. 페미니즘 같은 젠더 이슈나 반려동물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단순히 ‘지구를 살리자’는 차원은 아니다. 최근 불거진 사회 문제 대부분은 서구·백인·인간 중심의 전근대적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미술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대부분의 전시와 미술관의 패러다임이 모더니즘의 틀 안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모바일 기기와 상호작용해온 세대는 모더니즘적 방식의 예술 경험에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다. 최근 전 세계 미술관들의 관람객 수가 감소하는 것이 단순히 경제 상황이나 투어리즘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술계는 근대적 예술지상주의가 오히려 예술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을 인지하고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일민미술관의 전시


<플립북: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





기획 조주현
공간 디자인 이수성
포스터 디자인 홍은주·김형재 hongxkim.com

지브리나 픽사, 디즈니 같은 대형 애니메이션이나 재패니메이션이 아닌, 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을 조망한 전시다. 홍은주·김형재의 무빙 포스터가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로고 속에 <해저 2만리>의 네모 선장 얼굴과 자신들의 고양이를 숨은 그림처럼 삽입하기도 했다.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기획 김형진, 최성민
포스터 디자인 권영찬, 양지은

2005년 이후 10여 년간 서울을 무대로 문화 영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소수 개인 디자이너의 작업에 집중한 전시다. 일민미술관의 자체 기획 전시는 아니지만, 그래픽 디자인 영역을 적극 미술관 안으로 끌어온 점이 흥미롭다.


 

<do it 2017, 서울>

 






기획 조주현
포스터 디자인 이원섭 wonseoplee.com

잭슨홍, 홍승혜, 호상근, 신도시, 옥인콜렉티브 등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전시를 마친 후 자신의 작품을 파기한다는 조건에 동의하고 작업에 참여했다. 조주현 학예사는 ‘진정한 협업이 가능한 이유는 스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완전한 저작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본인 스스로도 제왕적 큐레이터십보다는 파티 호스트가 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IMA Picks>





기획 조주현
포스터 디자인 양지은 cargocollective.com/yje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대 교체와 함께 급격히 변화한 한국 미술계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며 10년을 버텨온 작가들과 함께한 전시다.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세 작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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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