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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심플라인이 만들고 레어로우가 디자인하다 내 공간에 두고 싶은 맞춤화된 ‘날 것’


심플라인 공장에 놓인 레어로우의 시스템 301 ©김규한


KCC페인트, 악조 노벨Akzo Nobel과 협업해 매년 2개씩 레어로우 전용 컬러를 만들어 도장에 사용한다.




레어로우가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스틸 얼라이브’. 최신식 기계를 갖춘 금속 작업 공간과 소재 샘플을 모아둔 자료실 등을 갖췄다.


레어로우의 모회사 심플라인의 양경철 대표


공간에 따라 원하는 만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수납 모듈 가구 ‘시스템 301’. 레어로우의 대표 인기 제품 중 하나다.




레어로우는 경기도 양주에 14개동 규모의 공장을 두고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한다.


심플라인의 부사장이자 레어로우를 이끌고 있는 양윤선 대표.


주방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빅 테이블과 레어로우가 협업한 가구를 사용하는 스틸 얼라이브 1층의 다이닝&카페 공간.

1978년 철제 집기 전문 회사로 사업을 시작한 심플라인이라는 회사가 있다. 보루네오, 썸퍼니처 등 묵직한 혼수용 목제 가구가 보편적 가구 개념으로 통하던 시절, 양경철 회장은 알록달록한 컬러의 조립식 철제 가구를 국내에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들어 심플라인은 스포츠 브랜드 매장을 시작으로 여성복, 대형 할인 마트, SPA 의류 브랜드 등 대형 리테일 매장을 주요 클라이언트 삼아 사업을 확장해왔다. 40여 년의 기술력을 내세워 글로벌 클라이언트와 일했으나 정작 자신의 브랜드를 돌볼 겨를은 없었다.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따낸 매장 집기 제작은 날이 갈수록 치솟는 생산비와 인건비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미국에서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2세대 양윤선 대표가 심플라인에 합류했다. 그러고는 두 달 만인 그해 6월, 심플라인을 모회사로 하는 레어로우를 론칭했다. ‘보기 드문rare’, ‘날것 그대로의raw’라는 이름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철제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심플라인에 합류하자마자 백화점 내 패션 브랜드 매장에 납품할 집기와 인테리어를 맡았어요. 납기일에 맞춰 직원 모두가 날밤을 새우며 일하는데, 최저 단가로 입찰 경쟁을 하다 보니 제품이 품질에 비해 너무 헐값에 거래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계산해보니 대형 행어 하나당 8만 원꼴이었어요. 사장님한테 가서 나는 똑같은 행어를 20만 원에 팔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레어로우를 시작하자마자 운이 좋게도 첫 클라이언트로 제이오에이치를 만났다. 당시 제이오에이치가 준비 중이던 여의도의 글래드 호텔 객실에 설치할 철제 가구 시스템 제작을 맡게 됐다. 객실은 무려 300개가 넘었다. “사업 초기부터 큰 매출을 내는 데 도움이 되었죠. 더욱 신기한 우연은 그다음부터였어요. 글래드 호텔 맞은편에 현대카드가 있잖아요. 현대카드와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국 겐슬러 직원들이 서울에 와서 글래드 호텔에서 묵은 거예요. 이들이 글래드 호텔의 객실 가구를 보고 이 시스템 가구를 만든 회사를 찾은 것을 계기로 현대카드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2015년 바이닐 & 플라스틱을 시작으로 스튜디오 블랙, 쿠킹 라이브러리에 레어로우의 시스템 가구가 들어갔다. 디자인 잘하는 현대카드 덕분에 입소문이 나서 이후 아모레퍼시픽 등의 기업과도 연이 닿았고 영국과 미국 등에 오피스 가구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좋은 클라이언트와 만난 운을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이어갈 수 있었던 한 수는 단연 기술력을 갖춘 자체 제조 공장이었다. 이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의 공간에 맞춰 까다롭게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납기일에 맞춰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었다. 레어로우의 사업과 이익 규모는 심플라인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그 10%의 가능성은 더욱 고무적이다. 심플라인의 양경철 회장은 말한다. “사실 레어로우에서 만들어달라고 하는 디자인은 보통 공장에서는 제작하기가 참 어려워요. 자체 제조한 페인트를 사용하는 특수 도장 과정도 그렇고, 복잡한 디자인에 비해 수량도 적으니까요. 그런데 레어로우의 요구 사항을 최우선적으로 맞추려 애를 쓰다 보니 저희도 덩달아 제조 수준이 높아진 면도 있어요.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정교한 기술과 시스템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레어로우 매출의 70%는 여전히 개성 있는 리테일 매장의 B2B 시스템 가구 디자인에서 나오지만 양윤선 대표는 나머지 30%에 할애하는 새로운 시도에 장기적인 미래를 건다. 레어로우는 오는 12월, 디자인 스튜디오 포스트 스탠다드와 협업한 가구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어서 역시 또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 G280과 협업한 키즈 퍼니처도 준비 중이다. 제조·생산력을 갖춘 디자인 브랜드로서 유능한 외부 디자이너의 이름을 건 자체 제품을 늘려나가려는 첫걸음이다. 입찰 경쟁에서 일감을 따내는 것만이 곧 사업의 원동력이었던 아버지 세대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도 벌였다. 지난 3월 말 문을 연, 금속 소재를 다루는 메이커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스틸 얼라이브Steel Alive’가 바로 그것. 양윤선 대표는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거친 5층짜리 장안평 본사 건물에 최신 설비를 갖춘 금속 작업 공간과 소재 라이브러리 등을 마련해 업계 선두 주자로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하고자 한다. 숙련된 제조 기술과 시대의 니즈에 맞춘 디자인 역량, 공생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 그리고 책임감과 자부심까지. 이처럼 하나의 비즈니스가 모든 박자를 다 갖추긴 어렵다. 심플라인과 레어로우가 협업해 한국발 글로벌 철제 가구 브랜드를 키워가는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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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은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