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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terview ― 서울번드 브랜드의 필요충분조건 박찬호 대표
2015년 론칭한 서울번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한자 문화권으로 묶이는 아시아 국가에서 까다롭게 선별한 ‘동아시아의 보물’을 큐레이션한다. 박찬호 대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시아 디자인을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 소개하는 부두bund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디자이너가 기획해 장인의 손길로 마무리한 매력적인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정교하게 모으는 그에게 좋은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물었다.


©허준율
4살부터 20살 때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보낸 뒤 서울로 돌아와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번드를 구상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중국 특유의 국수주의적인 중화 사상은 초기에는 촌스럽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자체를 동경하고 특색 있는 중국 스타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한 가지 기조를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한국에서도 누군가 꾸준히 우리만의 것을 꾸려왔다면 지금쯤 뭔가 있지 않았을까? 더 늦기 전에 직접 해보자 싶었다.

동아시아 5개국에서 어떤 식으로 ‘보물’을 발견하나?
나름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찾는 것은 논제를 증명하기 위한 근거를 찾는 연구가 아니라, 뭘 찾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나는 예기치 않은 발견에 가깝다. 나름의 특이점이라면 개인적으로 매우 예민하다는 점 정도다. 여행 중에 길가나 카페에서 본 작은 소품 하나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유기로 만든 커틀러리나 한복을 본뜬 앞치마 등 자체 기획 상품을 ‘서울번드 화’라는 라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자로 ‘컬래버래이션’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을 찾은 것으로 ‘화합’ 할 때 화和 자다. 서울번드를 구상하면서 동아시아를 주제로 삼되 궁극적으로는 한국 제품을 많이 소개하고 싶었는데, 내가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을 만큼 정리가 잘돼 있는 경우가 사실 많이 없었다.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는 브랜드는 내 기준에서 너무 전통적이었고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조선의 디자인에 가까워 보였다. 다양한 제품을 유통하다 보니 제조 공장, 디자이너, 장인 등의 네트워크가 쌓였고, 이를 활용해 내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직접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디자이너, 장인과 협업할 때 각자가 맡는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번드 화 유기 커틀러리를 디자인한 송승용 디자이너를 예로 들자면, 그는 디자인의 양산화 과정을 정확하게 꿰고 있다. 어떤 공장에서 어떤 기계를 쓰고 어떤 공정을 거칠지 모두 검토한 다음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당연히 못 만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나아가 단가 책정이나 장기적인 마케팅 방향성까지 고려한다는 게 (장인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디자이너가 목표한 결과가 나오려면 장인의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의 현대화를 주제로 한 시도는 꾸준히 있었는데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가 되려면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일정한 성공을 거두는 비즈니스여야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거다. 지금까지의 시도들은 프로토타입만 있고 상품화는 하지 못한 상태라고 본다. 대중에게 보여줄 만한 훌륭한 예시였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증명은 충분히 하지 못했던 거다.

디자인에 대해서 스스로 ‘계획적으로 유형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부연 설명을 해준다면?
나에게 디자인은 미래를 계획적으로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행위다. 무작정 물감을 뿌리다가 멋진 작품이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그려낼지 미리 다 짜고 진행하는 거다. 한국적인 지역색이 묻어 있는 커틀러리 제품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을 갖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전통적인 소재와 제작 방식을 활용할지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물론 즉흥적인 변경 사항도 배제할 수 없지만 최대한의 예상을 전제한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아트와 가장 다른 부분일 것이다.

서울번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된다.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 브랜드를 각인시키려 하는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머무는 공간’이 반짝이는 비즈니스 모델로 회자되고 있지만 판매와 직결될 때만 그 시도가 의미 있다고 본다. 일본 쓰타야 서점의 경우도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는지 궁금하다. 쓰타야에 입점한 스타벅스랑 전자 제품 브랜드가 없다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굳이 책방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볼 만하다.


지아 스티머


©이기태
대만 리빙 브랜드 지아Jia의 찜기. 중국 요리법 중 가장 대표적인 찜요리에 최적화한 현대적인 스티머다. 냄비와 뚜껑은 불연성 세라믹으로 제작했고 바스켓 역할을 하는 중간 대나무 받침은 테라코타로 대체해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했다.


서울번드 화(和) 라 포레


©이기태
서울번드와 송승용 디자이너, 이종오 명장이 협업한 우아한 곡선의 유기 커틀러리. 한국만의 전통 소재인 유기를 사용해 티 스푼과 티 포크 등 동서양의 다양한 식문화에 스며들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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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은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