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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Communication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선거 공보물
그래픽 부문과 디지털 미디어 부문을 통합해 처음으로 진행한 이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프로젝트가 출품되어 그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늘어난 출품작 수만큼 개성 또한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여성주의를 비롯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프로젝트가 다수 눈에 띄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만큼 시대정신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디자인 분야도 드물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 빼어난 심미적 완성도를 자랑한 mykc의 모스카 협업 프로젝트, 혁신적인 UI·UX를 앞세운 네이버의 모바일 디자인, 미술관 현수막이 곧 공공 미술로 작품화된 슬기와 민의 <엉망>전 그래픽 아이덴티티 등이 물망에 올랐고 오이뮤가 디자인한 민음사의 워터프루프북 또한 출판계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수상의 영예는 햇빛스튜디오의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선거 공보물’에 돌아갔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디자인의 힘을 분명히 보여준 작품’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박지성(왼쪽)과 박철희.

선거 포스터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햇빛스튜디오

디자인 햇빛스튜디오(대표 박지성·박철희), sunnystudio.kr
디자이너 박지성, 박철희 (아트 디렉션, 디자인), 할로미늄(스타일링), 서울메탈(주얼리, 메이크업), 오보이!(사진)
클라이언트 녹색당
발표 시기 2018년 6월

지난 6월 13일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특히 화제가 됐던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젊은 정치인의 등장이었다. 지금껏 제대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 없는 소수 정당과 그보다 더 낯선 ‘신지예’라는 이름 세 글자, 여기에 많은 쟁점을 불러일으킨 페미니즘 이슈까지. 생소하기만 했던 이 삼박자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것은 한 장의 포스터였다. 민트색을 섞어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 녹색 배경, 완성도 높은 레터링, 자신만만하게 유권자를 응시하는 후보의 표정.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터를 놓고 ‘시건방지다’고 표현한 어느 중견 변호사의 페이스북 포스팅과 서울시 곳곳에서 벌어진 벽보 훼손 사건은 이 디자인을 더욱 회자되게 만들었다. 절대적인 지지와 비난이 공존했던 문제작은 결과적으로 신지예 후보를 득표율 4위에 올려놓는 데 일조했다. 당선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사회에 불러일으킨 파급력을 감안하면 이 선거의 진짜 승리자였던 셈이다. 햇빛스튜디오 역시 이 포스터 하나로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출판사 프로파간다가 얼마 전 <세상을 바꾼 벽보, 녹색당 신지예와 선거 포스터>라는 책까지 발행했을 정도. 이러한 영향력은 올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수상으로 다시금 입증됐다. 두 사람은 먼저 클라이언트인 녹색당에게 겸손히 공을 돌렸다. “녹색당이었기에 더 진보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었고 디자인도 자유롭게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시간과의 싸움.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건 올해 4월이었기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두 달 남짓이었다. 햇빛스튜디오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들을 신속히 모아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처음에는 더 파격적인 시안도 있었지만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결과물은 조금 보수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잘한 선택이었다. 젊은 여성 후보가 페미니스트라는 의제를 들고 선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미 파격이었기에 디자인마저 튀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것이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디자이너의 감각과 재치였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레터링 속 하얀 리본은 1991년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시작한 ‘하얀 리본 캠페인’을 모티프로 한 것.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이슈를 명료하게 드러낸 장치였다. 후보의 안경알에는 약간의 효과를 가미했는데 만화 캐릭터가 안경을 반짝이며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장면을 위트 있게 적용한 것이다. 이 밖에 이모지를 활용한 현수막 디자인 등 시각 전략 곳곳에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모두가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건 아니었다. 일부에선 불특정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선거 포스터가 지나치게 특정 연령대에만 어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꼭 많은 득표를 하는 것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공감하게 만들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성공한 선거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사실 이 포스터의 제작 과정에는 한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포스터에 넣기에는 너무 길어 중간에 줄이긴 했지만 원래 녹색당이 넣고 싶었던 레터링은 ‘2018년이니까,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었다. 2015년 캐나다 총리로 취임한 저스틴 트뤼도가 여러 출신이 섞인 남녀 동수의 내각을 구성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를 묻자 “2015년이니까”라고 쿨하게 답한 것을 차용한 아이디어였다. 어쩌면 햇빛스튜디오가 올해 수상하게 된 것도 당연한 결과 아니었을까? 지금은 ‘2018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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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