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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커피 내리는 사회, 국내 스페셜티 커피 브랜딩 커피를 마시기 위한 완벽한 경험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제부턴가 매장 위치가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니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아무리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판단하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찾아간다. 이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은 매장을 만들며 위치의 접근성보다는 공간 경험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합정점을 시작으로, 매장을 열 때마다 화제가 되는 앤트러사이트의 김평래 대표는 “우리가 스스로의 색을 표현해내듯 고객들도 자신만의 색을 가진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한다. 원두는 다양하되 메뉴의 카테고리를 대폭 줄여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는 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부산 전포동에 오픈한 베르크로스터스 역시 메뉴는 줄이는 동시에 줄이 일반적인 생각을 뒤엎는 공간으로 커피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카페를 넘어 커피를 둘러싼 ‘브랜드만의’ 체험에 집중하며 새로운 커피 신을 만드는 것이다.

조금은 불편한 커피 경험
베르크로스터스

아이덴티티 디자인 전수민
공간 디자인  김기석 
위치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15


베르크의 로고를 반영한 애플리케이션, 원두 패키지, 음료 주문서. 바리스타와 1:1 상담을 통해 음료 주문서에 원하는 메뉴를 적는다. 베르크에서는 총 여덟 가지 메뉴 중 일곱 가지를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만든다. 메뉴를 늘리기보다 커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 로스터리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지하 1층의 음료 주문 공간.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료 주문이 이뤄지며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공간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테이블은 자체 제작했다. ©정승용


음료를 마실 수 있는 2층은 어두운 지하와 상당히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버려진 교회 의자를 활용해 연출했으며 이 의자의 좌판은 크바드라트 원단으로 바꾸어 착석감을 높였다. ©정승용
부산의 베르크로스터스는 김석봉, 이상용 그리고 부산 모모스커피 출신의 박현동, 송찬희 4명의 대표가 만들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된 베르크로스터스는 주문 공간을 접근성이 높은 1층에 두지 않았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닌 ‘로스터리’로 인식되도록 1층은 로스팅을 보여주는 쇼윈도로 활용하고 주문 공간은 과감히 지하로 내렸다. 그래서 사람이 복작거리는 매장의 모습이 아니라 노란 조명 아래 빨간 로스팅 기계와 원두가 놓인 랩 공간이 첫인상이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2층으로, 소비자는 지하 1층에서 주문한 후 커피를 들고 2층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거친다. 주문과 픽업, 원두와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지하 1층은 다소 어두침침하다. 소비자는 바리스타와 일대일로 커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주문서에 음료를 체크하고 주문한 음료를 주문서와 함께 받는다. 송찬희 공동대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과의 소통이 중심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마시는 커피에 대해 좀 더 알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말한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소비자는 낯선 공간과 경험을 즐기며 순서를 기다린다. 이런 형식의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메뉴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베르크로스터스는 앞으로 기존 커피 신에서 보지 못한 방식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확장시킬 예정이다. werk.roasters


카페 경험을 위한 진화
앤트러사이트

아이덴티티 디자인 김가람
공간 디자인 김평래(앤트러사이트 대표)
협업 디자이너 mmmg·바우건축(한남점), 마키시 나미(서교점), 이광호(연희점)
위치 합정점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5길 10 연희점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35 외


로고는 세리프 서체인 보도니Bodoni의 아랫부분을 산세리프 서체처럼 변형했다. ‘커피가 있는 폐공장’처럼 서로 이질적인 것이 만났을 때의 묘한 어울림을 표현했다. 패키지는 나쓰메 소세키, 공기의 꿈, 윌리엄 브레이크, 파블로 네루다, 버터 팻 트리오, 히스토리 미스터리 등 여섯 가지 블렌딩을 선보인다. 같은 원두라도 커피를 마시는 상황이나 날씨, 취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이 문학과 닮았다고 생각해 지은 이름이다.


이광호 작가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한 연희점 2층. ©홍수빈


재활용 자재와 스틸 소재를 활용한 한남점.
2009년 합정동에 신발 공장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앤트러사이트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컨베이어 벨트나 녹슨 철문을 그대로 살리고 건물 원형을 최대한 활용한 인테리어가 이목을 끌었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머릿속에 ‘독특한 공간에 커피도 맛있는 카페’로 각인되었다. 지역마다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통해 카페 공간의 진화를 주도하는 앤트러사이트가 공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역시 체험을 통해 커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최근 오픈한 연희점은 홍대나 신촌 대학가와 거리가 떨어진 비교적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았다. 1층 로스팅 공간 너머로 주방을 숨겼고 바리스타의 작업 테이블은 아주 간소하게 만들었다. 커피 메뉴도 필터 커피와 라테 두 가지만 주문이 가능하다. 어쩌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은 앤트러사이트 공간이 가진 묘한 매력 때문이다. 연희점 2층에 놓인 이광호 작가의 기다란 평상과 테이블을 통해 사람들이 자유로운 동선을 만들며 공간을 채우도록 의도했다. 심지어 연희점에 앞서 문을 연 서교점은 귀를 자극하는 음악도 없다. 엔트러사이트의 김평래 대표는 서교점을 “일상에서는 갖지 못하는 여백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각 지점이 갖는 여백은 그 의도가 같다”고 설명한다. anthracite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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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