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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형의 제약을 개성으로 만든 얇디얇은 집
협소 주택은 보통 49.5m²(15평) 이하의 대지에 2~3층 규모로 건축 비용과 공간 구성을 최소화한 주택이다. 자투리 대지나 밀집 지역의 틈새에 위치한 주택을 말하기도 한다.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협소 주택은 높아져만 가는 집값과 주거난에 대한 대안이 될 만한 도시 거주 형태다. 적은 비용으로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협소 주택은 일반적인 아파트나 주택과는 분명 다른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핵심은 면적이 아니라 내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완충녹지를 개인 정원처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매력 중 하나다.



폭 1.5m에 불과한 얇디얇은 집의 정면.

 

건축·공간 디자인 AnL스튜디오(대표 안기현·신민재), anlstudio.com

건축주 개인

대지면적 66.70m²

건축면적 34.47m²

연면적 140.68m²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마감 콘크리트, 코르크

위치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2017년 12월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 완공된 ‘얇디얇은 집’은 작은 집에서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국내 협소 주택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폭 2.5m, 길이 4.3m의 세장형 필지에 지상 4층, 지하 1층의 얇디얇은 집을 올린 이들은 건축설계 사무소 AnL스튜디오의 안기현과 신민재 소장이다. 경부고속도로 옆에 완충녹지를 만들고 남은 서울시의 자투리땅이 2013년 경매로 나왔고, 한 사업가가 낙찰받았다. 건축주는 AnL스튜디오를 찾기 전 여러 사람에게 이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대부분은 희망이 없다고 말했지만 AnL스튜디오의 생각은 달랐다. 지형을 보자마자 ‘이곳에 건물을 세우면 뭐가 되도 되겠구나’라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고. 집 구조는 옆집과의 최소 간격 50cm를 떼고 나면 폭은 겨우 1.5m, 여기에 벽 두께를 생각하면 성인이 눕기에도 부족한 공간이 나온다. 그럼에도 긴 너비의 구조로, 규모 자체는 서울 도심 단독주택치곤 작지 않은 66m²다. 대지 바로 옆은 완충녹지여서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공간뿐 아니라 모든 것을 얇게 지어야 하는 제약을 갖고 설계에만 1년 반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국 지하철 논현역과 반포역이 근처임에도 땅값은 인근의 절반 수준인  것과는 달리 평당 1000만 원이 넘는 공사 비용에 부담을 느낀 첫 건축주의 계약은 무산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 규모가 작으니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게 짓는 대신 층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 층에서 진행하는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재료는 적게 들더라도 인건비 등의 간접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두 번째 건축주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젊은 부부였다. 남편의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한 건물에 담고 싶었던 그들은 잘 지은 작은 집은 단순히 면적만 큰 집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얇디얇은 집은 폭이 좁은 공간에서 거주자의 이동에 따라 공간이 연속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1층 절반과 지하 1층은 남편의 작업실로, 1층 나머지 절반은 현관, 2층은 거실과 다이닝 룸, 주방, 다용도실로, 3층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 공간과 수납공간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완충녹지를 향해 긴 창을 내어 공공의 숲을 개인 정원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에는 불투명한 유리 같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 단열과 채광에도 신경 썼다. 얇디얇은 집이지만 좁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길게 뻗은 창과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간 구성 덕분이다. 건물 안쪽으로 반쯤 들인 1층 대문은 잠시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골목에 들어섰을 때 옆집이 집의 일부를 가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재미도 있다. 누군가는 가능성이 없다고 한 좁고 길쭉한 대지의 특징을 매력적인 주변 환경과 결합해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주택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이러한 협소 주택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과감하게 건축가에게 집을 의뢰한 건축주의 안목과 취향, 단점을 개성으로 만들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 건축가의 능력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거실과 다이닝 룸, 주방 등이 자리한 2층. 건축주는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해 미니멀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설계 초기부터 수납공간을 고려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내부는 완충녹지 방향으로 길게 창을 내어 개방감을 높였다.

 

안기현 AnL스튜디오 소장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사람만이 협소 주택에서 잘 살 수 있다.”

 


협소 주택의 장점은 밀도 높은 도시에서 나에게 맞는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기에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한 사람, 능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만이 협소 주택에서 잘 살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 생활자가 아파트에 산다고 알지만 실제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세대수를 비교해보면 거의 50 대 50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아파트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공간을 커스터마이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단독주택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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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만 모듈이 아니다, 가구도 모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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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은영 사진 이한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