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초소형 주택을 위한 모듈 알포드와 오포드
스마트 건설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모듈러 공법은 주택이나 오피스 등을 레고처럼 쌓아 올려 만들기에 공사비와 유지비 등을 줄일 수 있는 건축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모듈러 건축이 단조로운 디자인이나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현재는 IoT, BIM(빌딩 정보 모델링)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접목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여기에는 원하는 곳으로 쉽게 집을 옮길 수 있는, 10~33m² 면적의 타이니 하우스의 등장이 있었다. 더불어 미니멀 라이프, 취향이 반영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가 더해지며 조립, 해체가 수월한 모듈형 공간 모델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빈곤 계층이 더 나은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고안한 오포드.
기획·디자인·제작 사이버텍처(대표 제임스 로), jameslawcybertecture.com
주재료 알포드-알루미늄, 오포드-콘크리트
면적 알포드-4.1m², 오포드-1.3m² 
크기 알포드-13m×3.5m×3.5m, 오포드-4.5m×3m×3m

홍콩은 세계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나라다. 독일의 도이치 은행은 매년 세계 주요 56개 도시의 생활비를 비교한 리포트 ‘세계 물가 정보Mapping the World’s Prices’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따르면 홍콩의 보통 수준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약 438만 원으로 뉴욕, 서울, 도쿄, 런던 등의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사회 취약 계층에 주거 문제는 더욱 절실하다. 지난 몇 년간 다양한 매체가 심층 취재 형식으로 소개한 홍콩의 ‘새장 아파트’, ‘마이크로 아파트’는 우려를 넘어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극단적으로 ‘관棺’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주거 공간의 면적은 고작해야 5~10m². 2평 남짓한, 고시원보다도 열악한 환경이다. “세계적인 도시는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사회가 분열되고 있습니다. 건축가로서 우리는 이 문제의 원인 중 일부입니다. 점점 더 비싼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시스템의 일부이니까요.” 홍콩 건축 회사 사이버텍처Cybertecture 설립자 제임스 로James Law의 고백은 그래서 신선하기까지 하다. 좋든 싫든 건축가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이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라는 자기 성찰은 사이버텍처의 특이한 포트폴리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도 뭄바이의 하이 테크 오피스, 두바이의 1200가구에 이르는 럭셔리 아파트 등 사이버텍처가 최근 설계한 건축물은 그 이미지만 보아도 회사 이름처럼 ‘사이버틱’하다. 그리고 도시로 몰리는 부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듯한 이 화려한 프로젝트들 사이에 알포드AlPod와 오포드OPod가 있다.

알포드와 오포드는 모두 공간 활용의 최대화와 유닛의 모듈화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하지만 두 공간의 목적과 대상은 그 외형처럼 정반대다. 직사각형의 알포드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미니 아파트로 고층 아파트 건설 방식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한 프로젝트인 반면, 구석구석 각진 공간은 찾아볼 수 없는 원형의 오포드는 빈곤 계층이 더 나은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고안한 과도기 주거 시설이다. 알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콘크리트 같은 전통적인 재료가 아닌 알루미늄으로 지었다는 것. 이는 마치 자동차처럼 공장에서 집을 대량생산하고 조립해 건설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시 한복판에서 임시 천막을 두른 먼지 날리는 건설 현장 앞을 지나던 경험을 떠올리면 알포드의 이점이 무엇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특히 홍콩처럼 건설 현장 대부분이 건물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고, 자재를 운송하는 도로 사정도 좁고 열악한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사전 조립한 알포드 모듈은 현장에서 마치 젠가 탑처럼 척척 쌓아 올릴 수 있는데, 사이버텍처의 목표는 이처럼 모듈화된 조립 방식으로 건물을 건설하고자 하는 개발자와 협력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은 이 같은 모듈로 마치 고층 주택을 건설하는 겁니다. 빌딩 전체를 움직이거나 변형할 수 있고, 집을 쉽게 더하거나 뺄 수도 있지요.” 알포드 같은 방식이 대중화된다면 건물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오포드의 아이디어는 건설 현장의 콘트리트 수도관에서 나왔다. 제임스 로는 이 수도관을 활용해 좀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빠르고 저렴한 실험용 주택을 디자인했다. 오포드의 핵심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미 준비된 수도관을 활용하는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 방식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건축은 모두 맞춤형인 데 반해 저렴하지만 기존 방식 못지않게 튼튼하고 또 추가로 구조적인 보강을 할 필요도 없어 효율적이다. 오포드의 건축 비용은 약 2200만 원 정도로 홍콩 평균 건축 비용의 약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의 주거 비용이 비싸고 그 라이프스타일에도 한계가 있는 이유는 건축물의 유연성이 낮기 때문이다. 짓는 데 비싸고 오래 걸릴뿐더러 한번 지어놓으면 바꾸기도 힘드니 임대 비용이 높고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도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버텍처가 한 발짝씩 실천하고 있는 꿈이 현실화된다면 건축물이 더 이상 부동산不動産이 아니라 동산動産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도시의 풍경과 그 도시를 누리는 우리 삶의 모습은 아마도 혁명적으로 달라지리라는 설렘을 감출 수 없다.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알포드는 고층 아파트 건설 방식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한 프로젝트다. 

제임스 로 사이버텍처 대표

“알포드와 오포드는 건축가로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건축가는 도시의 수많은 경제적, 구조적 문제에 대해 극히 제한된 권한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회, 문화적인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과 추진력만 있다면 이러한 토론은 얼마든지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 알포드는 재료, 구조 및 제조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적 승인을 받는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오포드가 주택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일반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도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 해결에 건축가로서의 힘을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 관련 기사
新 도시 생활자를 위한 디자인
얇디얇은 집
아늑아늑
커먼타운 트리하우스
라이프온투게더
알포드와 오포드
간삼생활디자인의 ODM
- 공간만 모듈이 아니다, 가구도 모듈이다

Share +
바이라인 : 글 최누리 사진 사이버텍처 제공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