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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중국식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 마리오 차이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공간에서 별처럼 빛나는 조명.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등장한 디자이너 마리오 차이Mario Tsai의 설치 부스는 무척 신비로웠다. 투명한 실에 매달린 조명은 수평, 수직 방향으로 무한대 확장할 수 있었고, 조합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발산했다. 이 단정한 작품이 내뿜는 분위기를 보건데 북유럽 출신이겠거니 지레짐작하던 중 마리오 차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중국 항저우 출신으로 베이징 디자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다. 이후 항저우로 돌아가 2014년 남동생과 함께 징톈井田이라는 디자인 편집숍을 내고 ‘차이례차오蔡烈超’가 아닌 ‘마리오 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온기가 넘치는 소프트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은 중국 철학에 기원을 둔 것이 아니다. 서양의 디자인을 한껏 흡수하며 자라난 자신의 성향과 기호,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취향과 사고방식을 대변한 것이라는 게 마리오 차이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미니멀’이라는 키워드를 자유자재로 주물럭거리며 제품 디자인, 인테리어, 아트 컨설팅 등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는 중이다.


1988년생. 본명은 차이례차오. 중국 베이징 산림 대학에서 가구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베이징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2016년부터 3년간 스톡홀름 가구 조명 박람회에서 진행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그린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받았고 엘르 데코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조명(2018), <월페이퍼> 선정 올해의 디자이너(2019), 메종&오브제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2019) 등에 이름을 올렸다. mariotsai.studio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테이블 겸 작은 책장 ‘돼지 테이블Pig Table’(2018). 돼지가 옆으로 서 있는 형태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였다.
마리오 차이라고 개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들이 기억하기 쉽고, 중국 너머의 디자인을 엿보는 나의 디자인 철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8년 전 이탈리아 어학 선생님이 지어준 닉네임인데 본명처럼 사용하고 있다.

2019 메종 & 오브제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친동생과 함께 디자인 편집숍을 내면서 동시에 마리오 차이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매년 주요 해외 디자인 페어에 참여하면서 ‘마리오 차이=소프트 미니멀리즘’이란 공식을 꾸준히 전했다. 디자인은 일상을 더욱 섬세하게 바라보게 하고 삶을 변화시킨다. 이는 공간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디자인 페어를 준비할 때 제품과 함께 설득력 있는 공간을 고민하는 이유다.

처음 당신의 작품을 보고 북유럽 디자이너의 작품이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북유럽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지 물어본다. 펌리빙과 협업하기 전까지 한 번도 북유럽에 가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웃음) 이런 의아한 반응은 중국 디자이너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젊은 중국 디자이너들은 사고방식도, 활동 범위도 과거와 다르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중국 디자인 스토리를 다시 써야 할 정도다. 자신의 작업을 할 때에도 서구의 디자인 스타일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중국 시장은 이미 세계적이다. 분야도 스타일도 다양하다. SNS 등을 통해 다양하게 정보를 취득하다 보니 세계적 트렌드와 같이 호흡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소프트 미니멀리즘’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준다면?
북유럽의 미니멀리즘은 ‘비움’이 아니라 ‘채움’이다. 하지만 동양은 ‘비움’이 아니라 ‘여유’다. 욕망을 비우고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다. 소프트 미니멀리즘은 이런 동서양의 담론을 모두 수용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출발한 콘셉트다. 인간 고유의 순수함과 정직함에서 발전했다.

중국 디자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스튜디오를 오픈한 2014년과 지금의 중국 디자인 시장 환경을 비교하자면 어떤가?
상하이 가구 박람회를 포함해 세계적인 페어가 중국에 진출했고 가구 디자인과 관련한 신생 페어도 많아졌다. 이는 중국 디자인 이슈가 시장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미 퍼져 있던 아시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디자인 분야까지 침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 5년 사이 시장의 덩치는 10배 정도 커진 듯하다. 특히 유럽인의 관심이 절대적인데, 그들은 한편으로는 한 발자국 떨어진 지점에서 중국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디자이너가 체감하는 제작 환경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제품 디자인 영역은 여전히 저임금·고노동 구조,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는 디자이너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젖어 있고 정체 상태다. 디자이너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가 디자인 교육과 제작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으니 5년 후를 기대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중국 디자이너들이 중국이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타조 사이드 테이블Ostrich Side-table(2014).


벼루를 만드는 소재를 사용한 소품 ‘잉크 시리즈ink-series’(2017).


구형 크롬과 선반으로 구성된 ‘플라잉 선반Flying Shelf’(2018).


전통 중국식 의자인 마짜Mazha에서 영감을 받은 모듈러 조명 ‘마차 라이팅 시스템 2.0’(2019).


인서트 테이블Insert Table(2019).

중국이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디자이너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일까?

그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들이 중국이라는 플랫폼에서 경쟁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이 중국 디자이너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섣불리 추측하기 힘들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독립 디자이너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비즈니스가 팽창하는 속도만큼 관련 시스템이 상황을 받쳐주지 못하는 탓도 있다. 성장통을 심하게 겪을 것이다.

중국에서 디자인 페어가 주로 열리는 도시별로 특징이 있다면?
베이징은 디자인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최고의 건축·디자인 회사가 존재한다. 상하이는 인테리어 시장이 크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있어 해외 브랜드가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절하다. 항저우는 상대적으로 상업 환경은 떨어지지만 도시 자체가 친환경적이고 생활비가 저렴해 나 같은 처지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뿌리내리기에 좋다.

유럽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외국에 스튜디오를 만들 수도 있는데 중국 항저우에만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비용 대비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작자, 기술, 재료, 노하우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란 말은 ‘저렴한 비용’이 아닌 ‘합리적 품질’을 뜻한다. 물론 여전히 존재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와 싸워야 하고 정치적 이유로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도 있다. 사실 3년 내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스튜디오를 내서 운영해보려는 계획도 있다.

해외 브랜드와 협업할 때 갖춰야 할 기술이 있을까?
영어 능력과 자신감.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의 경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화의 기술이 절대적이다. 디자이너는 늘 실리적인 제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젊은 중국 디자이너들과 자주 교류하는 편인가?
공간 디자이너들과 자주 만났는데 공식적으로 협업한 적은 없다. 젊은 중국 디자이너에게는 이런 네트워킹이 발전의 도약이 된다. 중국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실제로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 함께 뭉쳐야 ‘사건’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대표로서 비즈니스와 디자이너로서의 크리에이티브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
일을 벌이기보다 집중하려고 한다. 최근 지속 가능한 디자인, 제품 생산 환경 개선, 사회적 이슈 등 보다 현실적인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디자인 스튜디오 식구들이 대신 고민해준다.(웃음)

작업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소재의 자연적 물성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 제작 과정 또한 가장 간단한 방법을 연구한다.

자주 쓰는 재료가 있나?
주로 미니멀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금속 재료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친환경적이면서 다루기도 쉬운 알루미늄 프로파일aluminium profiles을 발견했다. 앞으로 이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관찰력이 뛰어난 편이다. 책상에 앉아 사물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또, 다른 젊은 디자이너들에 비해 트렌드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 트렌드를 살펴보긴 하지만 리서치를 위한 것일 뿐 참고한 적은 없다.

롤모델로 삼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부룰레크Bouroullec 형제, 벤저민 허버트Benjamin Hubert,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처럼 디자인 속에 크래프트맨십을 깊이 침투시킬 줄 아는 디자이너를 좋아한다.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플로스Flos, 마지스Magis, 카시나Cassina. 전자 제품에 관심이 많은데 삼성과도 함께 일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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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계안나 프리랜스 기자 사진 제공 마리오 차이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