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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중국 산업 디자인의 기수 양밍제
수상 경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일종의 보증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의 산업 디자이너 양밍제杨明洁를 소개하는 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등 굴지의 디자인 어워드 수상 경력을 언급하는 건 그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디자이너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독일에서 유학한 그는 실용적인 산업 디자인의 표본을 보여주며 중국 산업 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우디, 보쉬, 투미, 슈나이더, 에르메스, 코카콜라, 스와치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며 세계 최초의 탄소섬유 지능형 여행 가방이나 스마트 칩과 터치 패널을 장착한 자전거 등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접목하는 동시에, 중국의 전통 가구 제조 방식을 사용한 의자를 선보이며 자국의 전통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를 디자인에 접목한다. 이 폭넓은 스펙트럼은 중국의 다양한 세대와 역사, 문화를 아우른다. 그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3년 중국 최초의 민간 산업 디자인 박물관을 만드는 데에 이르렀다. 과거와 현재, 국내와 해외, 분야와 지역을 망라하며 중국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그의 에너지는 단단한 문화와 뿌리를 기반으로 하되 중국다운 무엇이 아닌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위한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중국 항저우 저장 대학교와 중국미술학원에서 7년간 공부한 후 독일에서 산업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멘스 뮌헨 본사에서 근무한 후 중국으로 돌아와 2005년 산업 디자인 컨설팅 스튜디오 양 디자인Yang Design을 설립했다. 레드닷, iF, IDEA를 포함한 수백 개의 디자인 상을 수상했으며 <포브스지> ‘최고의 영향력 있는 중국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 중국 최초의 민간 산업 디자인 박물관인 양 디자인 뮤지엄을 설립했으며, 2015년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양 하우스를 론칭했다. yang-design.com


아우디와 협업한 카본 섬유 스마트 슈트 케이스(2017). 2018년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


푸조의 새로운 508시리즈 출시와 함께 선보인 콘셉트 자전거 ‘E-바이크’(2015).
중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당시 디자인 교육 시스템은 어떠했나?
내가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중·후반은 중국 대학에 산업 디자인 전공 학과가 막 생기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대부분의 교육 체계는 독일이나 일본의 디자인 교육 시스템을 따랐다. 사회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도 현저히 낮았다. 또한 중국은 갑자기 산업이 성장해 뭔가 체계적인 단계를 밟지 못했고, 이에 따라 선진 교육 시스템에서 우리가 취하고 버려야 할 시행착오를 겪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독일 유학 후 지멘스 디자인 본부에서 디렉터로 일했다.
지멘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디자인 본부를 두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내가 일할 당시에는 1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있었으며 홈 가전, 의료 기기, 컴퓨터, 소통 수단, 고속열차 등의 분야로 팀이 나뉘어 있었다. 나는 주로 해외 업무를 맡았으며 웰라 헤어드라이어,후지츠-지멘스 컴퓨터 협업을 비롯해 지멘스 모바일 전화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중국의 디자인 시장이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
독일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었지만 중국으로 돌아가 뭔가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나의 멘토인 독일인 스승의 바람이기도 했다. 독일의 디자인 시스템과 시장은 이미 성숙, 포화 단계였다면 당시 중국은 성장과 더불어 문화의 대중화를 비롯해 모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던 때다.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다.

중국에서 일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과거와 비교해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디자인 갭gap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 세대가 느끼는 정서나 문화, 전통적 기술의 차이를 말한다. 중국은 산업화 단계를 제대로 밟지 못했고, 명나라나 청나라 등 유수한 공예미술 인프라가 풍부했던 과거의 유산이 제대로 축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풍부한 삶의 질과 가치에 대한 정서적 경험이 부족하고, 이는 중국 디자인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간극은 다른 나라의 경우도 비슷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류 공통의 숙제이기도 하다.
맞는 말이다. 현재 중국은 물질적으로 부유지만 심리적으로는 빈약한 상태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것, 화려한 것을 찾는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빈약해 보이는 그 간극도 두렵다. 뻔한 열등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스타일과 시스템을 오랜 기간 축적해온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 혹은 열등감일 수도 있다. 때로 지나치게 중국적인 것을 강조하는 디자인도 이런 열등감을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이를 극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양밍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양 하우스’ 숍의 내부.


양 하우스에서 선보인 ‘대나무 플로어 램프Bamboo Floor Lamp’(2016).
그럼에도 중국의 디자인 수준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국의 문화, 세대의 격차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강한 기대와 요구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일했는데, 그들과 꾸준히 일할 수 있었던 양 디자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양 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일치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차이가 있더라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에 대한 우리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력이 그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통찰력을 얻기 위한 당신만의 방식이 있나?
양 디자인은 프로젝트나 사용자 리처치, CMF 리서치, 이를 위한 전략 연구 부서가 따로 있다.

한국 기업이나 디자이너와도 일한 적이 있나?
기아자동차 초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고, 2년간 삼성 차이나에서 진행한 제품 관련 어워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차 외관의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서울에서 삼성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를 마쳤다.

중국 최초의 민간 산업 디자인 박물관을 만든 것은 무척 놀랍다. 대단한 의지가 아니면 실현시키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부끄러운 역사나 문화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지닌 인문학적 정보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 박물관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다. 상하이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발전소에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과거의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이 박물관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박물관은 역사관, 현대관, 미래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으며 1000여 점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미래관은 트렌드 리서치와 CMF를 위한 연구소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혁신적인 소재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소재 연구를 진행한다. 동시에 중국 디자인의 향후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문화와 기술, 경제 변화를 바탕으로 분석한 ‘중국 디자인 동향 보고서’를 매년 발표한다.

3년 전에 양 하우스羊舍라는 브랜드도 론칭했다.
양 하우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舍는 중국어로 집을 뜻하는 동시에 ‘버리다’라는 의미도 있으며 양羊은 욕심 없는 초식동물로, 과도한 욕심을 버리자는 의미를 담았다. 양 하우스를 만든 이유는 앞서 언급한 ‘디자인 갭’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했을 때 중국의 전통 공예는 소재나 기술, 미학적 측면에서 계승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상태다. 일부 중국 디자이너의 작품은 일본이나 노르딕 스타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양 하우스는 이 질문의 대답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의 문화를 먼저 살피고, 그다음에 디자인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 혹은 협업하려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중국 디자인은 일부 산업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상하이나 베이징, 선전, 광저우의 디자인 마켓 성격이 각기 매우 다르다. 이런 지역적 차이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전체가 아니라 지역적 특성과 차별화를 두는 일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인터넷 발달은 디자인 산업 발달과 연관이 큰데, 이에 따른 지적 재산권 침해나 모방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디자인 시장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상하이는 국제화에 따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다. 많은 해외 기업의 지사와 양 디자인을 비롯한 중국의 많은 로컬 디자인 스튜디오가 모여 있다. 선전과 광저우는 제조, 생산 인프라가 많이 모인다. 그곳에 자리한 디자인 스튜디오는 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 베이징에서는 정부 관련 프로젝트가 많이 이루어진다.

당신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음악이 음의 조합 이상이고, 문학이 단어의 배열 이상의 가치를 지니듯 디자인은 분명 형태나 소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디자인은 소비를 위한 비즈니스 도구일 뿐인가, 아니면 쇼핑 욕구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인가? 완벽한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 사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디자이너의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인가? 디자인이 중국 디자이너로서의 권리, 의지,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것인가, 문화나 미학, 삶의 방식을 전파하고 운반하는 것인가? 디자인은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달성할 수 있는가? 대중에게 긍정적인 사회적 깨달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질문은 끝이 없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디자인이 아닐까?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다면?
교통수단이나 식품 분야의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더불어 미래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다. 2018년 제3회 하우스 비전에 초대받았다. 당시 미래 생활을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한 ‘그린 하우스’에 대해 얘기했다. 미래 사회에서는 한 가구 내에서 태양열발전이나 풍력발전소를 공유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내가 소개한 그린 하우스의 개념은 잉여 에너지를 사용해 증기를 물로 변환시키고, 사람과 자연의 감정적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식물의 원격 재배도 가능하고 빛, 온도, 습도, 수위 등의 데이터를 조절해 채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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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제공 양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