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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와이즈 건축 전숙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뉴욕 과스메이 시겔 &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Gwathmey Siegel & Associates Architects를 거쳐 2008년 장영철과 함께 와이즈 건축을 개소했다. 와이 하우스, 이상의 집, 체험 전시관인 어둠 속의 대화, 뮤엠 사옥,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부산의 수안 커피 컴퍼니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젊은 건축가상’, 2012년, 2015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2015년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공간 부문에서 수상했다. wisearchitecture.com






(왼쪽, 순서대로) 체험 전시관 ‘어둠 속의 대화’. ⓒ김용관, 선릉에 위치한 ABC 사옥. ⓒ진효숙, 파주출판단지에 자리한 뮤엠 사옥. ⓒ노경
올해에만 준공 예정인 프로젝트가 5개라고 들었다.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와 매크로머신 사옥, 댄스 그룹 원 밀리언의 스튜디오 등 올해 준공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 하지만 예정보다 미뤄지는 일이 다반사라 올해 안에 모두 준공이 될지는 미지수다.(웃음)

좀 전까지 직원들과 회의하는 모습을 봤다. 보통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현상 설계 진행 건이 있는데, 디자인 방향성에 대해 의논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사실 잘못된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니즈가 안 맞는 것일 뿐이지. 회의를 통해 그 방향과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한다.

건축가가 원래 꿈이었나?
성향이 맞았다고 해야 할까. 건축을 완성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재미있다. 특히 가설 구조물을 털어낼 때 흔히 비계를 턴다고 하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실 건축가는 사회적 인식, 비용, 클라이언트의 요구, 준공까지의 긴 시간 등 고려해야 할 요소와 돌파해야 할 과정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생각지 못했던 프로그램이 발생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생겨난다. 그 시간이 힘들긴 하지만 즐기려고 한다.

와이즈 건축의 건축적 스타일을 얘기해준다면?
나는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해당 공간을 상상하고, 또 직접 걸어 다니면서 최대한 공간의 낭비 요소를 줄이고 재해석하려고 한다. 반면 파트너인 장영철 소장은 공간에 앉아서 바라보는 스타일로, 건축물과 건축물을 둘러싼 풍경에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게 있다. 기본적으로 닮은 점이라면 스스로에게 엄격하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결과물이 흔히 말하는 포토제닉한 건축물은 아니다. 눈에 띄는 형태보다는 오히려 비례에 더 집착하는 편인데, 이는 건축의 기본기나 이론적 측면에 충실하려는 나의 성향에 가깝기도 하다.

장영철 건축가와는 닮은 듯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공간에 위트를 넣으려고 한다. 장 소장의 표현에 의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제스처’라고 하더라.(웃음) 와이즈 건축의 결과물에는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실험과 재미 요소가 있다. 그것은 구조적 실험이거나 재료 혹은 시스템이 되기도 한다. 수안 커피 컴퍼니의 경우 외관의 형태가 원인 데다 출입구를 반층 정도 아래로 숨겨놓았다. 재미와 실험 차원의 시도이기도 하지만 이는 주변 정원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했다.


북촌에 위치한 체험 전시관 ‘어둠 속의 대화’. 시각 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로 기획해 시각을 제외한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한 공간이다. 대나무 발에서 모티프를 얻은 외관은 북촌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고,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며 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같은 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공간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김용관


부산에 위치한 수안 커피 컴퍼니. 커피콩을 닮은 유기적인 형태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커피를 위한 랩이자 공장으로 기능하는 공간의 성격을 반영해 외관 컬러를 차가운 느낌의 실버로 선택했다. 곡선형 구조는 투명 통유리 너머의 내부 공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건물 형태는 수안 커피 컴퍼니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모티프로도 사용했다. ©노경


건축 외피에 재료적 실험을 시도한 아산나눔재단 사옥. 기둥 사이에 강철 와이어를 삽입해 하중과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유리창 밖으로는 가는 강철실로 연결된 알루미늄 재질의 특수 블라인드(EVB)를 설치했다. ©노경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영어 교육 기업인 뮤엠 사옥. 직사각형이 비틀린 독특한 형태의 건물은 자연스럽게 출입문을 만든다. ©노경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하나?
건축은 시작부터 끝까지 건축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심사숙고해서 클라이언트를 보려고 한다. 주로 건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편이다.

와이즈 건축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둠 속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공간의 크기와 시퀀스까지 하나하나 기획하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수많은 재료의 실험이 이루어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리, 메탈, 돌뿐만 아니라 인근의 조경과 한옥 지붕, 옆집에서 담을 타고 넘어온 나무까지도 건축의 재료라고 생각했다. 건물 외피에도 테크놀로지를 반영했다. 와이즈 건축의 초창기 작품임에도 건축가 커리어에서 10년은 걸려야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관심 영역이 확장되었고, 여기서 시도했던 많은 실험이 이후 뮤엠 사옥 외관이나 아산나눔재단 외피 등의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건축가로서 최근에 주목하는 이슈가 있나?
돌이켜보면 인생의 중요한 시점과 거대한 사회 변혁의 시기가 대부분 맞물려 있었다. 나는 수능 첫 세대이자 IMF 위기가 시작되던 시기에 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9·11이, 스튜디오 독립 시기에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있었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와 함께 초고령 사회로의 빠른 진입을 목격하고 있고, 이에 따른 도시 환경, 특히 사회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1980~1990년대 부동산 개발 시기에 지어진 대다수 건물의 노후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레노베이션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더욱 체감하고 있다. 건축의 노후화는 단지 건물이나 건축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도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건축가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점을 찾기 위해 건축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종의 세컨드 사이클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건축가는 더욱 도시인, 사회인으로서의 거시적 관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가까이는 10월 23일부터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매주 수요일, 다섯 차례에 걸쳐 건축 공간의 수명 연장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축가들과 함께 일상, 종교, 건축 자산, 산업 자산 측면에서 앞으로의 건축과 공간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획자로서 건축을 더욱 확장해나가고 싶다. 특히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일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끔 머리가 복잡한 새벽에 절두산 성지를 방문하곤 하는데, 그 시간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랄 때가 있다. 건축은 결국 그런 장소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다. 풍경과 사람, 건물이 어우러지는 장소, 그래서 누가 와도 편안한 안식처 말이다. 그것이 공간, 콘텐츠 혹은 다른 어떤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건축가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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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