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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 보투라가 쏘아올린 문화 프로젝트 푸드 포 소울 - 1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급식소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노바’ 프로젝트. 분주한 주방 안에 마시모 보투라가 서 있다. ©Angelo Dal Bo

마시모 보투라 이탈리아 모데나의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오너 셰프. 그의 레스토랑은 2016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차지할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셰프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2015년 밀라노 엑스포 기간에 저소득층을 위한 식당 ‘레페토리오’를 열고 이후 각국 도시로 장소를 넓혔다. 지난 해 2월 17일에는 구찌와 협업해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드 마시모 보투라를 L.A 베벌리 힐스에 선보이기도 했다. foodforsoul.it

2015년 5월부터 10월까지 밀라노에서 개최된 2015 세계 엑스포의 주제는 ‘지구를 위한 식량, 생명을 위한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였다. 145개 참가국은 저마다 대형 파빌리온을 짓고 음식에 관련된 각종 기술, 혁신, 문화, 전통, 창의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그런데 엑스포 기간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행사장과 멀찌감치 떨어진, 밀라노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벗어난 노동계급 주거 지역 그레코Greco의 버려진 극장을 개조한 무료 급식소 레페토리오 암브로시아나Refettorio Ambrosiana였다. 팝업 레스토랑도 아닌, 노숙인을 비롯한 사회 취약 계층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소 말이다. 그곳에는 “지구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남아도는 음식물하고 싸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저명한 이탈리아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있었다.



밀라노 엑스포보다 더 주목받은 무료 급식소
2015년 레페토리오 암브로시아나에서 마시모 보투라는 혼자가 아니었다. 노마Noma의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 엘 불리El Bulli의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 오 플라자 아테네Au Plaza Athenée의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일레븐 메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의 다니엘 훔Daniel Humm 등 65명의 어벤저스급 유명 셰프들이 돌아가며 주방을 책임졌고 그 자체만으로 연일 화제가 됐다. 매일 아침 9시 반이면 엑스포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식재료와 유통기한이 하루도 남지 않은 음식이 트럭에 실려 왔다. 곧 시들해질 야채, 상하기 직전의 고기와 우유, 기부받은 각종 통조림 등 각종 예측할 수 없는 재료는 매일 저녁 80인분짜리 3개 코스 요리로 부활했다. 르네 레드제피는 까맣게 변색된 바나나로 바나나 브레드를 굽고, 대니얼 훔은 하루 지난 빵으로 달콤한 브레드 푸딩을 만들었다. 지역 천주교 자선단체 카리타스 암브로시아나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만큼 ‘수도원’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콘셉트가 됐다.

교리를 읽고 의견을 공유하는 수도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기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낯선 이들이 마주 보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식판을 들고 줄지어 음식을 받는 방식이 아닌, 순차적으로 서빙되는 3가지 코스 식사를 고집한 마시모 보투라의 뜻대로 손님들은 샐러드로 시작해 딸기와 그라놀라를 곁들인 바나나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하곤 했다. 프로젝트의 대성공으로 말미암아 이듬해 2016년, 마시모 보투라와 그의 아내 라라 길모어는 ‘사람, 공간, 음식의 잠재력’을 연결하는 문화 프로젝트이자 비영리 기관인 ‘푸드 포 소울Food for Soul’을 설립했다. 개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연대를 회복시키기 위해 마시모 보투라는 음식과 환대로 대화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





이탈리아어로 ‘다이닝 홀’이라는 뜻인 레페토리오는 라틴어 ‘리피세레reficere’에서 유래했다. 레페토리오는 ‘다시 만들다re-make’, ‘저장하다restore’라는 뜻도 있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 사용하지 않은 재료로 새로운 식경험을 재창조하는 것 모두 공통적으로 ‘버려진 것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한다. 마시모 보투라의 레페토리오는 각 지역별로 진행하며, 해당 지역 자선단체나 대형 마트 체인, 과잉 공급된 식재료를 자선단체와 연결해주는 소셜 벤처 등과의 다양한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2015년 밀라노에 레페토리오 암브로시아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이 열린 해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모티바Refettorio Gastromotiva를 열고, 2018년 런던에 레페토리오 펠릭스Refettorio Felix, 파리에 레페토리오 파리Refettorio Paris를 차례로 열었다.

지역의 유명 셰프와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이 돌아가며 맡은 ‘화제의 주방 시프트’도 계속되었다. 푸드 포 소울은 레스토랑 모델을 본뜬 신개념의 무료 급식소 격의 ‘레페토리오’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 주1회 찾아가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 ‘소셜 테이블Social Tables’도 진행했다. 모데나의 ‘소셜 테이블 기란디나Social Tables Ghirlandina’, 볼로냐의 ‘소셜 테이블 안토니아노Social Tables Antoniano’,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8년 12월 운영을 시작한 네이플의 ‘소셜 테이블 메이드 인 클로이스터Social Tables Made in Cloister’ 가 그것으로, 이곳에서는 취약 계층을 환대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한 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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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객원 기자 담당 오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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