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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미래 전시장 what if? 현실을 바꾸는 디자이너의 예측

스페큘레이티브speculative 디자인*은 현재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 if’라는 가정에서 시작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에 있을 수 있는 현상을 예측하는 과정을 이르는 말로, 기업이나 연구 기관의 프로젝트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앤서니 던Antony Dunne과 피오나 라비Fiona Raby는 “가장 바람직한 미래를 정의하기보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미래를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라 말한 바 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잔혹한 현실의 어느 지점에 반드시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다. 미래 먹거리의 다양한 실험장이 된 국내외 전시**중 기억해야 할 굵직한 작품을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 셀린 박이 전해왔다.

*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가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RCA에서 ‘인터랙션 디자인Designing Interactions’ 프로그램으로 이를 공식화했고, 2013년에 발행한 〈스페큘레이티브의 모든 것: 디자인, 허구, 그리고 사회적인 꿈Speculative Everything: Design, Fiction, and Social Dreaming〉으로 1990년대부터 시작한 연구에 방점을 찍었다.
** 이번 칼럼의 전시 중 ‘선호적 미래preferable future’에 속하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사례는1, 3, 5, 7번이다.


1 What if?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증가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던 & 라비, ‘현실과 불가능의 경계, 약탈자Between Reality and the Impossible, Foragers’, 2009 
전시 〈푸드 포워드Food Forward〉 
참여 작가 던 & 라비, dunneandraby.co.uk 
기간 2012년 1월 15일~4월 29일 
장소 헤이그 공공 미술 기관, stroom.nl 

〈내셔널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헤이그 공공 미술 기관에서 열린 〈푸드 포워드〉 전시에 참여한 던 & 라비Dunne & Raby는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점이 오면 인간은 동물처럼 야생에서 식량을 섭취할 수 있을까?’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업했다. 새, 물고기, 곤충의 소화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이 야생 식량을 섭취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계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던& 라비는 말한다. “‘기술은 지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인간이 지구의 한계에 맞춰 변화하는 쪽은 어떤가?’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 야생 식물 소화기계의 프로토타입은 뉴욕 모마에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되었다.


2 What if?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소시지를 먹을 수 있을까? 


카롤린 니블링Carolien Niebling, ‘미래 소시지The Sausage of the Future’, 2017 
전시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17 
참여 작가 카롤린 니블링, carolienniebling.net 
기간 2017년 4월 4일~9일 
장소 2017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살로네 사텔리테 

소시지의 역사는 5000년이 넘고 영국에는 470여 가지의 다양한 소시지가 존재한다. 식량농업기구(FAQ)는 동물성 식품의 과소비 추세가 이어지면 머지않아 고단백 함량 식품이 고갈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지만 소시지의 수와 종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로잔 예술대학교 출신 디자이너 카롤린 니블링Carolien Niebling은 미래형 소시지를 만드는 작업을 3년간 진행한 후 이 과정을 담은 책을 내고 2017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였다. 분자 요리사 가브리엘 세레로Gabriel Serero, 정육업자 헤르만 테어 벨레Herman Ter Weele와 협업해 고기의 양을 줄이고 야채와 곤충, 콩류를 재료로 하여 지금과 전혀 다른 소시지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많은 미래 학자들은 30년 이내에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할 음식으로 곤충을 꼽았다. 카롤린 니블링이 식용 곤충이 식탁 위에 오를 가능성을 활짝 연 것이다.


3 What if? VR 기기를 착용한 닭은 무엇을 보는가?


오스틴 스튜어트Austin Stewart, ‘두번째 가축Second Livestock’ 
전시 〈푸드 레볼루션 5.0Food Revolution 5.0〉 
참여 작가 오스틴 스튜어트, secondlivestock.com 
기간 2018년 5월 18일~9월 30일 
장소 베르그루엔 미술관, smb.museum 

201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푸드 레볼루션 5.0〉 전시는 생태계에 대한 도전,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음식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말한다. 전시 참여작 중에서 동물의 사육 환경에 대해 단 하나의 이미지로 뜨겁게 경종을 울린 작품이 있었으니, 오스틴 스튜어트Austin Stewart의 ‘두 번째 가축Second Livestock’이다. 디자이너는 좁은 닭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머리에 자연에서 뛰어노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VR 기기를 착용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VR 기기를 판매하는 가상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이 프로젝트로 동물을 사육하는 환경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는 미래의 일이 아닌, 이미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


4 What if? 1930년대에 등장한 플라스틱의 미래는 있는가? 


페르난도 라포세Fernando Laposse, ‘토토모슬Totomoxtle’ 
전시 〈푸드: 쟁반보다 큰Food: Bigger than the Plate〉 
참여 작가 페르난도 라포세, fernandolaposse.com 
기간 2019년 5월 18일~10월 20일 
장소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vam.ac.uk 

지난해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푸드: 쟁반보다 큰Food: Bigger Than the Plate〉 전시는 사물의 과포화 시장에서 더 많은 사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의미 있는 개입을 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로산나 오를란디가 ‘길티리스 플라스틱guiltless plastic’을 선언하고 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요청했듯, 전시 도입부에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작업이 많이 등장했다. 칩스 보드Chip[s] Board는 감자 껍질을 재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안경을 만들었고, 페르난도 라포세Fernando Laposse는 버려진 옥수수 겉껍질을 이어 붙여 ‘토토모슬Totomoxtle’ 이라는 아름다운 건축 재료로 재탄생시켰다. 주자나 곰보소바Zuzana Gombosova는 인도의 농장 폐기물에서 추출한 박테리아 섬유소로 개발한 신소재로 가죽을 대체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이런 디자인은 극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할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5 What if? 곰팡이를 백신화해 의학 기술로 발전시킬 수는 없는가? 


셀린 박Céline Park, ‘곰팡이 백신 흡입기Fungus Inhale Vaccination’ 
전시 〈바이오 아트Bio Art〉 
참여 작가 셀린 박, celinepark.co.uk 
장소 국립과천과학관, sciencecenter.go.kr 

곰팡이에 대한 연구는 의학계에서도 상당히 뒤처져 있다. 1928년에 우연히 실험관에 곰팡이 균이 들어가 이것이 추후 페니실린으로 발견되었지만, 이후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곰팡이를 연구해 약으로 출시한 사례가 없었다. ‘곰팡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은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곰팡이 백신 흡입기 프로젝트는 셀린 박과 카이스트 이강훈 박사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아주 작은 크기의 곰팡이는 호흡기관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곰팡이 백신을 주사가 아닌 호흡기로 공급하는 데 대한 연구와 리서치를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용기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곰팡이를 다양한 의학 제품으로 만날 수 있는 작은 단초를 제공했다.

셀린 박은 RCA에서 디자인 인터랙션 프로그램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의 전시 참여를 비롯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기도 했다. celinepark.co.uk 


6 What if? 엄마의 손맛을 보관할 수 있다면? 


우지원, ‘엄마의 손맛Mother’s Hands Taste’ 
전시 〈푸드: 쟁반보다 큰Food: Bigger than the Plate〉 
참여 작가 우지원, woojiwon.com 
기간2019년 5월 18일~10월 20일 
장소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vam.ac.uk 

디자이너 우지원은 바이오 아트 & 디자인 어워드Bio Art & Design Award 2017의 수상 상금인 2만 5000유로(한화 3천 200만 원)를 ‘엄마의 손맛’ 프로젝트 연구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손맛’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단어라는 점과 한국 음식의 65%가 발효 식품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대대로 이어오는 손맛’이란 사람 손에 있는 미생물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손맛을 보관할 수 있는 기기 발명까지 이어졌다. 할머니, 엄마, 딸까지 3대가 이어지는 한국, 일본, 미국, 네덜란드 국적의 4쌍을 섭외해 똑같은 재료를 제공하고 막걸리를 만들게 했다. 제작 전후로 손에서 미생물을 채취하고 네덜란드 과학연구소에서 DNA 역학 조사를 한 결과, 막걸리 맛은 각각의 손에서 채취한 미생물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5월에 열린 〈푸드: 쟁반보다 큰Food: Bigger Than the Plate〉 전시에 참여한 우지원은 손에 있는 미생물에 미래적 기술을 이용해 후세에 손맛을 물려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그 기기 이름을 ‘엄마의 손맛Mother’s Hands Taste’이라 명명했다.


7 What if? 음식으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을까? 


데이지 긴스버그Daisy Ginsberg, ‘이크로미E.Chromi’ 
전시 〈내게 말해봐Talk to Me〉 
참여 작가 데이지 긴스버그, daisyginsberg.com 
기간2011년 7월 24일~11월 7일 장소 뉴욕 현대미술관, moma.org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프로젝트로 오래전부터 이름을 떨친 디자이너 데이지 긴스버그 Daisy Ginsberg는 ‘이크로미E.Chromi’ 프로젝트를 통해 음식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요구르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 섭취하면, 요구르트 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인간의 내장에 색을 입히고, 대변 색으로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비용 혹은 시간적 부담으로 건강검진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저렴하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건강 상태를 알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박테리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원들과 협업했고, 이를 실제화하기 위해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의 한 연구실에서 시제품 요구르트를 개발 중이다. 이는 스페큘레이티브 관점에서 접근한 디자이너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때 얼마나 독창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8 What if?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카타리나 윙어르Katharina Unger, ‘펀지 뮤타리움Fungi Mutarium’ 
전시 〈삶의 문제: 성장하는 뉴 바이오 아트 디자인Matter of Life: Growing new Bio Art Design〉 
참여 작가 카타리나 윙어르, katharinaunger.com 
기간 2015년 1월 25일~3월 1일 
장소 뮤 갤러리MU Gallery, mu.nl

에인트호번에 있는 뮤 갤러리는 매년 이곳에서 바이오 아트 & 디자인 어워드 수상자들의 전시가 열릴 정도로 바이오 디자인 전시에 일가견이 있는 갤러리다. 2015년에 뮤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삶의 문제: 성장하는 뉴 바이오 아트 디자인Matter of Life: Growing new Bio Art Design〉에 참여한 카타리나 윙어르Katharina Unger는 ‘플라스틱을 먹은 곰팡이를 사람이 섭취할 수 있다’라는 가정하에 연구를 시작했다. 일정 기간 동안 UV 조명 아래에서 플라스틱을 살균한 뒤 한천 용기에 균사체와 함께 넣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 속에서 곰팡이가 플라스틱을 섭취해 인간이 식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서 무해하고, 맛이나 향을 추가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이후 수많은 생물학자들이 이를 식품화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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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셀린 박(셀린 박 스튜디오 대표) 담당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