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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유스를 매료시킨 브랜드 전략 키워드 5 다양성의 이름으로, 리스펙트 유&미




펠로톤 광고(위)와 펠로톤 광고를 패러디한 에비에이션 진의 광고 ‘보답하지 않는 선물’.(아래)


‘퀴퍼를 내 가슴에 뱃지’ 프로젝트. 2018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위해 15팀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연대한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11월, 눈길을 끄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며 주가가 오르던 실내용 자전거업체 펠로톤의 시장가치가 단 하루 만에 9% 이상 곤두박질친 것. 약 9억 4200만 달러(약 1조 1100억 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한 셈이다. 원인은 유튜브에 노출한 크리스마스용 광고 ‘보답하는 선물The Gift That Gives Back’ 때문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실내용 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고 1년 뒤 아내가 자신의 운동 영상을 모아 남편에게 보여준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존 관점으로는 문제 될 것 없는 평범한 광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펠로톤의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의 생각은 달랐다.

이 광고가 남편이 아내의 몸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 이윽고 거센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주류 회사 ‘에비에이션 진Aviation Gin’은 이 광고를 비튼 광고를 찍기도 했다). 이는 브랜드와 광고 창작자의 젠더 감성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음을 방증한다. 또한 개인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 제너레이션은 다양한 인종, 젠더,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고 각각이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들이 처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례로 미국의 세대 리서치 회사 747 인사이츠와 컬래버라타Collaborata가 2017년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 중 81%가 ‘나와 다른 인종의 친구가 있다’고 했으며 59%가 ‘나와 다른 성 지향성을 가진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신과 다른 주변인의 모습에 익숙하고 포용성도 높다는 뜻.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서 Z세대의 73%는 동성애 결혼, 74%는 트랜스젠더 평등권에 찬성하고 66%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 Seed & Needs 보고서 ‘뉴 제너레이션의 전성기’(한국패션유통정보연구원FaDI, 2018), fadi.or.kr 


〈뉴 노멀〉전 포스터. 디자인은 6699 프레스가 맡았다.


케리스 로저스의 ‘내 피부색을 뽐낼래’ 라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자기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남들이 제시한 기준에 자기 몸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는 ‘포지티브 미’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다원주의에 근거한 아트 · 디자인 프로젝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14세인 미국의 흑인 패션 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는 ‘내 피부색을 뽐낼래Flexin’ In My Complexion’ 라인을 선보여 10살 때 이미 뉴욕 패션 위크 무대를 밟았다. 예전이었다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을 LGBTQ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햇빛스튜디오, 6699 프레스, 플락플락 등 국내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LGBTQ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7일까지 성북동 ‘오래된 집’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은밀히 작동되는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뉴 노멀〉전이 열리기도 했다.



라카. 모든 제품에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 모두의 룩을 제안하는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브랜드다.


Z세대를 겨냥한 밀크 메이크업은 영 제너레이션의 젠더플루이드 감성을 잘 보여준다. 중성적인 매력의 모델 자젤 자노티Jazzelle Zanaughtti를 앞세웠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루이 비통 2019 F/W 컬렉션에 참석한 제이든 스미스(왼쪽)와 2020 S/S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코디 펀. 두 사람 모두 루이 비통의 여성복을 입고 참석했다.


유나이트 누드와 숀 로스의 컬래버레이션 부츠. 건축가 렘 콜하스의 조카로 알려진 렘 D 콜하스가 설립한 브랜드다.
젠더플루이드의 시대
소수자에 대한 유스의 관심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가 아닐까 싶다. 본래 ‘젠더플루이드’는 젠더퀴어의 한 종류로, 유동적으로 성별이 전환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한 세대를 이르는 용어가 됐다. 속칭 젠더플루이드 세대는 관습적, 문화적 그리고 거역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생물학적 분류를 넘어 개인의 의사와 가치에 따라 자유롭게 젠더를 오간다.

그 자체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에 반대하는 성 중립성 개념을 담고 있는 것. 코즈메틱은 이런 변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장이다. 일례로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밀크 메이크업은 2017년 젠더뉴트럴 라인을 내놓았다.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카’는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브랜드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블랙 & 화이트의 모던한 컬러 아이덴티티는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여성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듯 남성도 자신을 얽매고 있던 올무를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0년 7300억 원에서 2018년 약 1조 2800억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조는 패션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루이 비통은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를 여성복 모델로 발탁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2018년 뉴욕에서는 미국 최초의 젠더 뉴트럴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표방하는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The Phluid Project’가 문을 열었다. 네덜란드의 하이힐 브랜드 유나이티드 누드United Nude는 지난해 뉴욕 패션 위크에서 백색증 모델 숀 로스와 협업해 모든 성별이 착용할 수 있는 유니섹스 부츠를 선보였다. 유니섹스 2.0 트렌드가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성별을 구분 짓는 낡은 기준을 넘어 제3의 성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해진 것이다.


뷰티 브랜드 맥은 성별, 인종, 연령의 경계가 없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사용자가 본래 가진 고유의 스킨 톤을 장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다. 또한 맥은 미국 첫 공식 매장을 뉴욕의 게이 스트리트에 열기도 했다.


나이키 캠페인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2020 F/W 펜디 런웨이에 선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있는 그대로의 나! 포지티브 미
지금의 아이들에게 ‘바비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하얀 피부에 글래머러스한 바비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이제는 인종, 체형, 성별까지 다양한 바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 다양성의 존중은 그렇게 점차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획일화된 기준을 뇌리에 무섭도록 잠식시키는 장치는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다. 나이, 외모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는 뉴스 헤드라인, 왜곡된 이미지로 나를 보여주는 카메라 기능, SNS 속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들, 기저에 깔린 고정관념이나 시선은 우리를 지속적으로 채찍질하고, 지금의 나를 계속 ‘더 나은 나’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나이키가 선보인 캠페인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는 그 카피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이건 ‘더 나은 네가 될 수 있어’와 같은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지금의 나에 대한 쿨하고 강력한 인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변화가 아주 최근의 것은 아니다.

2015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1주일 살아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최근 몇 년간 10~20대 사이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지양, 전가영을 비롯해 팔로마 엘세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로 선정된 미국의 애슐리 그레이엄 등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등장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당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수포성 표피 박리증이라는 유전병을 앓으며 피부에 심한 흉터를 남긴 스코틀랜드 출신의 루시로트는란제리 모델로 활동한다. 이들에게는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기준에 맞춰 감추고 변해야 하는 강박이 없다. 이는 성별, 나이, 외모 등으로 정의되는 ‘~다움’에 대한 저항이자 ‘진짜 나’를 찾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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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