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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소장품전: 2010년 이후 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 30 (2)

“현대카드는 2013년 고즈넉한 북촌에 덜컥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충격이었다. 그 이후 음악, 여행, 음식 등 문화를 기반한 공간을 열기 시작했다. 이로써 현대카드는 금융캐피탈 같은 딱딱한 기업 이미지에서 멋진 일을 하는 회사로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적확하게 보여준 사례다.” 폼앤펑션


©신경섭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2013, 건축 레노베이션: 원오원건축사사무소
누구나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해외에서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디자인 전문 도서관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특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곳의 핵심은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에 집중한, 1만 권이 넘는 장서의 큐레이팅이다. 일곱 가지 북 큐레이션의 원칙을 적용한 독립적인 분류 체계, 시스템까지 독자적으로 갖췄다. 월간 〈디자인〉을 비롯해 〈도무스〉 〈라이프〉 〈비져네어〉 등 희귀 서적을 전권 소장한 것도 특별하다. 좋은 건축물과 디자인,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책으로 큐레이션한 현대 디자인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디자인을 시작으로 트래블, 뮤직, 쿠킹 순으로 문을 연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어느덧 한국 현대건축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글 유다미 기자


“2001년 1회가 열린 후 표류하던 전 세계 유일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2011년 다시 열리게 되었다. 2011년 ‘동아시아의 불꽃이라는 주제로 아시아 그래픽 디자이너 99명이 모인 이후 각 전시마다 타이포그래피가 주인이 되어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하듯 문학, 도시, 몸, 사물 등을 주제로 전시, 워크숍, 강연 등을 진행했다. 그동안 약 2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 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주목하는 전시로 성장했다. 타이포잔치는 짝수 해에 열리는 ‘사이사이’ 행사와 홀수 해에 열리는 본전시로 구성되는데 시각 예술 및 디자인계의 트렌드를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행사로 자리 잡았다.” 김경선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2011~, 기획·디자인: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세계 유일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3회부터는 매회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타이포그래피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학(2013), 도시(2015), 몸(2017), 사물(2019)에 이르기까지 타이포그래피와 다른 어떤 것 사이에서 관계를 만들고 그에 따라 내용은 물론 방식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와 미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타이포잔치는 ‘디자인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의 전형적인 기능을 넘어서 생각과 실험의 매개로서 사용을 권장하는, 꽤나 유용한 디자인이다. 글 김민정 기자



©김용관
울릉도 코스모스 호텔
2017, 디자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19세기 파리에 에펠탑이 있었다면 21세기 울릉도에는 코스모스가 있다. 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상상 속의 건축물로 안내하는 길목에는 언제나 건축물의 구조를 결정하는 재료와 신기술이 있다. 울릉도 코스모스 호텔은 우리가 흔히 아는 콘크리트의 육중함과는 정반대의 얇고 유려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시공하고 세계최초로 HPC(Ultra-High Performance Concrete)를 현장에서 직접 타설해 완공했다. UHPC는 말 그대로 초강도의 슈퍼 콘크리트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5배 이상 높고 물처럼 흘러 다양한 형태로 빚을 수 있다. 그래서 울릉도 절벽 위에서 고고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코스모스 호텔은 새하얀 천 자락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한 형상으로 내부에 흔한 기둥 하나 없는, 뼈대 없는 건축물이다. 글 김만나 기자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2017, 디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은 단순한 사옥이 아니라 공공 건축물이자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위해서도 힘을 쏟은 결과물이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거대한 사옥을 직사각형 형태로 단순화했고, 3개 층에 보이드를 두어 중정과 공중 정원 등으로 자연과 도시 풍경을 끌어들였다. 사무 공간을 중심으로 미술관과 레스토랑 등 다양한 기능을 포용하는 단순하고 과감한 디자인 언어는 ‘큰 규모 건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건축가의 철학이 드러난다. 완성도 높은 도시 건축물이자 미학적·사회적 의미를 담아낸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대표작으로 꼽아도 좋을 만하다. 글 오상희 기자


“한국의 선거 공보물 디자인 클리셰를 벗어나 새로운 조형을 시도한 벽보다. 견고한 레터링, 녹색 배경,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각인되는 포스터 디자인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구성한 스타일링, 주얼리, 메이크업, 사진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의 모든 유권자 세대에 전송되고, 선거 기간 내내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사회·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워크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선거 공보물
2018, 디자인: 햇빛스튜디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보다 더 디자인이 잘된 선거 포스터는 없었다. 산뜻한 녹색 배경에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후보자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소수 정당에서 최연소 나이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세우며 출마한 신지예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단 한 줄의 슬로건과 단 한 장의 이미지로 후보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선거 포스터의 속성을 완벽하게 장악한, 디자이너의 명민함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글 김민정 기자




계간 〈그래픽〉
2007~, 발행: 프로파간다
계간 〈그래픽〉은 창간 당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호 한가지 이슈에 집중하고 그래픽을 분야나 직종이 아닌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발행한 45권의 주제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스몰 스튜디오’(2008)에서 ‘영 스튜디오’(2010)로, 다시 ‘뉴 스튜디오’(2014)에서 ‘엑스트라 스몰 영 스튜디오’(2015)로 변화하는 무수한 전환과 통로 속에 계간 〈그래픽〉이 존재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각각의 서사는 물론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을 볼 수 있다. 현상과 시스템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하고 상상할 수 있다. 설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계간 〈그래픽〉은, 지난 10년간 그래픽 디자인계를 가장 충실하게 기록한 아카이브가 되었다. 글 김민정 기자


“엉망을 정말 엉망으로 만드는 방법. 슬기와 민의 그래픽 언어는 하나의 길이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점에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조중현 그래픽 디자이너



〈엉망〉전 그래픽 아이덴티티
2018, 디자인: 슬기와 민
‘엉망’이라는 제목, 단 두 글자만으로 전시와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린 것은 물론 포스터 자체가 공공 미술처럼 느껴지는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다. 2018년 8월 일민미술관 외관에는 ‘엉망’이라는 단 두 글자만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대미술 작가 Sasa[44]의 개인전 〈엉망〉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한글 나루체 활자에서 뼈대를 추출한 레터링은 엉망인 동시에 무척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한 전시의 성격을 반영한다. 기능성을 넘어서 광화문 사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효과’를 남긴, 독립된 작품으로 존재하는 디자인이다. 글 김민정 기자


“빌트인 가전제품에 소비자 커스터마이징을 접목해 백색 가전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시도이며, 콘셉트뿐만 아니라 소비자 반응도 좋아 가전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석우 SWNA 대표



삼성 비스포크
2019~, 디자인: 삼성전자
소비자의 높아지는 욕구를 반영해, 직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채워 넣을 수 있게 한 새로운 방식의 제품 디자인이다. 마치 붙박이 가구 자재를 고르듯 여덟 가지 제품 타입과 아홉 가지색상의 패널을 조합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냉장고로 완성한다는 새로운 만족감을 선사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완성된 제품이 아닌, 공간 디자인의 설계자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인테리어의 혁명’적인 디자인이다. 글 김선경 212컴퍼니 대표


“FDSC는 ‘여성 디자이너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위한 토양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용기 내서 찾아간 그곳에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나에게는 이런 연대가 필요했다. 아직도 가끔 나의 정의가 흔들릴 때면 FDSC가 만든 슬랙 채널에 들어간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양수현 뉴닉 디자이너



FDSC
2018~, 발기인: 김소미 · 신인아 · 양민영 · 우유니
젠더 차별 없는 공정한 디자인업계를 만들기 위해 2018년 조직한 FDSC는 현재 150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적정한 연봉이나 일할 때 주의할 점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나누며 오래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서로의 성장을 응원한다. 여성 디자이너의 존재를 드러내고 알리며 동등한 기회가 공유되는 디자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다른 업계의 여성들이 서로 동료가 되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건강한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FDSC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 신신




퍼시스 모션데스크
2015, 디자인: 퍼시스 디자인팀 
제품명이 마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해당 제품 분야에 대한 대표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는 훈장 같은 것이다. 2015년 선보인 사무 가구 전문 브랜드 퍼시스의 모션데스크도 그렇다. 모션데스크는 앉아서 오래 일할 때 생기는 잘못된 자세와 신체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개발했으며, 사용자가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앉거나 서서 일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모션데스크는 사무실에서 서서 일하는 문화를 일상화시켰고 이후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등장은 업무 자세의 과감한 변화를 유도한 지점을 넘어 개인의 사용성을 고려한 사무 가구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불러왔다. 글 오상희 기자




민음사 쏜살문고
2016~, 발행: 민음사
국내외 스테디셀러부터 동시대를 반영한 에세이까지 장르 구분 없이 구성한 민음사의 큐레이션 총서다. 저렴한 가격과 작은 판형이 특징인 페이퍼백 형식에 근사한 디자인까지 보태 한국형 문고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까다롭게 큐레이션한 좋은 책이 쇼핑 아이템 못지않게 활발히 소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든 쏜살문고는 리커버 북 트렌드에서 쏜살같은 독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탐독과 탐미의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키며 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호응을 이끌었다. 즉 책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글 유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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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월간 <디자인> 편집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