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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진짜 공간 조선과 하이테크 사이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있는 을지다방. 10년 전에는 다방에 가면 ‘젊은 애가 왜 여기에 오냐’는 눈초리를 받았다. 레트로의 물결 이후 다방은 이제 남녀노소 모두 찾는 곳이 됐다.

을지다방 사장님은 인터넷 패션 쇼핑몰에서 촬영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자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적은 쪽지를 붙였다. 촬영지라 함은 인스타그래머블한 핫 플레이스임을 증명한다.

카운터는 주방과 떨어져 출입구 곁에 있다. 여러 명의 직원이 홀 서빙, 배달, 주방을 각각 맡았던 시절에는 유효한 구조였지만, 최근엔 1인 운영이 많아 카운터가 진열장처럼 장식품으로 꾸며진 곳이 많다.

다방에는 어느 위치에서든 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TV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원커피숍. 30년 이상 된 다방이다. 파벽돌, 벨벳 소파, 나무 몰딩 등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각종 마감재로 완성되었다.

다방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거나 등받이가 높은 소파를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 이상 옆 테이블도 잘 안 보인다.




광주시 동구에 있는 화신다방. 1968년에 문을 열었다. 목재 마감을 모두 옻칠로 마무리한 것이 특징. 광주의 다방은 이용률이 높고 동네 사랑방으로 여전히 작동 중이다.

현재와 비교해 문화 공간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 다방은 중요한 문화적 환기구 역할을 했다. 전시장이 되어 그림을 걸기도 했고, 극장이 되어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때론 DJ가 음악을 틀기도 했던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액자, 조화, 도자기 등 수십 년 동안 공간을 운영하면서 모은 주인의 취향. 이 소품들은 답답하지 않게 시선을 걸러주는 역할도 한다. 전체 공간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것도 다방의 특징이다.


조선과 하이테크 사이
서양 건축사를 배운 시간이 몇 학기나 되는지도 모르게 시대순으로 배우고 더 세분화해서 학파와 거장들을 배웠는데 한국 건축사는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한 학기에 배웠다. 19세기 조선 시대 건축에서 서구의 모던 건축으로 시공간을 건너뛴다. 아무리 교육 체계가 서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프랑스 파리에 대해서는 한 학기 내내 이야기하면서 서울에 대해서는 카오스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매체에서 표현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조선과 하이테크만 있다. 조선왕조 500년의 문화유산인 전통 건축과 21세기의 최첨단 하이테크 빌딩 사이, 현재 내가 사는 동네에서 연결 고리를 찾는다.

레트로란 단순히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재가 아니라 조선과 하이테크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재개발 도시, 그대로 남기는 것 없이 변하기 바쁜 이 도시의 결핍을 해결하는 과정 말이다. 단순히 자본에 밀려 외곽으로 밀려나는 저가 임대 공간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지역성을 드러내며 중첩된 시간을 만드는 공간들이 생긴다. 더불어 동네의 이모저모를 찾아 기록하는 ‘아마추어서울’과 ‘둔촌주공아파트’, 도시 속 공간에 몸짓으로 말을 거는 안무가 송주원의 ‘풍정.각風情.刻 시리즈’, 근현대 생활문화에 녹아 있던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한〈커피사회〉전 등 기록되지 않던 경관과 사물을 채집하는 프로젝트들이 공백을 채우고 있다. 지역성을 들추고 중첩된 시간을 끄집어내 흩어진 조각들을 찾아 아카이빙하는 행동. 이러한 발견의 움직임은 도시에 대한 기대와 흥분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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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기획·글 홍윤주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