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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뉴 디자이너 인명사전: 오드 매터 Odd Matter 사람보다 물질


네덜란드 출신 엘스 볼드헥Els Woldhek과 불가리아 출신 게오르기 마나시에프Georgi Manassiev(인물 사진 왼쪽) 로 구성된 디자인 그룹. 두 사람은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제품 디자인 석사과정을 함께 하며 의기투합했다. ‘오드 매터’는 사람이 아닌 물질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닐루파 갤러리Nilufar Gallery와 블록 스튜디오Bloc Studio 전시에 참여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제품 디자인, 인테리어, 콘셉트 디자인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며 예술과 실용 사이를 오간다. oddmatterstudio.com

재료에 집중한다고 말하는 디자이너는 흔하지만 ‘재료가 전부다’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그런데 오드 매터에게 재료는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오드 매터의 작업실 풍경은 마치 노동 현장 같다. 한편에는 대리석이, 다른 한편에는 진흙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절단하고 갈아내는 연장이 수북하다. 어떤 재료인지 짐작하기 힘든 것도 많다. 스스로가 고대 연금술사라도 되는 것처럼 재료를 빻고 부수고 섞어 자신들이 원하는 상태로 만든다. 이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재료는 디자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효되면서 테이블, 선반, 의자 등 가구로 변환된다. 형태를 정한 뒤 재료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정하면 자연스럽게 디자인 형태가 발아하는 식이다.

오드 매터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첫 번째 작품은 ‘매스 컬렉션Mass Collection’이다. 빌라 노아유Villa Noailles 레시던시 생활을 하면서 전시장에 놓을 가구가 필요했던 이들은 코르크를 떠올렸다. 코르크를 자르고 부수고 태우기를 반복한 뒤 잘게 쪼개어 석고와 혼합하는 방식을 찾았다. 그 독특한 결과물은 많은 갤러리 관계자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오드 매터는 결과물에 대해 ‘완성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작품은 사용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며, 어떤 재료는 시간에 따라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품을 떠난 후 더 나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닐루파 갤러리가 이들을 점찍은 이유는 단순히 작품 자체에만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닐루파 갤러리의 분점인 닐루파 디포트에서 열린 〈파 컬렉션FAR collection〉 전시에서 소개한 ‘구스 컬렉션’은 17세기 인조 대리석 제작 기법인 스카글리올라scagliola와
자동차 스프레이 가공 기법을 혼합해 제작한 것이다.

또 런던 쇼디치의 칼하트WIP 매장 프로젝트에는 진흙을 활용했다. 이 진흙은 오스트리아 슐로스 홀레네그Schloss Hollenegg에서 열리는 전시 〈월든Walden Exhibition〉에서 다시 한 번 활용됐다. 안타깝게도 〈월든〉 전시(schlosshollenegg.at)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전시로 대체되었다. 대신 매거진 〈디진〉이 주최한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Virtual Design Festival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오드 매터에게 코로나19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들은 ‘공간을 채우기보다 작품에 집중하고, 작품 외의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증명해야 할 필요성’을 좀 더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깨끗해질 기미가 없는 작업실에서 재료를 관찰하기도 하고 천천히 산책하듯 그림을 그린다. 그들의 계획표는 비워져 있지만 일상은 바쁘게 흘러간다.






구스 컬렉션Guise Collection, 2019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닐루파 디포트에 서 열린 〈파 컬렉션FAR collection〉에서 소개한 작품. 17세기의 인조 대리석 제작 기법인 스카글리올라와 자동차 스프레이 가공 기법을 혼합해 제작했다. 스카글리올라 기법은 교회나 궁전을 장식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대리석 같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자동차 스프레이 가공 기법은 주문 제작 자동차 업계에서 사용하며, 굴곡진 표면에 자연스럽게 색을 입히는 기술이다. 여기에 폴리스타이렌(열가소성 플라스틱)과 스프레이를 이용해 서로 다른 두 가지 기법으로 재탄생시켰다. 물결 형태 조각품은 벤치, 테이블, 콘솔, 가림막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료와 기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재료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가 이루어진 작품이다.




칼하트WIP 스토어Carhartt WIP Store, 2020
런던 쇼디치 패션 브랜드 칼하트WIP 매장에 배치할 디스플레이용 테이블 2개와 오브제를 만들었다. 테이블을 만지면 진흙이 잔뜩 묻을 것처럼 진득하면서 오돌토돌한 재료의 성질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날것 그대로를 품은 테이블과 오브제는 상업 공간을 역동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로 바꾼다.




매스Mass, 2016
잘게 부순 코르크에 석고를 부어 단단하게 형태를 굳히는 방법으로 테이블, 책장 등을 만들었다. 이 시리즈는 2015년 빌라 노아유 레시던시 생활을 하던 당시, 디자인 페어 행사장에 놓을 가구를 만들기 위해 코르크에 주목하기 시작한 데에서 시작했다. 오드 매터는 사양길을 걷고 있는 지역 내 코르크 산업을 재활성화시키는 의미로 코르크를 활용했다. 잘게 부순 코르크에 석고를 부어 단단하게 형태를 굳히고 가구가 놓일 환경과 어울리는 색채를 입혔다.




팻 롤스 베이시스 Fat Rolls Vases, 2019
2014년에 론칭한 볼록 스튜디오는 천연 대리석을 이용한 아름다운 오브제를 꾸준히 전시하며 대리석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볼록 스튜디오가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오드 매터를 포함해 총 3팀에게 대리석 작업을 제안했는데, 오드 매터의 응답은 식물이 자라나듯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대리석 꽃병이었다. 대리석 소재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 질감, 분위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대리석 표면은 사람 피부처럼 부드럽고 포근해 보인다. 작품은 화이트, 블랙, 그레이, 오렌지 컬러로 구성되었다.


그곳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나라와 달리 이동 제한과 격리 수칙이 심하지 않아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식당, 술집, 수영장 등 모든 공공 시설이 재개되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닐루파 갤러리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정하지 않고 출발한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와 돌출을 즐기고 유연하게 방향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될지 말할 수 없다.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비대면 시대는 더욱 섬세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만날 수 있게 만든다. 디자이너는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등 다른 분야 사람과 만나 기발한 사건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할 것 같다. 갤러리, 브랜드 등과 공생 관계를 맺고 밀도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비대면 시대가 될수록 밀도 높은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채널을 오픈하고 전시를 열 수도 있다. 이런 유연한 구조는 신진 디자이너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기술의 진화가 디자이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3D 프린트 기술이 한창 이슈였을 때 우리도 관련한 작업을 준비했다. 막상 작업하다 보니 엉뚱한 결과물이 나왔다. 기술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본질이 흐려진 것이다. ‘과연 이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창조는 기술이 아니라 고민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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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계안나 통신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