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1층 곱창집을 지나 어 베터 플레이스
#종로 #유휴공간 #유스풀워크숍 #모듈형벽 #로컬리티


미닫이 문을 이용해 가운데 공간을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어 베터 플레이스의 공간. 문 프레임, 소파, 침대, 벽 등 공간의 대부분을 문석진이 디자인했다. 그중 대표적인 제품이 모듈형 벽이다. 공간의 용도에 따라 물건을 수납하거나 전선과 콘센트 등을 정리해 숨길 수 있다. ©이상필

어 베터 플레이스
기획·운영 유스풀 워크숍(대표 문석진), usefulworkshop.com
공간 디자인 유스풀 워크숍
시공 유니크 디자인(대표 백승해)
면적 69m²
준공 연월 2020년 11월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19길 22 4층
웹사이트 abetterplace.kr

화려한 네온사인의 식당과 유흥 시설이 밀집한 종각역 인근에 숙박 시설이 문을 열었다. 미리 고지받은 지시문을 따라 1층의 곱창집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리면 전혀 다른 장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객실에 도착한다. 이곳이 바로 ‘‘어 베터 플레이스A Better Place’다. 굵직한 기업의 사옥을 비롯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학원과 각종 편의 시설, 그리고 호프집, 노래방 등의 유흥 시설이 모인 종로는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자 오래전 모습을 간직한 대표 구도심이다. 밤이 되면 가게 간판들이 네온사인을 밝히며 어두운 밤거리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시끄러운 음악이 거리를 들썩이게 한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면에는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지 못하고 1층을 제외한 위층은 공실인 경우가 많다. 건물 1층과 위층의 임대료는 10배가량 차이 나지만 상인 입장에서는 고객 유입이 좋은 1층의 상권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종각역 근처에 문을 연 어 베터 플레이스는 이러한 상가 건물의 유휴 공간을 임대해 활용한 주거 공간 브랜드이자 숙박 브랜드다. 산업 디자이너 문석진이 이끄는 유스풀 워크숍Useful Workshop이 기획·설계한 어 베터 플레이스는 가까운 미래의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생활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제안하고자 오랜 시간 리서치해 얻은 결론을 프로토타입의 주거 공간으로 선보인 것이다.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빠른 피드백과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위해 우선 숙박 형태의 비즈니스로 오픈했다. 시끄럽고 현란한 거리와는 대조되는 분위기로, 거리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면서도 공간 안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좋은 향이 긴장감을 늦추게 한다. 스튜디오 형식의 개방감 있는 공간 디자인과 효과적인 공간 분할, 소품부터 가구까지 공간 곳곳에서는 디자이너의 오랜 연구와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작게는 환풍기 구멍부터 넓게는 벽면까지 대부분의 공간을 유스풀 워크숍이 직접 디자인했는데 벽, 바닥, 천장 같은 공간의 요소를 모두 제품의 개념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기능적 디자인의 모듈형 벽이 대표적이다. 책꽂이, 환풍기, 전기 배선 등 아홉 가지 기능을 갖춘 모듈형 벽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모듈을 고르고 공간 크기에 따라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다. 별도의 시공 없이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특별히 간판도 눈에 띄지 않아 발견하기 어려운 종로 한복판의 상가 건물 4층에 자리한 점이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테이stay’는 우연히 들르는 곳이 아니라 찾아가는 공간이기에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종로뿐 아니라 땅값 비싼 동네는 모두 건물 위층부터 공실이 생기기 시작한다. 공실이 늘어나면 결국 거리 전체가 침체된다. 하지만 상가 건물의 상층부 유휴 공간을 주거용이나 숙박용으로 이용한다면 건물 활용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숙박객으로 인해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문석진 대표는 그 역할을 어 베터 플레이스가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유스풀 워크숍은 종로를 시작으로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 지역다움을 반영한 또 다른 어 베터 플레이스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식당과 화려한 유흥 시설이 밀집한 종각역 인근에 위치한 어 베터 플레이스.

문석진
어 베터 플레이스 대표

“서울의 날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종로라고 생각했다.”

어 베터 플레이스는 ‘서울의 주거 문화와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을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의 주거 문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아파트가 생각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 비율은 40%가 훌쩍 넘는다. 한국의 아파트가 고가에 거래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할 것이고 독특한 한국형 아파트 문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비슷한 구조인 아파트의 한정된 공간을 효과적이고 미학적으로 가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대표 제품이 모듈형 벽이다.

현재 종로에 있는 어 베터 플레이스는 뜻밖의 공간에 위치한다. 장소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숙박업을 할 수 없는 지역에 X자를 그어가며 선택지를 좁혀나갔다. 근처에 학교와 아파트가 있으면 안 되고 상업 공간에서만 숙박업을 할 수 있는 등 허가를 받는 것이 꽤 까다롭다. 그렇게 지역을 필터링해가며, 만약 내가 관광객이라면 어떤 동네에 머물러야 서울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로컬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서울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종로를 선택했다. 주변에 관광 거리가 많은 것도 결정 요인 중 하나였다. 종로를 시장조사하며 상가 건물 위층의 공실률이 꽤 높다는 것과 1층의 임대료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중심부의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어 베터 플레이스는 숙박 브랜드이자 주거 공간 브랜드를 표방한다. 주거 공간 브랜드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숙박 브랜드가 시간을 파는 개념이라면 주거 공간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기적 계획은 온라인 숍을 오픈해 숙소에서 경험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 베터 플레이스의 안목이자 추천 상품이기도 한 제품을 각자의 공간에 접목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어 베터 플레이스의 공간 자체를 아파트 문화에 녹여내고 싶다. 모듈형 벽을 비롯해 유스풀 워크숍이 기획한 모든 제품은 아파트의 높이와 너비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어 베터 플레이스에 적용한 모듈형 벽을 실제 본인의 아파트에 설치해 사용 중이라고.
거실 TV 뒤쪽 벽면에 모듈형 벽을 설치했다. 아이가 있어 TV 전선과 코드가 신경 쓰였는데 모듈형 벽을 이용해 깔끔하고 안전하게 수납했다. 판매 전, 제품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꼭 직접 사용해보는데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만족스럽고 실용적이다.

Share +
바이라인 : 글 박은영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