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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MOC 황현혜·신주영 소장 이야기를 짓는 건축사 사무소
건축사 사무소 MOC의 황현혜·신주영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다. 전통이나 규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뜻의 어느 건축가의 말 ‘모먼트 오브 체인지Moment Of Change’를 줄여 사무소 이름을 MOC라고 지었다. 기성 건축 문법을 따르기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건축을 하고 싶던 이들은 대학교에서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졸업 후 서울의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서 긴 시간 실무 경력을 쌓은 두 사람은 언젠가 함께 사무실을 열 것이라는 계획을 품었고, 이 꿈은 2018년 MOC를 설립하며 현실이 되었다. 건축사이자 지역 공공 건축가, 대학교 겸임 교수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이들이 일으키는 변화의 순간에 귀 기울여보았다. moc-architects.com @moc_archi








원빌딩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근린 시설. 철근 콘크리트조를 양단의 코어로 배치하여 두 다리로 서 있는 듯한 형태다. 벽돌 사이 공간으로 스며드는 빛은 독특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준다. 전·후면의 인근 도로와 연계되고 보행자에게도 열려 있다. ©Texture on Texture






엄지척 빌딩
초소형 협소 상가 주택. 비교적 좁은 대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상층부의 사선으로 잘린 형태가 아이코닉한 외관을 만든다. 구조적인 모양의 창과 빨간 문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상인


MOC 설립 이전의 활동이 궁금하다.
신주영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 다녔다. 그런데 큰 회사에 있으니 현장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건축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기 힘들었던 탓이다. 후에는 작은 규모의 아틀리에로 옮겼는데 현장에서는 설계와 그림 그리는 재미와는 또 다른 생동감이 있었다.

황현혜 건축과 인테리어 팀이 협업을 하는 형태의 건축사사무소에서 기업의 연수원, 클럽하우스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실무를 경험했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구분하지 않던 경험이 아틀리에를 오픈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직접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다.
신주영 현장 밖에서 건축주나 건축 관계자들과 나누는 대화 과정이 특별하다. 사람을 만나 알아가고, 각자가 몸담고 있는 분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건물이라는 결과물까지 나오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건축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빨리 개소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건축가 눈에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
신주영 동구 산복도로에서부터 부산역 맞은편 상업지, 부산역,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장면이 흥미롭다. 각각의 좁은 층 여러 개가 압축적으로 맞붙은 모습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색적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지대가 낮은 쪽에 높은 건물을 지어놓으니 그 뒤 작은 건물들은 산속으로 밀려가는 느낌이다.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부산은 바다뿐 아니라 산으로 인한 지대의 높낮음 또한 특징인 만큼 수평적 층을 수직적으로 계획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부산에서 눈여겨보거나 자주 찾는 공간이 있나?
황현혜 부산에는 크고 화려한 건물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건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F1963만큼은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부산 출신 건축가가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고려제강이라는 부산 기업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시민들도 좋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신주영 F1963은 콘텐츠와 건물이 하나의 브랜드로 잘 엮이기도 했다. 최근 건축 부문에서도 브랜딩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고,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건물의 콘텐츠 기획을 함께 하는 사례가 많은데, 아마 부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물 가운데 브랜딩까지 가장 잘된 케이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굿올드데이즈 호텔 & 카페
공간의 감성을 일관되게 구현하고자 MOC의 두 사람이 내부의 가구와 조명까지 모두 디자인했다. ©Good old days Busan






프루토 프루타
전포동에 위치한 프루토 프루타는 모노톤의 외벽으로, 지붕에 별도의 공간을 내어 1층의 채광으로 연결한 점이 특징이다. ©Texture on Texture


건축가 입장에서 바라볼 때, 공공 발주 프로젝트에서 브랜딩이 잘된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황현혜 최근 공공 기관에서 조성한 문화 공간이나 청년 공간만 봐도 텅 비어 있는 곳이 많은데, 공무원과 건축가라는 두 이해관계자끼리만 논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브랜딩이 의사 소통에 의한 결과물이라 생각할 때, 건물의 경우에도 실사용자의 의사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을 위한 공공 건물을 짓는다면, 기획 단계부터 실제 사용할 청년들의 이야기를 반영해야 한다.

‘이야기가 있는 건축’은 MOC의 건축 철학이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황현혜 전포동에 ‘프루토 프루타’라는 건물이 있다. 건축주가 어릴 적 살던 집의 부지에 건축하길 희망해 진행한 신축 프로젝트였다. 건물을 높이 올릴 수도 있지만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짓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을 반영했다. 그에 따라 용적률에 얽매이지 않고 일반 임대형 상가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복층 개념을 적용해 공간을 틔워서 천창으로 빛이 들어오게끔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신주영 이번에 완공한 중앙동 ‘굿올드데이즈 부산’도 그렇다. 2년 전에 건축주를 만났는데,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설계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했지만, 젊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만나 대화가 잘되었다. 건물 외부를 보면 창틀에 나무 데크를 얹어 지나가던 사람도 앉을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 일부를 공공에 내주는 것이 건축주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인데, 이런 점에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건축적 상상력을 불어넣는가?
신주영 학생들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건축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고 가르친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점이다. 이미지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자칫 이미지를 단편적으로 다루기 쉽다. 그래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훌륭한 건축가의 건물을 직접 찾아보고 도면을 ‘읽으며’ 상상하라고 한다. 건물 따로, 콘텐츠 따로인 시대가 끝난 만큼 건축 외에 전시, 공연,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며 경험과 생각의 폭을 넓히라는 점도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신주영 우리가 사는 곳이 걸을 만한 곳이 되면 좋겠다. 모든 건축, 도시 공간은 결국 삶의 배경이자 경계선이다. 도시의 경계선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담을 쌓아 단지가 성城이 되면 도시는 더 나아지지 않는다. 작업 중 건폐율이 60%라면 나머지 40%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건축가로 남아 사람들이 좀 더 좋은 배경에서 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황현혜 시민 의식을 잘 키워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고민해서 공공에 내준 공간이 원래 의도와 달라지고 관리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건축주는 담을 올리게 된다. 공공 발주 프로젝트의 경우 허울뿐인 공개 공지나 단순히 경관을 마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공 후 지속 가능한 방법을 모색할 때 좋은 공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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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민정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공학박사) 사진 정승룡(아잉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