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피스앤플렌티&프로토 이민들레, 이달래 부산과 디자인이라는 삶의 조각
이민들레와 이달래는 부산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피스앤플렌티’와 디자이너 커뮤니티 ‘프로토’를 함께 운영하는 자매 디자이너다. 2010년 초까지 디자이너 간 교류가 전무했던 부산에 처음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도입, 오늘날 주목받는 느슨하고 다양한 컬렉티브 형태의 협업을 지역에서도 가능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디자이너에 대한 낯선 인식 그리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부산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지금의 피스앤플렌티와 프로토는 긴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결과물인 셈. 이제는 ‘부산’과 ‘디자인’ 두 키워드가 삶이 된 이들은 로컬 디자이너로서 스튜디오 운영과 커뮤니티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peacenplenty.com @pea.ple.works, group-proto.com @group.proto








2021 그리드 소셜 미션 챌린지 포스터와 애플리케이션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의뢰로 제작한 그래픽 디자인. 환경 ·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벤처를 모집하는 내용에 맞춰 지구와 자연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건강 음료 브랜드 ‘사람구실’ 패키지
베러먼데이코리아에서 출시한 ‘사람구실’은 피곤한 현대인을 위한 건강 음료로 곰 캐릭터 ‘베구실’을 내세워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행사인 커뮤니티비프를 위한 포스터 시리즈를 디자인했다.


부산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로 취업을 생각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에 남는 쪽으로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졸업 후 서울로 간 친구들의 커리어와 부산에서 내가 쌓을 수 있는 커리어의 차이가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활동했다면 부산에서만큼 즐겁게 디자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아찔해진다.

스튜디오를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동기가 궁금하다.
편집 디자이너로 여러 에이전시에서 일했다. 신입 때부터 막연히 사장이 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는데 당시 철야와 야근은 기본이고 제대로 된 휴가도 없는 회사의 업무 환경에 울분이 많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주변 친구와 동료가 업계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디자이너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조금씩 키우게 됐다.

“디자인을 하는 것과 디자인으로 창업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라는 브런치 글이 인상적이더라.
9년 차에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나왔다. 이후 반년 정도 프리랜서로 일했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장을 내게 되었다. 사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있고 컴퓨터만 있다면 창업은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디자인을 잘한다고 해서 스튜디오 운영이 다 잘되는 건 아니더라. 소규모 스튜디오도 결국 회사이고,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창업을 통해 배웠다.

최근 ‘보통의연구소’에서 ‘피스앤플렌티’로 스튜디오명을 변경했다.
사업 초기에는 소상공인처럼 디자인 솔루션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디자인으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보통의연구소’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들어오는 프로젝트의 성격과 비중이 달라졌고, 더 이상 그 이름에서 스튜디오의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대한 브랜딩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평화와 풍요’라는 뜻의 ‘피스앤플렌티Peace & Plenty’로 사명을 바꿨는데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모두 디자인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부산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은?
부산은 소비도시다. 로컬 기업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적다. 대신 아미동의 역사나 중앙동 원도심 일대의 이야기, 노포 음식점 등 부산의 콘텐츠를 새롭게 가공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할 때면 부산에 살면서도 여태 알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미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면 언제든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부산의 매력이다.

최근 부산의 크리에이티브 신이 주목받고 있다. 로컬 디자이너로서 이 현상과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디자인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부산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부에서 부산을 소비하면서 만들어지는 흐름이 많은 것 같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누군가 먼저 나서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예컨대 영도의 삼진이음처럼 부산 기반의 활동 주체가 신을 만들어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로컬에서 활동하는 시니어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산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운영한 지는 벌써 7년이 흘렀다. 본래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한 모임이라고 알고 있다.
2014년 말 카페를 열기 전까지 부산에는 디자이너 커뮤니티가 전무했다. 이때 부산 디자이너 모임이라는 정직한 이름을 내걸고 ‘부산 디자이너’라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찾아오는 이들과 함께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이후 약간의 변화를 거쳐 현재는 북 토크, 일러스트레이션 클래스, 법률 상담회, 연사 초청 강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즘 진행하는 ‘먼슬리 포스터’와 ‘스티커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의 참여율이 높다. 매달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졌다.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재 프로토 활동은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 중이다. 오히려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전국 각지의 디자이너와 부산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만나 협업의 싹이 트는 오프라인 모임은 포기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상황이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로컬 디자이너로서 한마디 한다면?
지역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디자인은 완성된 결과물을 향해 나아가는 즐거운 과정이기에 부산이든 서울이든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지역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버틴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지역이라고 해서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누군가는 남아서 이곳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월간 〈디자인〉×프로토

디자이너들은 부산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이민들레, 이달래가 이끄는 로컬 디자이너 그룹 프로토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매달 한 가지 주제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먼슬리 포스터’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부산을 주제로 월간 〈디자인〉과 함께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포스터는 프로토 인스타그램( group.proto)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1 〈산복〉 오은화 5_movie
산복도로는 개항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이방인과 피난민을 품어준 곳이다. 다소 거친 타이포와 판잣집을 나타내는 작은 패턴으로 산복도로에 담긴 애환을 표현했다.




2 〈Coco Sun Stick〉 김샤론 sharon_loves_bigmac
주거지역과 인접한 곳에서 서핑을 할 수 있는 것은 부산만의 특징이다. 해안가를 따라 빼곡히 들어선 빌딩을 배경으로 언제든 원할 때 바다로 향할 수 있는 로컬 서퍼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도시의 매력을 나타냈다.




3 〈골목멋〉 김현우 blog.naver.com/msgstudio
부산을 상징하는 명물 부산타워 아래로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는 골목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그래픽으로 표현한 부산타워와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빼곡한 간판, 살짝 들려오는 사투리, 다이내믹한 부산의 골목을 실제로 걷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4 〈다함께 말해봐요, 블루베리 스무디〉 채지연 son_ddami
‘블루베리 스무디’를 소리 내서 말하면 누가 부산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는 농담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노래하는 듯한 특유의 고저가 담긴 억양이 드러나는 단어를 쏟아지는 듯한 타이포그래피와 화살표로 표현했다.

Share +
바이라인 : 글 이정훈 객원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인물 사진 정승룡(아잉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