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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DUB Revolution 국제관: 덥 레볼루션
국제관의 콘셉트 ‘덥 레볼루션’은 비엔날레에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덥dub은 1920년대 후반 유성 영화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표현이다. 영화에 사운드트랙을 추가하는 것을 더빙이라고 하는데 이는 더블double의 비공식적인 약어였다. 덥 역시 더블의 축약어다. 국제관에서 보여주는 덥은 새로운 독창성을 표방하며 외국의 재료와 현지의 풍미를 재조합하는 예술적 행위다. 다시 말해 다양한 요소의 창조적 혼종이 바로 덥인 셈이다. 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면서 덥을 소개하는 덥 스테이지Dub Stage, ‘국제섬’들이 춤추는 덥 플로어Dub Floor, 그리고 덥 레코드Dub Record로 구성된 국제관은 전시장 내에 부스별 경계를 나누는 파티션 구조물을 없애고 덥이 지닌 상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열린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기획 시모네 카레나Simone Carena
기획 보조 김민지


사운드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은 미디어 월 ‘사운덥 시스템’이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이닐 레코드를 연상시키는 직경 356cm의 전시 테이블 위에 큐레이션한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의 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덥 스테이지
음악적 기법으로서 덥은 자메이카에서 탄생했다. 덥의 기원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블루스에서 멘토로, 스카에서 레게로 진화하던 때다. 당시 DJ와 MC들은 전기 발전기, 턴테이블, 악기와 마이크에 연결한 대형 스피커를 트럭에 싣고 자메이카 곳곳을 누비며 댄스 배틀을 열곤 했다. 이때 덥 뮤지션들은 현장에서 마치 벽처럼 음향 장비를 쌓아 올렸는데 이 벽체를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덥 뮤지션들은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음악에서 리듬부만 남기고 나머지 요소는 제거했으며, 다른 샘플들과 각종 음향 효과, 그리고 훗날 랩으로 진화하는 리드미컬한 ‘연설’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믹싱, 즉 더빙했다. 여기서 더빙이 주는 메시지는 오락과 정치의 혼합, 운동과 사상의 혁명이었다.

모토엘라스티코 대표이자 국제관 큐레이터를 맡은 시모네 카레나Simone Carena는 덥 마스터로서 자메이카에서 출발한 덥과 여기서 파생된 풍성한 문화적 자원을 광주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서 지낸 수년 동안 한류를 강렬하게 경험하면서 한국 디자인과 문화의 잠재력을 느꼈다. 자메이카처럼 식민지 지배의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선 한국은 ‘디-레볼루션’이라는 전 지구적 사명을 떠맡은 일종의 발전소라 할 수 있다.” 굴곡진 역사를 지나왔다는 것 외에도 덥 문화와 한국의 디자인·문화 사이에는 여러 공통분모가 있다. 예컨대 여러 문화의 혼재 속에서 새로운 창조성을 찾았다는 점, 문화의 변방에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으로 성장했다는 점 등이다. 둘 사이의 공통점을 발굴해낸 국제관은 오리지널리티를 넘어 새로운 창조를 모색하는 혁명에 대한 일종의 헌사다. 국제관의 인트로를 장식하는 ‘사운덥 시스템soundub system’은 모토엘라스티코가 디자인하고 퍼니페이퍼가 제작과 설치를 맡았다. 허니콤보드(벌집 구조의 골판지)를 활용해 구조를 완성한 이 작품은 사운드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덥 스테이지 참여 작가의 작품을 레이블 그래픽에 담아 소개하는 일종의 ‘미디어 월’로 기능한다. 또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덥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그라피티와 스티커 등 혁명 및 정치적 선전 구호 등을 암시하는 각종 그래픽으로 표면을 장식했다.

사운덥 시스템에서 소개한 전 세계 아티스트의 레이블과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심에는 사회 변혁의 아이콘이자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밥 말리가 있다. 밥 말리가 1965년 설립한 레코드 레이블 회사 터프 공Tuff Gong은 그의 닉네임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이곳에서 출시한 레게 밴드 ‘밥 말리 & 더 웨일러스Bob Marley & The Wailers’의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시장에서는 밴드의 스페셜 컬러 바이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가상의 투어 콘서트를 열어 눈길을 모은다. 터프 공의 현재 CEO는 가수이자 작가, 패션 디자이너, 기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밥 말리의 첫째 딸 세델라 말리Cedella Marley인데 그가 어린이를 위해 출판한 서적과 지속 가능한 재료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을 소개한 코너도 전시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한편 말리 그룹은 밥 말리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로 예술, 사람,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친환경 재료를 적용한 음향 장비를 생산하는 ‘하우스 오브 말리’부터 지속 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결합한 말리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국제관은 터프 공과 하우스 오브 말리의 도움을 받아 희귀 바이닐과 함께 고품질로 감상할 수 있는 턴테이블, 헤드폰, 스피커 등의 장비를 갖추었다.

LA 기반의 저명한 레게 역사가이자 라디오 프로그램 〈레게 비트Reggae Beat〉의 공동 진행자였던 로저 스테판스Roger Steffens도 국제관에 합류했다. 밥 말리의 가족과 지인 등 75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So Much Things to Say〉를 출간하기도 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요소를 선택하고 리믹스하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을 거쳐 조화로운 결과를 내놓는 것이야말로 덥과 디자인의 공통점”이라고 통찰하는 에세이 ‘인트로덥션IntroDUBtion’을 레이블 형태로 인쇄해 공개한다. 또 그가 직접 큐레이팅한 레게 관련 서적과 덥 아이템들을 함께 전시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한다.




패션, 서적, 바이닐 등을 전시한 ‘세델라 말리 덥’.


로저 스테판스의 에세이 ‘인트로덥션’.


국제관 전시 콘텐츠를 콜라주한 ‘덥 포엠Dub Poem’.



interview
로저 스테판스 레게 역사가

당신은 전 세계에 밥 말리와 레게 문화를 전파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레게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79살의 ‘늙지 않는 히피’가 바로 나다. 밥 말리의 삶과 레게, 덥 뮤직 역사에 대한 책을 지금까지 7권 냈고, 27년간 레게 그래미 위원회 창립 회장을 맡고 있다. 1979년 파트너인 행크 홀메스Hank Holmes와 함께 KCRW 라디오 프로그램 〈레게 비트〉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 게스트가 바로 밥 말리였다. 〈레게 비트〉는 130여 곳의 스테이션에서 송출하는 LA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기획한 멀티미디어 저작물 〈밥 말리의 삶(Life of Bob Marley)〉은 미국 의회 도서관, 그래미 뮤지엄, 스미소니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나는 ‘로저 스테판스의 레게 아카이브’라고 불리는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무려 7개의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당신이 말하는 레게 문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인 ‘디-레볼루션’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다고 보나?
알앤비, 스카Ska, 가스펠, 두왑, 랩, 일렉트로니카 등 많은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레게 뮤직은 심장이 뛰는 리듬과 위대한 가사로 구성되어 있다. 자메이카에서 1930년대부터 퍼진 신흥 종교이자 사상 운동인 라스타파리 무브먼트Rastafari Movement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데 밥 말리도 신도였다. 레게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예술과 디자인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전 세계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러 콘텐츠를 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케이팝 문화처럼 말이다. 레게 문화의 다양성과 긍정성은 디-레볼루션이라는 주제와 무척 잘 결부된다고 본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경험하길 원하나?
나는 삶을 통해 ‘기대는 항상 예상을 비켜 간다’는 진실을 배웠다.(웃음) 그러나 밥 말리나 레게, 덥 뮤직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비엔날레에 와서 덥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길 희망한다. 우리가 마음을 연다면 서로에게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재발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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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