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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d-Revolution for Evolution 체험관: 진화가 되는 혁명
진화는 곧 혁명이었고, 혁명은 진화를 만들어냈다. 이 둘은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혁명은 결국 일상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의 결과니까. 체험관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궁극적으로 진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역설한다. 전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작은 일상의 변화가 어떻게 혁명의 구성 요소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일상’, ‘공존’, ‘노력’, ‘가치’라는 네 가지 테마를 강조한다. 이에 기반해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일상’,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공존’을 추구하는 태도,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사회적 ‘노력’, 경계를 넘어 소셜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가치’를 전시장 곳곳에 담았다. 이 모든 것은 혁명적 변화를 통해 한 걸음씩 진화하는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기획 조영준
기획 보조 박보람
리서치 이진희






2020년 열린 두 번째 〈꼴값쇼〉전.

참여 작가 엉뚱상상(대표 최치영), letters-branding.com

꼴값쇼: 엉뚱상상 2.0
‘엉뚱상상’은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 브랜딩 쇼 스튜디오 이름으로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본다’가 모토다. 그런 엉뚱상상에게 글자는 단순히 읽고 쓰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닌, 만지는 놀이 도구, 입체적인 감각의 도구, 나아가 브랜딩 도구가 된다. 스튜디오명처럼 글자를 가지고 엉뚱하고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치는 것. 지난 2019년 윤디자인 30주년을 기점으로 엉뚱상상은 폰트를 주제로 한 〈꼴값쇼〉전을 매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타이포그래피의 미래를 제안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첫 번째 〈꼴값쇼〉전은 폰트 파일을 글자가 아닌 그래픽 오브제로 재구성해서 출력하는 실험을 선보였고, 작년에는 직접 제작한 폰트 파일을 종이에서 읽는 방식(read) 대신 공간 안에서 보는 방식(see)으로 출력하는 전시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폰트는 엉뚱상상에게 ‘활자 한 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시장으로 초대된 서체 디자이너, 폰트 파일 개발자, 인터랙션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비주얼 엔지니어, 사운드 디자이너는 각자의 방식으로 폰트 파일에 존재하는 글자 형태(form)의 값(value)을 재결합해 보여준다(present). 이 과정에서 폰트는 새로운 시각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빛과 소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폰트를 공감각적으로 체험 가능한 매체로 확장시키는 실험인 셈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엉뚱상상은 미래를 위한 디지털 폰트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엉뚱상상’ 폰트를 제안한다. ‘글자가 입을 떼는 순간’이라는 콘셉트로 데이터값에 반응해 형태가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삐 풀린 폰트는 고정된 각인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생명체에 더 가까워 보인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8일까지 열렸던 예술의전당 〈내일의 예술〉전 당시 선보인 ‘신명: 풀림과 맺음’.

참여 작가 이스트허그(대표 고동욱), easthug_official

신명, 풀림과 맺음
이스트허그EASThug는 무대 디자이너이자 영상 디자이너인 고동욱 대표를 중심으로 결성된 미디어 아트 그룹이다. 그래픽, 사운드, 조형,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예술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2020년 ‘굿, 트랜스 그리고 신명’을 시작으로 자체 기획한 공연과 전시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명’ 연작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받으면서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이번에 전시하는 ‘신명: 풀림과 맺음’은 황해도 강신무 굿에서 영감을 얻은 비트와 빛으로 만들어낸 현대판 굿이다. 예로부터 굿은 신에게 간절하게 기원하는 제의이자 지역 놀이 문화와 결합한 열린 축제였다. 전통 예술의 하나로 굿을 바라보는 이스트허그는 무아지경에 오른 무당의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빠른 템포의 전자음악을 장내로 흘러보낸다. 굿 음악은 전자음악의 한 장르인 트랜스 뮤직과 매우 유사한데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빠르고 리듬감 있는 연주를 무한 반복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테크노 샤머니즘에 기반한 몽환적인 음악을 들으면서 미디어 아트와 접신하는 관람객은 비현실적 세계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장에 설치된 직육면체의 파빌리온은 z축을 기준으로 했을 때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는 20개의 공간으로 분할되는 형태다. 이 파빌리온을 그리드로 나누면 총 60개의 공간이 x, y, z축을 중심으로 생겨난다. 처음 20개의 공간은 사회 속 개개인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갈 수 없는 나머지 40개의 공간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비대면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까이 있어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이기에 공허감을 줄 법도 하지만 이스트허그는 작품에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한다. 공간을 제약하는 그리드 사이를 넘나드는 선형의 빛은 굿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뇌파 데이터를 수집해 LED 입자로 치환한 것이다. 작품명처럼 신명 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통해 비현실적 세계에서 ‘풀림과 맺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참여 작가 양민하, yangminha.com

유니파이드Unified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신작 ‘유니파이드’를 선보인다. 가로 8m, 세로 8m, 높이 4m에 달하는 공간 삼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으로, 30초마다 표출되는 텍스트와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인터랙션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인터랙션이 필요한 미디어 작품을 제작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상황에 대한 형식적 지침과 알고리즘을 유희적으로 표현했다. 작업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명령어나 전문 용어를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용어적 정의에 부합하는 인터랙션을 보여주는 식으로 농담을 건네는 것. 예컨대 “옵티컬플로우 알고리즘의 강렬한 반응도와 높은 사용 빈도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획일적인 인상과 높은 관련이 있다”라는 문장이 투사될 때 각 글자의 외곽선이 관람객의 동작과 직접적으로 반응하면서 벽면으로 흘러다니는 식이다. 획일적으로 용어를 정의한 문장을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동적인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기술이 지닌 권위를 손쉽게 해체하고자 시도했다.



‘Infinite Movement in the Cosmic Dimension’.


‘반원 위의 양자요동’.

참여 작가 빠키, playvakki.com
협업 한컴그룹(회장 김상철), hancomgroup.com

불규칙한 기하학의 관계
빠빠빠탐구소를 운영하는 빠키Vakki는 불안과 불규칙으로 가득한 무질서한 상태에서 ‘놀이’라는 의식을 통해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아티스트다. 그는 사물이 정해진 궤도 안에서 움직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모든 것은 순환하고 반복된다는 것이 작업의 시작점. 주변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선, 면, 컬러 등으로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기하학적 요소로 반복해나가는 데 몰두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빠키는 한컴그룹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불규칙한 기하학의 관계’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희적이고 소통하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에서 조합과 반복을 이용한 패턴 이미지를 불규칙 속에서 규칙을 만들어가면서 펼치는 것. 또 체험관의 취지에 걸맞게 움직이는 인스털레이션 주변으로 빠키 특유의 그래픽 패턴을 적용한 의상을 전시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입어보고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의상을 걸친 사람조차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의도한 것. 일종의 퍼포먼서로 초대된 관람객들은 작품과 함께 유희적 체험을 하며 전시를 즐기게 된다. 이때가 바로 불규칙한 기하학의 관계 속에서 놀이를 통해 규칙과 조화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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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서민경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