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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컬래버레이션 디자인 국민 볼펜의 합리적 반란 ‘모나미’


모나미 볼펜 153의 판매를 위해 당시 문구업체로는 이례적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잉크가 흐르지 않는 유성 볼펜
1960년대 국내 필기구 시장은 연필과 만년필이 주름잡고 있었다. 수시로 잉크를 보충하며 일일이 펜촉에 찍어 쓰는 만년필이 특히 대세였다. 중요 문서에 잉크를 엎지르는 곤혹스러운 일도 허다했다. ‘모나미 볼펜 153(이하 153)’의 출시는 당시 잉크와 종이의 누수를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62년 국제산업박람회에서 유성 볼펜을 처음 접한 창업주 송삼석 회장의 호기심이 ‘만년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고, 이후 잉크 기술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리고 1963년 5월 1일 153이 탄생했다. 보디, 헤드, 노크, 스프링, 볼펜 심 총 5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 책상에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형태는 ‘육각 몸체’로 설계했는데, 이곳에 몽당연필을 꽂아 쓰는 소비자들 덕분에 독특한 쓰임새를 덤으로 얻게 됐다. 출시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킨 153은 산업화 추세와 맞물려 해마다 판매량이 치솟았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할 수 있다는 간편함과 하나쯤 잃어버려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성비, 보면 볼수록 친근한 디자인이 성공 요인이었다. 무엇보다 제품의 결점이 대두될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보완했던 기술력이 볼펜의 대중화에 박차를 가했다. 153의 파급력 때문이었을까. ‘광신화학공업’이라는 상호로 출발했던 브랜드는 1974년 아예 사명을 ‘모나미’로 변경했다. 이탈리아어로 ‘나의 친구’를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153은 한 집에 하나씩은 있다는 국민 볼펜으로 자리매김했다.



1963년, 모나미 볼펜 153 출시.


1988년 성수동 1, 2공장을 떠나 안산으로 이전.

문구 외길 153의 영민한 변신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153은 디자인을 고수했다. 내구성 강화를 위해 머리와 몸체의 연결부를 바꾼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3년,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판 제품이 화제를 모으자 모나미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시작했다. 금속 소재와 고급 심을 적용해 사양만 높였을 뿐인데, 2만 원의 가격대로 1만 개만 생산했던 제품이 1시간 만에 품절됐다. 당시 153 오리지널의 가격은 300원이었다. 자사 직원들조차 ‘무난하고 저렴하다’고 인식했던 모나미는 유쾌한 품귀 현상을 목도한 이후 고급화를 내세웠다. 제품에 무조건 ‘프리미엄’을 붙이는 방식은 아니었다. 최근 유통업계의 키워드로 손꼽히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문구 상품이 여전히 소구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153을 활용해 패션, 제약, 식품, 운송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갔다.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면서도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동화약품과 함께 선보인 ‘활명수×모나미 볼펜153’은 123개 한정 수량을 1시간 만에 완판했으며, 올해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터치 펜을 출시했다. S펜의 주요 부품인 모듈과 모나미 펜을 결합해 상용화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고, 모나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통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필기구를 대체하는 도구가 쉴새없이 쏟아지고, ‘학령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직격탄을 맞는 오늘날까지 유성 볼펜이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 아닐까. 모나미 마케팅팀 신동호 부장은 “고급화와 희소성을 추구하지만, 한국인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근함이 모나미가 지닌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며 문구류 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153은 현재까지도 일 평균 20만 자루를 생산하고 있다. 길이 14.5cm인 이 제품의 1년 생산량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무려 1만 1000km, 서울에서 뉴욕까지 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monami.com



동화약품 활명수×모나미 볼펜 153.


삼성 갤럭시 S21×모나미 볼펜 153.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

Q. 모나미의 브랜드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람 중심의 실용적 브랜드. 1960년대에 153은 실용성을 중시했고, 지금까지도 가성비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이러한 이미지에 ‘프리미엄’을 입히고 있지만, 여기에는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배경이 있다. 모나미는 궁극적으로 ‘대중적’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Q. 최근 ‘협업 장인’으로서 대세를 입증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0년도부터 학령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문구류를 찾는 세대도 그만큼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MZ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디자인,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며 재미를 추구한다. 콘셉트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고 한정판 상품으로 희소가치를 높였던 것은 전부 다채롭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Q. 협업 브랜드를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한다. 모나미의 브랜드 정체성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리고 MZ세대의 소구 포인트를 겨냥할 수 있는지. 1위 기업,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윤리적으로 뒷받침되는 기업인지를 검증하는 편이다. 두 브랜드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절대 협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공유에 대한 타당한 이해가 선행될 때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친환경에 힘을 쏟는 기업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


1963년 회화구류를 생산하던 광신화학공업에서 모나미 볼펜 153 생산을 개시했다.
1974년 주식 상장과 함께 주식회사 모나미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3년 모나미 볼펜153 5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2015년 서울 합정동에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 1호점을 열었다. 디자인은 마음 스튜디오에서 맡았으며 공간 콘셉트는 펜이 아니라 종이였다.
2018년 고급 필기구 ‘153 NEO 만년필’을 론칭했다. 롯데백화점 부산점·평촌점, MCC 합정에 ‘모나미 스토어’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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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정인호 기자 자료 제공 모나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