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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Space Winner 롤리폴리 꼬또 : 스튜디오베이스











롤리폴리 꼬또
디자인 스튜디오베이스(대표 전범진), studiovase.com
참여 디자이너 전범진
클라이언트 오뚜기
발표 시기 2020년 11월
사진 ©박우진

롤리폴리 꼬또는 식품 회사 오뚜기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 로고나 라면, 카레, 케첩을 떠올린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극적인 구성과 다채로운 연출로 오뚜기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도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넌지시 전해준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한적한 주택가에 들어선 붉은 벽돌 건물. 한눈에 목적이 읽히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공간의 이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롤리폴리 꼬또는 오뚝이의 영문 ‘롤리폴리 토이rolypoly toy’와 벽돌로 만든 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꼬또cotto’를 조합한 단어다. 오뚝이를 형상화한 문손잡이, 풍경(이혜미 작가), 세라믹 오브제(이헌정 작가), 토머스 헤더윅의 스펀 체어 등 롤리폴리 토이를 연상시키는 사물이 각기 다른 표정과 물성으로 공간을 암시한다. 지극히 은유적이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과도한 수사는 아니다.

구석구석 둘러보며 보물을 하나씩 찾는 유희적 장치에 가깝다. 자칫 장난스럽고 유치해질 법한 공간 연출에 대해 스튜디오베이스 전범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오뚝이를 갖고 놀았다. 반면 지금 30대는 그렇지 않다. 오뚜기라는 상표를 먼저 접한 탓에 오뚝이라는 표준어를 상실했다. 그보다 젊은 세대는 어떨까? 아마 브랜드 이름조차 생소할 것이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들여다본 오뚜기는 또 달랐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결같으면서 혁신을 추구하고 순진하면서도 힘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과업은 소비자가 오해한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브랜딩이었다.” 디자이너가 이토록 친근한 속내로 브랜드를 해석하며 메타포라는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오래된 기업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공간적 해법이다. 건강하고 착한 이미지와 촌스럽고 보수적인 이미지 모두 해당하는 장수 기업에 세련된 감각을 입혀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10~20대에게는 새로운 이미지를, 30대에게는 인식의 전환을, 40~50대에게는 추억을 전하는 셈이다. 전범진은 롤리폴리 꼬또의 네이밍부터 브랜딩, 공간 기획, 공간 디자인, 스타일링 그리고 제품 및 그래픽 디자인까지 전부 관여했다. 공간을 관통하는 언어를 일관성 있게 이끌어간 점이 돋보이는데 기존 건물 2개에 숨어 있는 정원을 하나로 합쳐 매개 역할을 부여한 디자인이 주효했다.



케이브Cave(동굴), 큐브Cube(상자), 슬로프Slope(언덕), 살라Sala(거실) 등 흩어진 여섯 공간은 이 정원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각각의 역할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하며 입체적인 시퀀스를 만든다. 가든에서 바라보는 살라의 전면, 바람에 흔들리고 빛에 반응하는 4800여 개의 노란 스팽글도 시선을 끈다. 기업의 상징 컬러를 적용하되 진부하지 않은 표현으로 색에 깊이를 준 결과다. 주재료인 붉은 벽돌의 적층에서 이런 식의 변주는 점입가경을 이룬다. 전체 공간에 사용한 벽돌은 약 10만 800장. 이를 쌓는 방식이 다양해 재료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이기도 한다. “건축 요소로서 벽돌은 가장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재 중 하나다. 시대가 바뀌어도 벽돌을 구축하는 공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야 한다. 이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이어가는 오뚜기의 기업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롤리폴리 꼬또는 브랜드가 한 걸음 뒤에 숨은 공간이다. 역설적이게도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공간이 지시하는 대상이 오뚜기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된다. 그럼에도 롤리폴리 꼬또가 불편하거나 소모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은유와 대상 사이의 틈새를 순수한 물성과 이를 직조하는 섬세함으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로고, 그래픽, 제품 등 브랜드를 표상하는 여러 디자인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상상을 남기는 건 결국 사람의 손이 닿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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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정인호 기자 인물 사진 이경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