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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선택과 추천의 기로에서 구독할 것이냐 말 것이냐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 1000억 원,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술도 이 구독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종목 중 하나다. 한 달 생활비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이미 술값으로 소비하고 있다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 BI 디자인 술담화 디자인팀
술 구독 서비스는 예상되는 한계가 있다. 술을 정말 좋아하는 이들은 직접 고르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뭔가를 진짜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기 위해 수반되는 얼마간의 수고를 견딘다는 뜻이고, 이는 애초에 편리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 행복이다.

일본경제신문의 자회사 닛케이BP가 펴낸 〈구독 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사케 구독 서비스의 한계를 짚었다. ‘사케 라이프’는 500년이 넘은 주류 전문점 오너가 매달 사케를 직접 선정하는 것으로 론칭 초기에는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서비스에 가입한 지 2년쯤 된 고객들이 구독을 종료하는 현상이 계속 발생했다. 회원들의 마지막 인사는 공통적으로 ‘나에게 맞는 사케가 무엇인지 알려줘서 고맙다’였다. 그러니까 취향의 심화 과정은 타자의 큐레이션에서 벗어나 직접 엄선해보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우리술한잔.
한국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아직 소비자의 이탈까지 걱정할 때는 아니다. 전통주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맥주나 소주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한 술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따라서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술담화는 2030 직장인을 타깃으로 다정한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전통주라고 해서 한옥과 개량 한복, 호리병, 붓글씨 등을 떠올렸다면 술담화의 브랜딩을 보고 생각이 좀 달라질 것이다. 술을 상징하는 세모, 친근한 노란색 말풍선, 청량한 파랑 꽃을 도형으로 표현한 로고 그래픽은 그 어떤 과거의 술 이미지도 연상시키지 않는다. 아직 ‘나와 전통주의 관계’가 덜 형성되었다면 구독료 월 4만~5만 원에 담화박스에 담겨 소개되는 3병의 전통주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술담화도 앞서 언급한 사케 라이프가 지닌 한계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담화박스에 전달하는 구독 서비스는 전통주 시장 자체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이고, 다양한 전통주를 판매하는 담화마켓을 키워 구독 종료 이후에도 소비가 이어지도록 구매할 수 있는 풀을 키우는 중이다. 술담화가 넓은 경험을 지향한다면 우리술한잔은 깊은 경험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구독 박스를 전달할 때 술뿐 아니라 그와 어울리는 도예가의 잔이나 병도 함께 전달한다. 술맛, 술을 따라 마시는 행위, 잔 형태와 손과 입에 닿는 감촉의 경험까지 함께 구독시키는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와인을 큐레이션해주는 퍼플독. BI 디자인 퍼플독 디자인팀
누군가의 큐레이션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더하고 싶다면 퍼플독을 구독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와인 구독 시장을 연 퍼플독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와인을 골라 보낸다. 이 맞춤 서비스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와인과 사용자를 리매칭한다. 입맛은 형성된 후에도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인데 이를 AI를 통해 기록하고, 이에 맞춰 업데이트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직접 술을 고르고 싶어 하는 심화 과정에 있는 사람도 일정 부분 나의 취향이 반영된 추천 리스트이니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매번 선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데에서 온다고 했던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원하면서 선택이 초래하는 실패는 줄이고 싶다면 구독 서비스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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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슬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