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모아 모아 마음 모아 디자이너의 크라우드 펀딩 북 금종각 Golden Bell Temple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금종각의 이지현. 그의 크라우드 펀딩은 2017년 당시 다니던 회사 업무에서 비롯됐다. 줄곧 ‘눈팅’과 후원으로만 재밌는 프로젝트를 좇다가 처음 용기를 내어 시작한 것이 72가지 종이를 엮어 만든 ‘72노트’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아이템인지라 어떻게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3개 나라에서 동시에 펀딩을 오픈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600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이며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이 외에 직접 진행하거나 디자이너로 참여한 프로젝트로 로컬 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게들〉, 책방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태재의 〈스무스〉 〈책방이 싫어질 때〉, 사진가 이동춘의 〈한옥·보다·읽다〉, 사진가 김동현의 〈MUT: Street Fashion of Seoul〉 등이 있는데 모두 높은 달성률을 자랑한다.



PROJECT 〈MUT: Street Fashion of Seoul〉
노인의 길거리 옷차림을 기록한 포토그래퍼 김동현의 사진집. 2년 6개월 동안 주말마다 동묘를 드나들며 사진을 찍었다. 6000장의 사진 중에서 고르고 고른 이미지에서는 꽤나 지독하고 고집스러운 기운이 패션 스타일에서 묻어난다. 저마다의 개성이 연륜만큼 쌓여 당당한 에너지를 만들어낸 모양이다. ‘패션은 자신감’이라는 현대식 격언이 농담기 쫙 빼고 이해되는 순간. 멋지다는 말 외에는 대부분 사족이다.

디자인 금종각 사진·기획 김동현 펴낸곳 미화출판사


크라우드 펀딩을 결심한 이유 사진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3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들으며 사진을 보는데 ‘이건 크라우드 펀딩으로 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성공을 위해
디자인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펀딩에 포인트를 잡는 일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텀블벅으로 치면 ‘스토리를 어떻게 작성해야 사람들이 제대로 봐줄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작가와 작업을 듣고 본 사람으로서 느꼈던 매력을 똑같이 전달해야 하니까. 자기 작업의 매력 포인트를 직접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기에 타인의 적절한 손길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책의 경우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분 이하다.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정말 많은 기회를 가진다. 창작자의 소셜 미디어도 방문할 수 있고, 또 책에서 시작해도 사진 클래스를 연다거나 출사를 간다거나 다각도로 확장할 수 있다. 결과물만큼이나 작업 과정에서 겪은 재미있고 자랑이 될 만한 부분이 많다. 가령 결과물만 싣는 책에서는 김동현 작가가 낮에 사진 찍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동대문 새벽 시장으로 일을 나간 노력은 볼 수 없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이라면 잘 알릴 수 있다. 독자, 후원자들이 ‘와, 이렇게 작업에 진심이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이 펀딩의 맛이다. 작가와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독자가 재밌어할 부분을 스토리로 뽑아내는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내용은 책 디자인에도 반영된다.

기쁨과 슬픔 슬픔보단 기쁨이 크다. 후원자들은 책의 실물을 보지 않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책을 믿고 턱턱 후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창작자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펀딩과 후원이 반복되면 독자와 창작자 간에 유대감도 생긴다. 굳이 슬픔을 꼽으라면 긴장감. 운 좋게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매번 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성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긴장된다. 특히 펀딩을 돕는 입장일 때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때(펀딩 전)는 몰랐고 지금(펀딩 후)은 알게 된 것
준비할 게 많더라도 펀딩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이득 정도가 아니라 꼭 해야 한다는 쪽이다. 펀딩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책 내용, 전달 방법, 디자인 등 무언가 더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자체로 크라우드 펀딩은 아주 좋은 장치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소회
책이 큰 화제가 되어 영국 〈더 가디언〉에도 소개됐고, 김동현 사진가는 스위스 대사관으로부터 발표자로 초청도 받았다.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가 이렇게 주목받는 게 기뻤다. 특히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것에 보람이 컸다. 위기 김동현 사진가와 표지 사진을 두고 의견 차이가 많았다. 고민 끝에 세 가지 모두 시도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니 독자가 원하는 표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요는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제작 전에 독자의 의견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웠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을 구매한 경험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디자인,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 관련 도서를 주로 후원했다. 〈프리랜서 세금 가이드〉, 여러 가지 박 인쇄 샘플을 볼 수 있는 유어마인드의 〈후가공 박 견본집〉, CMYK 컬러 조합을 인쇄된 모양으로 볼 수 있는 〈CMYK 컬러 인쇄 가이드〉, 신속한 서체 탐색을 위한 〈서체 가이드 키트〉, 행간, 자간, 글자 크기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글자 틈 사이〉 등 디자이너로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 텀블벅에 많다.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노력해서 론칭했는데 성과도 없고 사람들에게 후원해달라는 아쉬운 소리 하느라 ‘쪽만 팔릴’까 봐 걱정된다면, 바로 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이 잘못된 길로 흘러가는 것을 견제하는 방법이다. 후원이 잘 안된다면, 표지로만 어필하는 서점에서는 더 안 팔릴 수 있다. 독자와 소통이 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라면 힘들더라도 시도해보는 게 좋다.

디자이너에게 크라우드 펀딩이란
작업물을 잘 요리할 수만 있다면 많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요술봉!

Share +
바이라인 : 글 유다미 객원기자 담당 박슬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