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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KDA Space Design_ARCHITECTURE WINNER 푸하하하 프렌즈 :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

스페이스 부문에서 카페와 스테이의 비중이 이토록 높은 적이 있었을까? 올해 출품작은 현대건축의 시대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흥미롭다는 평이었다. 상업 공간 또한 건축의 주요한 작업 대상이 된 오늘날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이를 내세우며 기존 건축가가 행하지 않은 퍼포먼스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대구 미래농원과 호지. 모두 셸터라는 기본 단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로 땅과 재료, 장소성과 당위성에 깊이 천착해 자신만의 문법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의 경우 전작 ‘브릭웰’로 2020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스페이스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지붕감각’부터 ‘윤슬’, ‘브릭웰’, ‘대구 미래농원’까지 연결성 있는 작업으로 ‘파빌리온의 건축화’를 이룬 듯하다는 의견이었다. 호지 또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후보작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한 번쯤 화두로 던질 만한 근린생활시설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기존 어법과는 전혀 다른 간결함으로 풍부한 공간적 감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푸하하하 프렌즈의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건조한 도시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지만 정작 그 얼굴은 무표정하다는 반전에서 푸하하하 프렌즈의 위트와 해학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들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
디자인 푸하하하 프렌즈(대표 한승재·한양규·윤한진), fhhhfriends.com
참여 디자이너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김학성, 최영광
클라이언트 김미정, 이주현, 이상현
발표 시기 2022년 10월
사진 김경태

건축물은 홀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과 건축, 자연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시간이 쌓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 이 연결과 만남의 결정적 키는 결국 사용자가 쥐고 있지만 건축가는 필연적으로 주인 없는 방과 용도 모를 빌딩을 짓기도 한다. 공간의 프로그램이 정해지기 전부터 건물을 올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도 마찬가지였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인데 임대차계약은 준공 이후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근린생활시설로서 이루기 힘든 성취를 탄탄한 어법과 은밀한 감각으로 보여주었다”라며 심사위원들이 호평한 이 작업의 초기 단계는 그야말로 방향키를 잃은 난항에 가까웠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사무실과 음식점이 밀집한 홍대 인근 골목. 사람이 많이 다니는 활기찬 장소지만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요란한 간판이 빼곡히 늘어선 거리다. 땅의 형태가 지저분하고 필지도 작기에 건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조차 별로 없었다. 주차장, 계단, 방수, 단열, 배관, 정화조 등 건물에 필요한 각종 설비를 갖추니 아무리 뜯어고쳐도 애매한 ㄱ자 형태의 필로티 입면을 벗어날 수 없었다. 법규가 곧 건물을 되는 형국이었다. 못생긴 거리에 못생긴 건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건축가로서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건물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무자비한 계획이 상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차례 목도했고, 우아하며 유익한 외부 공간이 되어야 할 필로티가 마치 공제받기 위한 수단처럼 인식되는 것도 싫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큰 단서는 역시나 건축주에게 있었다. 설계의 원점으로 돌아와 의뢰인이 보낸 메일을 다시 읽었을 때 가장 강력한 요구 사항은 바로 ‘단단하고 중심이 잘 잡힌 건물’이었다. 지저분한 골목에 이런 건물이 서 있는 모습이 쉽게 연상되진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건축주가 언급한 ‘중심’이라는 말에 착안해 건물 코어를 땅 한가운데로 옮기고 양옆으로 주차 공간을 배치했다. 면적도 가득 채워 설계했다. 가운데 돌림 계단을 따라 각 층에 도달하는 구성인데 계단참의 창문을 둥근 벽으로 가로막았다. 시선을 위로 올렸을 때 하늘과 연결되도록 천창을 만들고 발코니 측 창에는 의도적으로 유리를 끼우지 않았다. 파사드를 기준으로 좌측 창은 모두 열고, 가운데 창에는 외피를 한 겹 더 입히고, 우측 부분만 유리창으로 막은 것이다. 단단한 건물을 들어 올려 깨끗하게 비운 1층은 전면부를 외부 공간으로 계획했다.

흔히 상가 건물 1층은 커다란 창호로 마감해 실내가 훤히 보이는데 이곳은 그런 식의 구조가 피로감으로 다가오는 거리였다. 건물 속을 보여주는 대신 건물 겉을 좋은 품질의 콘크리트로 마감해 그 안에서 어떤 행위가 벌어지는지 궁금해하도록 계획했다. 임대 시설은 건물 뒤편에 배치해 큰 창문이 길거리 대신 나무를 향하도록 했다. 건물을 에워싼 콘크리트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그 아래로 나무가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정북 방향 사선제한을 피해 용적률을 높이고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근린생활시설의 일반 공식이라면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는 이 클리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푸하하하 프렌즈는 무엇보다 이곳이 ‘건물처럼 생긴 건물’이기를 바랐다. 다만 잘생긴 건물. 건축가들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을 당연한 곳에 두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당연하게 했을 뿐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하지만 사실상 이 과정은 가장 적합한 치수와 조형을 찾기 위한 치열한 싸움에 가까웠다. 어쩌면 의뢰인이 제시한 ‘단단하고 중심이 잘 잡힌’의 속내는 단순히 반듯하고 견고한 것을 넘어 보편성과 유연함까지 갖춘 건물을 얘기한 것이 아니었을까?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는 ‘건축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복잡한 담론에서 벗어나 ‘건축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재 이곳은 정치학교를 운영하는 ‘스튜디오 반전’이 사무실로 쓰고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한승재 소장은 건축물의 부제로 ‘현실처럼 비현실적인’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콘텍스트, 네모 건물에 네모 창문이 달린 투박한 골격이 심미성과 완결성을 갖춘 건물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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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정인호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아프로_이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