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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홍성태가 만난 경영인들의 마케팅 이야기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긴밀히 협조하여 작업하는 오늘날 디자이너는 마케터적인 감각과 사고를 이해하고 함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월간 <디자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마케터와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경영인에게 마케팅에 대한 생생한 경험과 생각을 들어본다. 인터뷰는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홍성태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계속 공부한 후 미주리 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소비자 심리를 집중 연구하며 디자인 마케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기 표현의 힘> <보이지 않는 뿌리> <소비자 행동의 이해>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요즘은 하나은행에서 결성한 ‘여성 트렌드 연구 모임’ 덕분에 회장님을 자주 뵌 것 같습니다. 저도 멤버이지만 그런 모임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잠시 설명 좀 해주시죠.
저희야 영리법인이니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서 첫째,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냐, 둘째, 거기에 맞춰 내부의 인력을 어떻게 구성해나갈 것이냐, 셋째로, 구성원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어떻게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 것이냐를 늘 고민해야겠죠. 결국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타깃 고객에 더 정밀하게 맞추려다 보니까 그동안 이해가 부족했던 여성에 대한 부분을 새삼 좀 살펴봐야겠다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든 거죠.

트렌드에 따라 여성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는 당위성은 분명히 이해를 하겠는데 회장님까지 동원한 연구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근데요, 일이 그래요. 뭐, 변화 추진이라고 할까? 이런 것은 위에서 나서야 바뀌더군요. 변화 추진이라는 것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위에서 해야 그게 아래에 조금 먹혀들어가지 중간에서 해라 그러면 잘 안 돼요. 그나저나 열 명 모임에 저 말고도 은행장, 부행장, 홍 교수도 계시니 남자가 많은 셈이죠. 일본 은행들의 그런 태스크 포스 팀(task force team)을 보면 순전히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톰 피터스(Tom Peters)가 쓴 <트렌드(Trend)>라는 책에도 “그런 모임에 남성은 끼지 마라. 여성을 가장 잘아는 건 여성이다. 순전히 여성들만으로 구성하라” 이렇게 쓰여 있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성 트렌드에 대한 연구 모임에 참석할 자격이 안 되지만 우리 현실에서 일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아직은 상위층의 협조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저도 모임에 참여하여 직접 얘기를 주고받죠.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 할 때 도데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저는 마케팅이라는 게 고객의 마음을 잡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데 신경을 써야 되는데 특히 여성 고객의 경우에는 좀 더 섬세한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섬세한 서비스를 위한 구체적 활동의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여성들에게는 감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인 쪽에 상당히 역점을 두죠. 보통 한 사람이 신용카드를 여러 장 가지고 다니니까 지갑에서 어느 카드를 먼저 빼느냐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각 은행마다 서로 다른 부가 서비스를 붙이기도 합니다만, 뭐 그것도 거의 비슷비슷해집니다. 그랬을 때 디자인이 특히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네요.
그럼요.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저희 하나은행 로고마크의 초록색과 빨간색 디자인도 뭔가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 어떤 도식에 매이지 않는 그런 로고마크 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저희 기업문화를 표현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고객에 대해 유연(flexible)하고, 내부적으로는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려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미세한 부분에 저희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사실상 생활용품 같으면 실체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질을 높인다든지 하면 되지만 저희는 신용이라고 하는 무형의 자산에다가 서비스를 합친 겁니다. 그러려면 알게 모르게 느낌으로 고객의 인식에 파고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으니 디자인이 무척 중요하지요.

하나은행의 이미지가 뭔가 여성적이라든지 예술적이라고까지 표현을 하던데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시도하시는 건가요?
실제로 저희가 미술품을 좀 컬렉션하는 편입니다. 고객들을 맞이하는 공간을 좀 더 품위 있게 꾸미고자 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품위 있는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서로 긍지를 올리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금융산업이라는 게 하이테크가 아닙니다. 상품 하나 만들면 다른 데서 금방 다 모방할 수 있어요. 뭐 한 달이면 전산 시스템까지 똑같이 구축해버리니까 꾸준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지 않고서는 승리하기 힘들겠죠.

감성 경영이라는 게 인테리어나 색깔처럼 감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요, 남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느냐 하는 감성, 즉 EQ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경영에서 EQ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보통 M&A(기업의 매수와 합병)의 70퍼센트 이상이 실패한다고들 얘기하거든요. 저희도 M&A를 여러 차례 해봤죠. 하나은행이라는 것이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이란 4개 은행이 합친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저희가 얼마에 가치 계산(valuation)을 했는데 실제 얼마에 사고 팔게 되었느냐 이런 것보다는 결국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느냐 하는 겁니다. 저는 그게 관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기업문화의 충돌을 어떻게 적절하게 서로 완화시키느냐 뭐 이런 면에서 보면 공감대 형성이 무척 중요하지요.

혹자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감성이란 이슈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감성 경영이라는 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일하게 만들게 할까,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많은 기업들이 주로 인센티브(incentive)나 보상(compensation)과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일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구성원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겠죠. 특히 우리 국민에게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뭐랄까, 더 정서적이라고 할까요? 외국 경영자들이 와서 제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정서 문제이지요.

지금 하나은행 간부 사원 중에서는 여성이 한 몇 퍼센트 되나요?
아, 저희가 아직 멀었죠. 저희 지점이 한 600군데 있는데요, 그중에 기업을 상대로 하는 지점 외에 가계를 상대를 하는 지점이 한 400군데 됩니다. 여성 지점장이 58명이 있으니까 한 15퍼센트 되나요? 저희는 조만간 30퍼센트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퍼센티지로 봐서는 아마 저희 은행이 제일 높은 거 같긴 한데 저희는 빨리 여성 임원이 나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죠. 그런데 여성 직원이 많아서 간부를 할당한다는 그런 뜻이 아니고요, 필요에 따라 여성 임원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었다는 거죠.

여성 지점장들을 남성 지점장하고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제가 요즘은 하나금융그룹 전체를 관장하고 있습니다만 예전에 은행장 할 때 적극적으로 여성 지점장을 승진시켜봤어요. 그런데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역시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미세한 감정을 잘 읽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엔 여성이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 책임감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기우입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 더 있어요.

현실적으로 지금 남자 직원이 많잖아요. 그런데 여성 고객들은 점점 중요해지고요. 남성 직원들이 어떻게 교육받으면 여성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힘든 거지요.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사람을 바꾸는 게 빠르거든요. 하하,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교육하여 생각을 바꾸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이거 우스운 얘기입니다만 저는 집에서 한 달에 한 번쯤 일부러 설거지를 합니다. 사실 아들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집사람을 면역시키기 위해서 그래요. 무슨 말이냐면 저는 아들이 둘 있는데 그 애들이 장가가면 틀림없이 설거지는 아들이 하고 며느리는 텔레비전 보고 있을 거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집사람 속이 덜 상하려면 지금부터 면역시키는 게 낫겠다는 거죠. (모두 웃음)

트렌드 얘기를 하다 보니 요즘 마케팅에서 새롭게 시선을 모으는 여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네요.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도대체 은행업의 본질이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 예전에는 예금과 대출 정도였는데 지금은 은행업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군요.
은행업의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첫째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가 가장 중요한 은행업의 본질입니다. 그러니까 미래의 불확실성을 남들보다 어떻게 확률적으로 더 정확히 예측하느냐가 경쟁의 원천이지요. 둘째는 신용 관리입니다. 우리는 신용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신용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요. 신용이라는 것은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예컨대 우리 직원들의 고객 응대 상태도 신용에 다 포함되어 있어요. 예금자들이 하나은행에 관한 재무보고서를 보고 와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들어서면서 또는 창구직원과의 첫 대면에서 받는 느낌에 따라서도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거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신용을 관리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본질을 보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붙이게 되죠. 그 결과 과거에는 예대금리차가 은행수입의 70~80퍼센트였습니다만 점차로 수수료 수입이 절반가량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판다든가 혹은 펀드상품을 판다든가 하는 거죠. 그래서 과거와는 다른 수익 모델을 보이고 있고요. 그러려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병행되어야 하지요.

은행이라 하면 전통적으로 제일은행, 조흥은행 이런 큰 은행들이 있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판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하나은행의 위상이 이렇게 높아지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결국은 IMF 금융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살렸느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위기가 없었다면 하나은행은 성장할 수 없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위기에 대해 어떻게 적극적인 대처를 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받을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처 계획(contingency plan)을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도록 하는 것 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회사도 다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하는데요.
그게 은행장 혼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요, 조직문화와 관계가 있습니다. 은행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국 조직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기본적인 자세가 그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뭔가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죠. 우리 조직이 처음 23명으로 시작할 때 저도 그중에 한명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회사가 꼭 제 소유의 회사 같아요. 건방진 생각이긴 하지만,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지 여기서 월급 받고 일했다는 생각이 없어요. 이제 이런 마인드를 직원들에게 요구하죠.

그런 마인드를 요구한다고 직원들이 그런 마인드를 갖는 것은 아닐 텐데요.
몇몇 사람들은 쓸데없는 소리라고 할지 몰라도 따라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그게 우리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한 가지 예를 말씀 드리죠. 보통 다른 회사는 내년 사업계획을 기획부서에서 짜요. 저희는 각 파트별로 선발해가지고 한 300명 정도가 와서 밤을 새고 같이 작업해요. 솔직히 그 사람들이 갑자기 와서 내년도 사업계획 기획이 됩니까? 기획부에서 설명하는 데 따라 그 내용에 대해 본인들의 의견을 가감하는 것뿐이죠. 그렇지만 본인들은 내가 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소위 오너십(ownership: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거죠. 그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였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근 30년간 지켜 내려오고 있는 우리의 전통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오너십을 갖게 해주는게 결국은 IMF와 같은 변화가 왔을 때 스스로 나서서 일하게 하는 요소이자 성장의 배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은 직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한 만 2천 명 되지요. 저는 직원들에게 시장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늘 갖도록 하죠. 이때 오너십을 갖고 있어야 변화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남들보다 항상 먼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뭔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지요. 우리는 이를 시장 중심의 문화 (market-oriented culture)라고 부릅니다.


어느 조직도 가서 보면 CEO들 또는 책임을 맡고 계신 분들은 다 훌륭합니다. 그런데 그 훌륭한 생각이 조직에 잘 배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봅니다. 하나은행에서는 어떻게 전 직원이 그런 좋은 문화를 갖도록 만드셨습니까?
결국은 부단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일하도록 하려면 가급적 여러 사람을 참여시켜서 같이 고민하게 만들어야 되는 거죠. 아까 사업계획 얘기도 드렸습니다만 그런 프로세스를 이제 다른 부문도 다 같이 공유하게 해서 그 사람들이 주변에 주인의식을 확산시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회장님은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는 말을 직원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같으면 공과금 수납하는 걸 은행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유치하려 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별 수익이 안 되니까 서로 안 받으려 합니다. 저희는 고객이 미안할 만큼 친절하게 받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고객들 스스로가 다른 거래도 우리 은행으로 옮겨 오시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고객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의사결정하게 하는 방법을 취하죠.

회장님이 원래는 교수를 할까 생각하실 정도로 학구적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책들을 즐겨 읽으십니까?
허허, 그런 거 잘 모르는데…. 미래학에 관한 책은 흥미가 많아요. 토플러(Toffler) 등의 미래학자가 쓴 책은 가급적 많이 읽으려고 하죠.

근데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맞나요?
제가 1970년대 초반에 미래학자 허먼 칸(Herman Kahn)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1980년대 되니까 많이 맞더라고요. 과학소설을 보면 정말 그럴까 생각되지만 지나고 보면 맞잖아요. 이제 미래학이 옛날하고 또 달라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여 예측하기 때문에 상당히 맞아요. 근데 저는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은행의 하인드사이트(hindsight)는 2.0/2.0(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지혜로워짐을 의미함)인데 포어사이트(foresight: 예지력)가 좋으냐는 얼마나 훈련을 하고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죠.

외국 학자들의 예측이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나요?
그 사람들은 좀 길게 내다보죠. 길지만,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우리나라 현실에 대입해보면 재미있어요. 여성 진출의 문제, 고령화 문제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예컨대, 우리 고객들이 고령화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 그래서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은퇴한 분들을 위한 상품 개발 등을 준비하게 되죠. 그런데 큰 흐름에 대하여 제가 직원들에게 자꾸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야 하겠느냐’를 일깨우고 그런 학자들의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를 한번 빌려보자는 뜻이죠. 저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들의 예측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아니지만 선견지명을 빌려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예. 저의 또 하나 관심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하는 점입니다. 레스터 서로(Lester Thurow) 교수의 <자본주의의 미래 (The Future of Capitalism)>와 같은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나름의 시장경제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시장에는 자비심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하거든요.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패자는 승자의 아량을 바랄 뿐이다. 그러면 승자의 아량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사회공동체(community)에 대한 기여(contribution)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충돌이 불가피하고 노조하고 대립하는 문제 등이 해결 안 될 것이다. 그런 문제 때문에 결국은 자본주의가 한때 쇠퇴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우리나라도 결국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 평생의 좌우명 있으세요?
저희 직원들보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매달리라’고 그럽니다. ‘최선을 다하자.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실패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용을 하자’는 말을 늘 하지요.

평사원으로 입사하셔서 오늘날 가장 칭송받는 금융그룹을 일구신 비결을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아이고, 운이 좋았던 거죠.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거고요. 저는 뭐 대체로, 모든 걸 진실하게 솔직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제 주장이에요.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관계를 지키려면 진실 이외에는 없다고 늘 생각하죠.

오늘 거시적인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되는가에 대한 지혜로운 말씀을 회장님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말씀해주셔서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남가주대학교에서 경영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지사에 사원으로 입사해서 현재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유네스코 서울협회 ‘올해의 인물’ 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한국경영학회 경영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전문 경영인으로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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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여수연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0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