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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건축이라는 이름의 실험 민성진
민성진 SKM 건축사무소 대표에게는 ‘최초, 파격, 실험’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정원과 마당을 끌어들여 모델하우스의 개념을 바꾼 GS건설 자이 주택문화관, 개인 주택과 공용 주택의 장점을 모두 꾀한 파주 북시티 헤르만하우스, 국내 자본으로 북한에 지은 대규모 건축인 금강산 아난티 골프&스파 리조트, 휴식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아난티 펜트하우스 등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높은 건축적 가치를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남해의 고즈넉한 산과 바다 사이에서 번쩍이는 티타늄 소재의 건물이 어울릴 거라 누가 생각했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매매 단지를 이토록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과감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사람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고민하는 민성진은 주거, 상업, 레저, 문화 등 다양한 장르 안에서 건축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드롭존에 선 건축가 민성진. ⓒ신경섭 
1964년 부산 출생.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LA로 건너가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서 건축학 학사,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를 받았다.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 SKM을 설립했으며 성북동 아트 갤러리(2002), 파주 북시티 헤르만하우스(2004), 유엔빌리지 하우스(2005), 아크로비스타 주상 복합 (2005), 힐튼 남해 스파 & 골프 리조트(2007), GS건설 자이 주택문화관(2007), 순천 레이크힐스 클럽하우스(2008), 아난티 클럽하우스(2011)와 아난티 펜트하우스(2016), 웨이하이포인트 호텔 & 골프 리조트(2014), 엠파크 허브 중고차 매매 단지(2016) 등을 디자인했다. 신사동 오퍼스 빌딩으로 한국 건축가 협회상,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로 ‘여행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3년 연속 ‘한국 최고의 리조트’로 선정되었으며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한국공간디자인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GS건설 자이 주택문화관으로 우수디자인(GD) 최고상과 대통령상,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 클럽하우스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www.skma.com


EK 대표님은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학원까지 마쳤습니다. 처음에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SJ LA 북쪽의 조그만 소도시인 글렌데일(Glandale)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곳의 엘레비 베킷(Ellebe Becket)이라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공공 도서관에 자주 가서 공부했어요. 갈 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건물과 공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게 멋진 건축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고, 고등학교 때도 건축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키워갔죠.

EK 미국에서 유년기, 청년기를 보내고 학문적 배경도 미국이에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SJ 한국에 와서 결혼을 했어요.(웃음) 사실 다시 미국으로 갈 생각도 있었습니다. 당시 IMF로 취직도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젊은 나이에 무슨 패기인지 사무실을 낸 거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건 1997년인데, 직원이 한 명이었고 일도 많지 않았어요. 이후에 조금씩 의뢰가 들어오면서 실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조평제 소장님을 영입하고(그는 지금까지 SKM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갔어요. 지금은 30명 조금 안 되는 규모로 유지하고 있어요. SKM 건축사무소는 처음부터 잘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초반 10년은 무척 힘들었죠.

1995년 문을 연 SKM은 특히 한남동이나 성북동의 고급 주택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갤러리나 기업 연수원 등 다양한 중·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6년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를 계기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리조트 역사를 다시 썼다’는 찬사를 받기도 한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는 아파트식으로 짓던 그동안의 리조트 건물과 달리 전체 층수를 3층 이하로 낮게 설계해 자연과 어우러지게 했고, 티타늄 소재를 이용한 굵직한 유선형의 외형으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외국 건축가 작품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한국 건축가들에게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건축 유형이었다. 이후 진행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스파 리조트는 금강산 1만 2000봉에서 영감을 받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건물로 눈길을 끌었다. 이뿐 아니라 그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 & 리조트,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 & 골프 리조트 등을 맡으며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EK 2012년에 완공한 가평 아난티 클럽하우스는 산에 묻혀 있는 듯, 능선이 낮게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립니다. 이곳은 2012년 <뉴욕타임스> 선정,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건축 45’에도 선정되었고, <모노클>(2011년 11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죠.
SJ 아난티는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 이라는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접근한 프로젝트예요. 아난티 클럽하우스는 단순히 골프만 치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게 쉬는 장소죠. 그런가하면 작년에 오픈한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일종의 공유 개념의 별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 소유의 별장은 관리도 힘들고 사용성 측면에서도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거든요. 그 대신 공유 개념의 펜트하우스나 리조트가 늘어나는 추세예요. 제가 디자인한 남해 힐튼이 그 변화의 시점에 완공돼 더욱 관심을 받은 측면이 있어요. 건축적 가치나 공간 디자인, 관리나 비용 측면에서 개인 소유 별장보다 가치가 있다고 인식되었죠.

EK 휴가와 여행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사람들이 가구나 좋은 차를 사기보다는 여행과 같은 경험에 더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제 건축이나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휴식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건축물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건축가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고요.
SJ 이전에는 건축주들이 한국 건축가들의 역량을 신뢰하지 못했고 차라리 유럽이나 미국의 건축 스타일을 따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죠. 건축 자체의 경쟁력을 인지하고부터는 해외의 유명 건축가들을 섭외하는 쪽으로 옮겨갔고요. 이제는 대중들도 건축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큰 건물 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 조그만 카페도 어떤 건축가가 설계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요.

EK 오픈한 지 1년 된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건축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까지 SKM에서 진행했습니다. 건축은 인테리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데,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또 다르기도 하죠. 가구 역시 독립적인 오브제이기보다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는 건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를 하신 적도 있고요. 건축의 영역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요?
SJ 건축은 공간과 환경 모두를 포함해요.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숲속의 요새’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외관 뿐만 아니라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 동선, 조경까지 처음부터 일관된 콘셉트 아래 계획할 수 있었어요. SKM처럼 건축과 인테리어 인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건축 사무소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도 경우에 따라 공간의 일부는 다른 디자이너에게 맡기기도 해요. 대규모 건축의 경우 어떤 공간에는 SKM과는 차별화된 역량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요. 아난티 클럽하우스 1층 일부는 일본의 공간 디자이너가 맡아 진행했죠.


아난티 펜트하우스 전경. 지형을 깎지 않고 거의 그대로 살렸고 복사열과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었다. 환경 설비 디자인 회사인 임텍(Imtech)과 함께했다. 에머슨 퍼시픽 제공(ⓒ남궁선).


아난티 펜트하우스 내에 웨딩이나 공연 등을 할 수 있게 마련된 채플(A 하우스). 에머슨 퍼시픽 제공(ⓒ김성진).

EK 대표님은 특히 에머슨 퍼시픽과 20년간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동안 남해 힐튼부터 아난티 클럽하우스, 아난티 펜트하우스,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스파 리조트, 아난티 박스하우스 등 총 8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요. SKM은 한번 인연을 맺은 클라이언트와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건축 사무소로도 유명해요. 그 비결이 있다면요?
SJ 건축주들은 대부분 분명한 스타일을 요구해요. “나는 이런 집을 짓고 싶어”, “이런 건물이 되어야 해”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과 요구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저는 그 건물을 짓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건축주가 바라는 것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또 프로세스는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안 되는 부분은 명확하게 설명해요. 오랜 기간 함께한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저의 그런 방식과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하죠. 에머슨 퍼시픽의 이만규 대표 역시 명확한 철학과 건축의 힘을 믿는 분이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는 클라이언트하고 술자리나 식사 자리를 거의 갖지 않아요. 술은 원래 잘 못 먹기도 하고요. 술자리로 친해지거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인정이나 인맥에 호소하는 식의 관계는 일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EK SKM은 다른 건축 사무소에 비해 설계비가 조금 높고 설계 기간도 길다고 들었어요.
SJ 우리나라는 대부분 빨리, 많이 지어야 하는 과거의 건축 개념에 익숙해져 있어요.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건축가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요. SKM의 설계 기간은 보통 1년 이상이에요. 에머슨 퍼시픽과 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3~5년 정도 소요되죠. 5~6년 전만 해도 우리의 설계 기간이나 비용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건축주가 설계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아 인정받았죠. 외국 건축가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설계비 수준이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건축가들이 받는 설계비는 해외 건축가에 비해 3분의 1이나 2분의 1, 심하면 5분의 1 수준이거든요. 비용 대비 그만한 결과물을 내는 건 국내 건축가들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EK SKM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개인 주택부터 리조트, 모델하우스, 최근의 중고차 매매 단지까지 그 영역이 다양합니다.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SJ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분야인지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기존에 함께했던 클라이언트와의 프로젝트도 우선순위죠. 우리를 신뢰하고 다시 일을 맡기는 거니까요. 그러나 설계 기간이 부족한 경우나 설계비가 턱없이 낮은 경우는 하지 않아요.

EK 비용 문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경험하는 일이에요. 건축은 특히 엄청난 건축비에 시공 기간도 길기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도 막중할 것 같아요. 하지만 남해 힐튼의 경우 과감한 외관 디자인과 규모에 비해 실제 시공비가 많이 들지 않았고, 파주 헤르만하우스 역시 똑같은 단위면적으로 대지를 분할해 비용 절감 효과를 꾀했습니다. 이런 효율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SJ 사실 비용이 우선은 아니에요.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프로세스나 소재를 찾아요. 반드시 유지해야 할 콘셉트가 있다면 소재나 디자인의 단순화 등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꾀하고요. 패션을 예로 들면, 내가 추구하는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이를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를 섞어 구현하는 식이지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입구에 사용한 티타늄은 비용이 들었지만 복도의 석재는 합리적인 가격의 소재로 선택하고, 건축 외장재를 내부에 매칭해 쓰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어요. 최근에 진행한 인천의 중고차 매매 단지 엠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인데, 평당 공사비는 250만 원 정도였어요. 조립식 콘크리트로 효율적인 모듈을 만들었죠. 최대한 많은 차를 수용하고 전시해야 하고 소비자가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기존과는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려고 노력했지요. 거기에 따라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보니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고요.

민성진은 설계와 프로그래밍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건축주와 세밀하게 의논한다. 지역이나 자연을 해치지 않고 시공 과정에서 임의대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밖에서 공간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해 공간 그리고 외형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오히려 그에게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아난티와 남해 힐튼에 사용한 티타늄, 준오 아카데미 외관의 스틸 커튼 월과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 등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 완성도 높게 구현한 과감함 역시 주변 환경과 자연을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다. 이들 소재는 빛의 고도에 따라 색과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특징이 있다. 민성진의 건축이 ‘생동하는 유기체’와 같다고 하는 데는 이런 요소의 세련된 사용도 큰 역할을 한다.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의 클럽하우스. 꽃을 모티브로 했다. 풍경과 시야를 건축화한다는 개념을 통해 건축물 역시 자연의 일부처럼 조화를 이룬다. 에머슨 퍼시픽 제공.

EK 민성진의 건축에서는 프랭크 게리로 대표되는 미국 남부의 건축적 스타일이 느껴진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대표님은 이를 접한 학문적 배경도 있고, 프랭크 게리의 사무실에서 20년 넘게 일한 손학식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건축적 특징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SJ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나의 감정에 충실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래 역할에 충실한 건축을 하려고 노력해요. 보통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저의 결과물을 보고 여러 매체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정의를 내려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최근의 엠파크는 제가 그동안 해봤던 형식도 아니에요. 굳이 생각해보면 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한, 차갑고 따뜻한, 동양의 음과 양과 같은 대조적인 요소를 함께 사용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EK 건축가들이 말하는 실험성, 완벽성은 누구 혹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SJ 기능성을 갖추면서 디자인 측면으로도 뛰어나야죠. 개인적으로 스텔스 전투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기술과 기능이 뛰어난 동시에 외관상으로도 완벽한 형태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건축에서의 실험성은 단순히 심미적인 부분이나 디자인 과정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에요. 최근에 진행한 삼성동 231㎡ 면적의 개인 주택은 공간 활용 측면의 실험이기도 했어요. 건축주가 지하를 사무실로 쓰고 1층은 직원 휴게실 겸 점심 식사 공간으로, 2층은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공간 역시 그 쓰임이 다양하게 확장될 필요가 있었죠. 저는 1층 공간을 직원들과 건축주가 공유하는 형태로 제안했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집에는 건축주 부부만 살고, 이들이 낮에는 주방이나 거실을 별로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1층에는 거실과 주방만 두고 낮에는 직원들이, 저녁에는 부부가 사용하도록 했어요. 2층에는 거실이나 주방을 두지 않고요. 대신 2층은 부부의 공간은 물론 옷장, 신발장까지 널찍하게 만들 수 있었죠. 결국 1, 2층 모두를 24시간 잘 활용하게 됐어요. 건축주도 처음에는 낯설어하더니 지금은 무척 만족해하더라고요. 건축은 이런 시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K 외관이나 공간의 특징만으로 정의하기에는 건축이 담아야 할 콘텐츠가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만큼 완성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반영구적이기도 하고요.
SJ 저는 되도록 형태에 건축의 가능성을 가두려고 하지 않아요. 건축의 형태에만 집착하면 콘텐츠가 약해져요. 아난티 클럽하우스에 설치한 수영장은 사실 반대도 있었어요. 이전까지 클럽하우스에 수영장이 있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수영장을 통해 어느 공간과 연결되느냐 사람들이 거기서 무엇을 보느냐와 같은 콘텐츠가 중요한 거죠. 기능과 분위기에 집중하다 보면 형태가 나와요. 건물이 ‘이런 모양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전 진짜 그렇게 믿어요.

EK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러한 결과를 얻게 되나요?
SJ ‘이 건물이 왜 필요한지’, ‘공간을 누가 이용하는지’, ’사용자가 이곳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감정과 편의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등의 질문에서 시작해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엄청난 시간 투자를 통해 ‘내가 건축주라면 어떻게 지을까’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건축주를 설득할 수 있고요.

삼성동에 위치한 SKM 건축사무소는 10년 전에 설계해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사무실에서 무엇보다 높은 천장고가 눈에 띈다. 대문 앞에는 비교적 널찍한 정원에 나무가 무성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빨간 벽돌집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 한복판의 주택가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널찍한 창문을 통해 눈에 들어오는 푸르른 나무가 더욱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사무실 안은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모형과 사진, 수많은 서류철로 빼곡했다. 각 층마다 널찍한 회의실 겸 휴게실이 있고, 곳곳에 독특한 말 형태의 오브제가 눈에 띄었다.


파주 북시티 헤르만하우스. 아파트와 단독 주택의 장점을 살렸고, 높은 천장고와 통창으로 공기 순환을 최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으며 완벽한 내진 설계로 진도 6~7에도 견딜 수 있게 했다. SKM 제공.

EK 건축 설계 초기에는 무엇을 생각하나요? 내부 공간뿐 아니라 건축적 측면에서는 지역적 맥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사람과 공간, 공간과 건축, 건축과 지역 간의 맥락을 어떻게 잡아가는지 궁금합니다.
SJ 건축이 그 지역에 들어섰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SKM 사옥을 지을 때 자동차 4대를 세울 수 있는 규모에 정원을 만든다는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후에 SKM 사옥과 비슷한 건축물이 주변에 많이 생겼어요. 원래 살던 주민들은 담을 허물고 정원을 만들고요. 자를 가져와서 직접 재보기도 해요. 저는 이런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봐요. 작은 변화일지라도 건축이 도시 환경 개선과 새로운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주도적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EK 대표님은 공간이나 건축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습관을 바꾼다는 생각을 자주 피력해왔어요. 특히 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컬러나 소품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거나 내밀한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했고요. SKM의 사무실은 층고도 높고, 직원당 공간 사용 면적(33㎡ 정도)이 다른 사무실의 2배 이상이에요. 그것 또한 직원들의 직능이나 일의 효율과 연관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지요.
SJ 일하는 공간은 사람에게 의지를 불러일으켜야 해요. 실제로 층고가 높으면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공간이 사람의 의지와 생각을 바꾸는건 분명해요. 여행을 가서 숙소를 잡을 때에도 그곳의 환경과 관리가 어떤가에 따라 여행의 질과 경험이 달라지잖아요. 10년 전에 사무실을 이렇게 지은 건 돈이 많아서도 아니었어요.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이 자신의 근무 환경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특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또 결정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이들에게는 일하는 공간과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K 몇 년 전부터 ‘공간’, ‘주(主)’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흔히 ‘집방’이라고 하는 키워드로 대중의 관심을 읽을 수 있고요. ‘살아가고 일하는 환경’과 ‘집 꾸미기’에 대한 니즈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요.
SJ 나라마다 의식주 순서가 달라요. 어떤 나라는 주가 먼저고, 또 어떤 나라는 식이 먼저죠. 우리나라는 의식주 순서대로 시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요. 패션에서 명품이 한창 유행인 시절이 있었고, 그다음이 먹방, 쿡방 같은 먹거리였죠. 이제는 건축이나 환경, 공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EK 그렇게 보면 건축은 결국 누가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고, 이는 곧 사람과 시대에 대한 관찰인 것 같아요.
SJ 맞아요. 저는 그것이 시대성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현상, 그에 따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죠. 건축주들 역시 대부분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이 많고 나름의 심미안이 있어요. 저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다양한 책을 읽고, 여러 종류의 잡지를 보며 심미안을 넓혀요. 특히 20개 정도 잡지를 구독할 만큼 잡지에 애정과 관심이 많아요. 잡지의 미래에 대해서 나름 열심히 생각해보기도 하지요. 수많은 이슈 중에서 쓸모 있는 걸 고르고 선별해주는 잡지의 에디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EK 어떤 면에서 잡지에 애정을 갖고 계신가요?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데요.(웃음)
SJ SNS를 통해 더 많은 이슈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것도 취향이 비슷한 이들끼리 공유하는 거예요. 그러니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게 되지요. 자신의 주변에는 모두 비슷한 사람만 있으니까요. 균형 잡힌 이슈나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는 얘기죠. 잡지는 물론 타깃이 있지만, 이슈를 좀 더 넓고 또 심층적으로 보여줘요. 사람이나 주제에 대한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접하지 못한 여러 사람들과 사건에 공감하고 반응하게 되고요. 일하면서 건축주부터 현장에서 못질하는 사람까지, 많은 이들을 만나는데 돈이 많건 적건 모든 사람은 나름의 불안이 있고 희로애락의 감정 또한 누구나 비슷하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저는 상대가 누구든 일관되고 진실한 태도로 대하려고 해요. 택배 기사님께 커피 한잔 내드리거나 동네 분들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거나,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건 모르건 제가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는 거죠. 4~5년 전부터는 그런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어요.

EK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SJ 사실 건축 이외의 일에는 놀라울 정도로 느슨한 편이에요.여행도 아내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고, 먹자는 걸로 먹어요.(웃음) 쉴 때는 종종 말 오브제를 만들어요. 12년 정도 된 취미인데 폐차장에서 부품을 가져와 사용해요. 말 오브제를 모티브로 2014년에 이태원 아마도 예술공간에서 <건축적 랩소디>라는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유화도 그리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예요. 건축은 항상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해결해야 할 복잡한 과정이 많은데, 조각이나 회화 같은 순수 예술이 생각이나 정서를 환기시키는 것 같아요. 회사를 운영하거나 대형 프로젝트를 다루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이런 활동이 일종의 안식처가 돼요. 건축적인 측면에서 색다른 자극과 영감도 받고요. 매주 일요일마다 조조 영화를 보고, 전시회도 자주 가려고 노력해요.

EK 건축가의 집은 어떤가요? 대표님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어디인지도 궁금하네요.
SJ 제가 설계한 주상 복합 빌라에 살고 있어요. 발코니에 나무를 많이 키우고 있죠. 집에서는 음악실 겸 서재가 저한테 가장 중요한 곳이에요. 음악, 영화, 책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일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지거나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 때도 있는데, 헤르만 헤세나 건축가 루이스 칸, 르코르뷔지에의 책을 침대 옆에 갖다 놓고 독서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게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의도적이었던 건지, 좋아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둘 다인 것 같아요.

SKM은 오는 7월 동부산에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오픈을 앞두고 있다. 800m에 달하는 해안가를 따라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곳은 마을 콘셉트의 리테일 공간과 복합 문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 밖에 SKM은 대구의 실버타운, 문화재보존센터, 우면동 헬스 & 스파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SKM이 건축을 통해 제시할 라이프스타일이 또 어떤 모습일지 주목하고 있다. 민성진 대표는 건축적 요소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결합하고, 어떻게 기능하는지의 과정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탄생한 SKM의 건축이 좋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고 사람과 시대를 관찰하고 고민한다. 그는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되건 건축 가까이에서, 건축과 관계된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고 했다.

EK 미래의 건축, 미래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는 곧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SJ 이전에는 건축에서 바닥 면적을 따졌다면 이제는 부피로 공간을 봐요. 그래서 천장고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한국은 아파트가 많고 비용 문제가 있으니 쉽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사실 이건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기도 해요. 건축 디자인을 하건 공간 디자인을 하건 마찬가지예요. 제가 22년 전에 사무실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이 미세 먼지에 관심이 없었잖아요. ‘공기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었겠죠. 그런데 요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들 미세 먼지 앱을 깔아서 공기의 질을 살펴요. 이전에는 어느 동네 몇 평에 살고, 유명 고층 건물에 산다거나, 비싼 샹들리에를 달고 대리석을 썼다는 식으로 삶의 질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나무가 보이고 층고가 높은 공간에 더 끌려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수질, 햇빛, 단열, 환기 같은 기본적인 삶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것이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이는지 알게 된 거예요.

EK 한국에는 SKM 규모의 중견 건축 사무소가 많지 않아요. 1000억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는 경우는 더욱 적고요. 90% 이상이 10명 미만의 규모이고, 1인 사무소도 상당수라고 들었어요. 지금의 규모로 22년을 잘 유지해온 비결이 있을까요?
SJ 항상 지금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일하다 보면 경제적, 인적 장애물도 많고 여러 제약을 받을 때가 많죠. 하지만 건축은 시간의 예술이고 건축가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저는 회사를 어떻게든 유지해야겠다거나 더 키워야겠다는 집착은 없어요. 지금도 직원들에게 SKM이 존재하는 이유는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요.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련이 없다고요. 전 말도 만들고 책도 읽으면 되거든요.(웃음) 사실 저는 늘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 왔을 때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투리 쓰는 아이였고, 미국에 갔을 때는 영어 못하는 동양인이었죠. 그리고 한국에 오니 학연이나 지연의 연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 거기서 오는 소외감도 있더라고요. 어디를 가든 나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하지만 주변에 ‘SKM은 잘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스스로도 그런 믿음이 있었던 것 같고요.



작년에 완공한 준오 아카데미. 교육과 문화의 장소로 헤어숍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외관에 스틸 커튼 월과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를 사용해 내·외부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무드를 조성한다. ⓒ안세호


SKM 건축사무소 입구에 놓인 말 오브제. ⓒ신경섭


엠파크 허브 중고차매매단지 외관. 외관에는 아이 슬림(I-Slim) 패널을 썼다. 효율적인 공간 구성으로 구매자와 매매자의 동선과 편의를 극대화했다. ⓒ남궁선


EK 해외에서 오랜 기간 교육받고 한국에 와서 바로 사무소를 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일하는 환경이나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을 것 같아요.
SJ 프로페셔널한 의견과 개인적인 관계를 동일하게 보는 상황이 많아 당황스러웠어요. 회의 석상에서 제가 누군가의 의견을 반대하면 친했던 관계가 갑자기 어색해지고 이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저는 회의할 때 제가 한 디자인에 대해 직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거나 반대를 해도 이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고 얘기해요. 직원들에게도 그 둘을 분리하라고 말하고요.

EK SKM 건축사무소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SJ 건축은 지식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직원들의 총체적인 지식으로 완성되는 결과물이죠. 이제 우리도 선진화되면서 건물을 짓는 빈도가 줄어들고 좀 더 가치 있고 신중하게 건축을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더 좋은 건축가를 찾게 되고요. 따라서 다양한 디자인 건축이 실현되려면 먼저 중간 규모의 건축 사무소가 많아져야 해요. 다양한 레퍼런스를 가진 건축 사무소가 많아지면 그만큼 다양한 건축이 탄생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선진화된 미국의 로펌이나 건축사 사무소와 같은 협업적 시스템이나 파트너십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좀 일찍 독립하긴 했지만, 프랭크 게리가 40대 중반까지 겐슬러에서 일하다가 독립한 것처럼 한국도 점차 그런 추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SKM 같은 회사가 있고 누군가가 파트너가 되면 제가 은퇴한 이후에도 SKM 이름은 계속 이어지는 거예요. 우리의 레퍼런스는 유지되고 클라이언트들과의 관계도 계속될 거고요. 젊은 건축가들도 계속 기회를 얻게 되고요.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과제이기도 해요.

EK 젊은 건축가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SJ 사실 제가 해왔던 방식이 맞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회사를 차리건, 누구와 함께 일을 하건 건축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건축은 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공공 디자인이거든요. 최근에 완공한 청담동의 준오 아카데미 건물로 주변 경관의 이미지까지 달라지고, 나무가 많은 SKM 건축사무소 건물을 오갈 때마다 저절로 리프레시된다고 느끼는 작은 감정을 통해서도 사람들은 제대로 된 건축이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든요. 좋은 건축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 업을 장기간 지속하기 쉽지 않아요.

EK 좋은 건축은 건축가 한 사람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좋은 건축가 뒤에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있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건축의 가치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 또 사회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죠.
SJ 제가 건축가를 꿈꾸던 때부터 늘 해오던 생각인데, 공공 건축의 중요성을 좀 더 공유할 필요가 있어요. 건축은 사실 단기간에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나에게 체화되어 느끼는 문화에요. 특히 아이들에게 도서관이나 지하철, 학교 같은 공공 건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축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할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곧 우리 삶에서 취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될 테고요.

EK 공공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지닌 건축이 많아져야 한다는 건 선진국일수록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SJ 그런 점에서 SKM의 건축물이 다양한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례든 아니든 간에요. SKM의 건축을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을 테니까요.(웃음) 하지만 리조트, 펜트하우스, 중고차 매매 단지, 실버타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도가 건축적 가치를 갖고 벤치마킹 대상 수준이 되는 건 기쁜 일이에요. 최근에 우리가 호텔을 하면 호텔 클라이언트가 많이 오고, 중고차 매매 단지를 하면 그걸 참고로 하고, SKM 사옥을 보고도 똑같이 지어달라 하는 사람도 있어요. 각기 다른 건축에 우리의 콘셉트가 들어가는 거죠.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재킷〉이 베트남 전쟁 영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저는 SKM의 건축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그것이 건축의 상식과 지식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면 좋겠어요.


민성진 대표가 특히 즐겨 보는 잡지 5
(월간 <디자인>은 일부러 제외했음)

모노클Monocle 편집장인 타일러 브륄레의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느낌이다. 어느 호에는 뜬금없이 골프장을 다루고, 또 어느 호에는 옷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등 광범위한 에디터십이 흥미롭다.

월간 스페이스Space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 잡지로 50년간 유지해왔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건축계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도무스Domus 공간에 대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심도 있게 접하기 어려운 조명이나 소품 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잡지에 나오는 제품들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엘 크로키El Croquis 한 명의 건축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스페인 잡지로, 일정한 주기 없이 단행본 형식으로 나온다. 건축가에 따라 지역을 조망하기도 하는 등 깊이 있는 에디터십이 돋보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s 여행 정보 보다는 아프리카의 부족, 말레이시아의 정글 등 일반적으로 가기 어려운 장소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한다. 컬렉션으로 모아도 좋을 만큼 사진과 편집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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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정리 · 글: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신경섭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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