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그래픽 디자이너, 그 이상 사토 다쿠 Satoh Taku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에서 만나는 또 한 명의 슈퍼 디자이너는 사토 다쿠(Satoh Taku)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해 브랜딩 전략가이자 콘텐츠 제작자, 전시 기획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는 시대와 문화를 꿰뚫는 시각을 바탕으로 제품의 본질을 담아내는 디자이너로 이름나 있다. 그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디자인 앞에 붙는 영역의 이름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지금, ‘세상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 말하는 사토 다쿠는 지역과 사회에서 디자인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후배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활동가 혹은 실천가다. designfestival.co.kr


1955년생. 도쿄 예술대학 디자인과 졸업 후 같은 대학원 디자인과를 수료했다. 이후 광고 회사 덴쓰에 입사해 3년간 근무했고, 1984년 사토 다쿠 디자인 오피스를 설립했다. 자일리톨 껌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해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메이지 맛있는 우유 등의 제품 패키지 디자인,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플리츠 광고 디자인 등을 맡았다. 또한 기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의 MI 디자인을 비롯해 무사시노 미술대학 미술관과 도서관 로고와 사인, 가구 디자인을 진행했다. 2007년부터는 미야케 이세이, 후카사와 나오토와 함께 21_21 디자인 사이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2011년 NHK에서 방영된 <디자인 아!> 제작자로,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이 프로그램은 2012년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기도 했다. www.tsdo.jp

당신의 디자인은 늘 기본에 충실하다. 달리 말하면 소비자에게 제품의 명확한 콘셉트와 목적을 전달한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디자인은 시각적인 결과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디자인할 때 제품의 정보와 의미 전달을 위해 0.1mm의 간격까지도 고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자칫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표현력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요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환경을 주체로 생각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가지면 작은 차이에도 전달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커리어에 중요한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1984년에 출시한 닛카 퓨어 몰트(Nikka Pure Malt) 위스키 상품 개발이 나에게는 중요한 계기였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 취직했는데, 사실 상사에게 ‘너는 디자이너가 맞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회사에 다닌 지 2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위스키 광고 기획 현장에서 내가 마시고 싶은 위스키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문제는 광고가 아니라 상품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직접 위스키 상품 개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름부터 가격,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광고 매체 선택과 제작, 매장 POP, 팸플릿 등 전체적인 브랜딩과 광고 전략까지 제안했다. 그 시점에 독립을 하게 되었고,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를 많이 맡았다. 또 하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꼽자면 1991년에 제작한 사토 다쿠 디자인 오피스의 포스터다. 회사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였지만 당시는 컴퓨터가 중요한 디자인 툴이 되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연필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포스터는 컴퓨터로 주요 모티브만 만들고 연필로 선과 그러데이션을 표현했다. 디지털 툴을 이용해 아날로그를 표현한 첫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그해에 ‘도쿄 타입 디렉터스 클럽(Tokyo Type Directors Club)’에서 브론즈 상을 받았다.

‘말린 고구마 학교’ 프로젝트나 귤 브랜딩,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도호쿠 지역의 전통 공예품을 살리기 위한 <테마히마>전 등의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불균형이나 교육 등 사회적 이슈나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었다. 이런 노력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세계는 지금 환경, 에너지, 식량, 인권, 빈곤, 이민자 등 말하자면 문제가 끝도 없다. 사실 일본에서는 ‘디자인’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자주 쓰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와는 별개라는 인식이 있다.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는 쌀이나 초콜릿, 물 등의 소재로 전시를 열고, ‘디자인 해부학’ 시리즈에서는 껌을 2m 크기로 제작해 내부 단면을 보여주거나 인형의 머리카락 개수를 계산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상에 스며든 디자인을 돌아보게 하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비싼 물건이나 아트 피스 같은 특별한 물건은 다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는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 풍요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통해 이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7년여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NHK의 <디자인 아!>라는 프로그램도 취지가 비슷하다.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디자인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디자인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일이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사물을 좀 더 다르게, 또 새롭게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깊이 있는 관찰을 하고 또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또 그들이 풀어내는 디자인은 분명 우리에게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디자이너의 독특한 관점이나 접근 방법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분야마다 각자의 기술과 장기가 있다. 이를 이용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감각은 있다고 본다.

최근 당신이 느낀 커다란 사회, 문화, 기술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또 이에 따라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달라지고 또 진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IoT나 인공지능 등이 대두되며 디자인계도 크게 변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많지만, 사실 내가 느끼기에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바뀔 만큼 충격적인 변화는 없었다. 새로운 기술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를 풍요롭고 편리하게 할지도 의문이다. 다만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이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체감하는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이제 모두가 비슷한 환경과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지 않나. 이로 인해 점점 다언어화가 요구된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적인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우리가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자세히 밝히긴 힘들지만 여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전시 기획도 하고 있다.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 <디자인 아!>은 도야마현 미술관에서 2018년 3월부터 전시로 선보이게 된다. 이 미술관은 올해 7월에 오픈한 곳으로, 이번 전시는 2013년에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 열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다. 일단 일본 내 순회 전시로 기획 중이며, 아직 미정이기는 하지만 해외 전시 순회도 얘기 중에 있다.


닛카 위스키 ‘퓨어 몰트’(1984).


‘디자인 해부학’ 전시(2001)에서 선보인 롯데 자일리톨껌.


<테마히마: 도호쿠 지방의 식과 주>전(2012). 도호쿠 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도호쿠 지방의 농업 경제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 전시. Ⓒ 21_21 DESIGN SIGHT



21_21 디자인 사이트 센터 로고 디자인. 눈이 깜빡이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언더바( _ )와 숫자 사이의 간격은 디자인에 대한 성찰과 여유를 상징한다. Ⓒ 21_21 DESIGN SIGHT


에히메현 지역의 귤 브랜딩 프로젝트. 브랜딩과 함께 지역 농가의 생산 과정과 농부들을 담은 포토 북도 발간했다(2008).

디자이너는 한정된 매체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일단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추고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나 매체에 익숙해졌다면 그 다음부터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디자인과 관련이 없는 일은 무엇 하나 없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아닐 텐데,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나?
나는 스스로에게 별다른 기대가 없다.(웃음) 수많은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만의 역량이라거나 디자인적 영감이 항상 내 안에서 나올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프로젝트를 위해 할 수 있는 연구나 준비는 최대한으로 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다른 일을 하는 거다. 서핑 등으로 머리를 비우거나 목욕을 하면서 천천히 기다리기도 한다. 어쨌든 힘을 빼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당신의 프로젝트를 보면 인문,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대한 관심도 엿보인다.
디자이너는 한정된 매체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일단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추고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나 매체에 익숙해졌다면 그다음부터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디자인과 관련이 없는 일은 무엇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의료, 복지, 교육, 과학에서도 디자인은 필요하다. 디자인을 아직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생각하는가? 나는 디자인은 사회를 연결하는 연쇄적인 고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에 디자인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활동 범위도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사토 다쿠 디자인 오피스 포스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말린 고구마 학교’ 프로젝트(2007~2010).

지금 새롭게 관심을 두는 분야가 있나?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라면 늘 관심이 있다. 물론 처음 접할 때는 불안함도 있지만 그만큼 신선한 기분도 든다. 예를 들면 우주 개발이나 고고학 혹은 생물학 등도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고고학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일본의 조몬 시대(기원전 13000~기원전 300년, 이 시기의 유물 중 새끼줄 같은 무늬가 있는 조몬 토기에서 이름을 따왔다)에 흥미를 느낀다. 이런 고고학의 세계에 디자인을 활용하면 어떤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영향을 받은 책을 한 권만 꼽는다면?
영향을 받은 책이 너무 많아서 한 권을 꼽기는 어렵지만 젊었을 때 영향을 받은 책을 하나 꼽자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영 예찬>이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그렇지만 일본에도 서양 문화가 아무런 저항 없이 전파되었는데, 여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디자이너는 미래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제는 자신의 전문성을 더 강화하기보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야 한다. 물론 한 분야에서만 활동하는 일도 멋진 커리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결국 자신의 가능성을 좁히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핵심은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고 생각한다. 그 물음에 영역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디자인 자체보다 디자인으로 무엇을 연결하고 관계 맺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예정인가?
미야케 이세이, 후카사와 나오토와 함께 디렉터를 맡고 있는 21_21 디자인 사이트의 기획 방식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전시에 대해서도 소개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디자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내 취미인 서핑을 비롯해 내가 매일 일상에서 무엇을 보고 또 배우는지를 얘기하고 싶다.

서핑과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 외에 다른 취미가 있나?
앤티크 숍에 가서 낡은 캐릭터를 사거나 옷과 신발 등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서핑을 가장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훈련하려고 노력한다. 뭐니 뭐니 해도 몸이 재산이니까.

당신이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체득한,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우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이해가 안 되면 끝까지 물어보고 공장에도 찾아가 생산 현장도 둘러본다. 즉 클라이언트가 처한 상황을 최대한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희망 사항도 충분히 듣는다. 실현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웃음) 협상이나 프레젠테이션 전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공모에서는 클라이언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제안해야 하고, 그것은 아무리 우리가 경험이 많다고 해도 무책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야 상대방도 나를 믿게 된다. 신뢰감이 생기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
일시 12월 7~9일
장소 코엑스 컨퍼런스 룸 401, 402호
신청 방법 홈페이지(designfestival.co.kr)

Share +
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