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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8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20팀 2

양장점


(왼쪽부터) 장수영, 양희재. 라틴 알파벳 디자이너 양희재와 한글 서체 디자이너 장수영은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선후배 사이다. 양희재는 데어즈에서 약 1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 아트디렉션과 석사과정에 진학했고 장수영은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서체 디자이너로 일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격동체를 발표해 주목받은 장수영은 어도비와 구글이 지원하는 오픈 소스 글꼴 프로젝트 ‘본고딕’의 한글 서체 디렉터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4년 제5회 방일영문화재단의 한글글꼴창작지원사업 수혜자로 장수영이 선정되며 펜바탕체를 기획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양희재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이 시작됐다. www.yang-jang.com 

양질의 글꼴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라틴 알파벳 디자이너 양희재의 ‘양’, 한글 서체 디자이너 장수영의 ‘장’, 상점의 ‘점’을 조합해 만든 ‘양장점’은 척박하기로 소문난 국내 서체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난 디자인 스튜디오다. ‘저작권 개념도 생소한 서체를 어떻게든 팔아서 반드시 대대손손 잘 먹고 잘살겠다’며 호방한 모습을 보이는 이 두 남자의 근본 있는 자신감은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선보인 ‘펜바탕’체에 있다. 지난해 7월 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에서 열린 <양장점 펜바탕 전시회>는 붓글씨 기반의 명조체가 주를 이루는 본문용 서체 환경에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는 호평으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이는 2014년 방일영문화재단의 한글글꼴창작지원사업의 제5회 수혜자로 선정된 장수영이 자신의 필기 노트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장수영이 한글 서체를 만들던 중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 ´CAL)에서 로만체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양희재가 합류하며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친 끝에 한글과 라틴 알파벳으로 조판이 가능한 완전체를 선보인 것. 펜바탕체는 펜에서 느껴지는 친숙함과 손글씨의 편안함을 활자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펜의 도구적 특성과 필기감을 본문 조판 환경에 반영한 것이다. 샤프, 볼펜, 네임 펜, 사각 촉 매직펜을 모티브로 만든 네 가지 자족 구성의 서체 중 전시를 통해 발표한 펜바탕 레귤러는 볼펜 필기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를 시각화한 서체다. 지난 12월에 이를 들고 ‘언리미티드 에디션 9’에 참가해 미래의 고객을 직접 현장에서 만나기도 했다. 펜바탕의 탄생 배경과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를 활용해 디자인한 포스터, 본문 조판 등을 견본집으로 묶어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단순히 서체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작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호흡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양장점의 노력이다. 2016년 10월부터 합을 맞춘 양희재와 장수영은 유닛으로도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같다. 각자 특화된 영역이 분명한 이들은 짬짬이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양희재가 유학 중에 만든 피프티체(Fifty Font)와 궁전체(Palais Font)는 알파벳권 나라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인기 있는 폰트로 좋은 판매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웹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의 능력을 두루 갖춘 양희재는 이미지와 서체의 균형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영역에 구애받지 않는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한다. 서체 전문 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장수영은 당시 강렬한 인상의 복고풍 서체인 격동체를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기업 전용 서체나 개성 있는 한글 레터링이 필요할 때면 고민 없이 장수영을 찾는다. 지금은 두 사람이 외주 디자인 작업을 병행해야만 양장점을 운영해나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서체 디자인만으로도 밥벌이가 가능한 날을 꿈꾸며 오늘도 앞을 향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경리단길에 있는 커피 전문점, 스탠딩커피.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양장점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이슈에 관심이 없다.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양장점의 새로운 프로젝트, 외주 디자인.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김어준의 뉴스 공장.



현재까지 제작한 펜바탕 레귤러.


김진식



1983년생. 2013년 스위스 에칼에서 디자인 포 럭셔리 & 크래프트맨십 석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스튜디오 진식킴(Studio JINSIK KIM)을 열었다. 바카라, 크리스토플, 에르메스, 볼론, <월페이퍼> 매거진 등과 협업한 그의 작품은 디자인 마이애미,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파리 메종 & 오브제, 뉴욕 디자인 위크, 국립현대미술관,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등에 전시되어 국내외 디자인계와 브랜드의 주목을 받았다. www.studiojinsik.com 

아트 퍼니처가 무엇인지 물으신다면
‘간결한 선의 활용과 대비되는 소재의 결합.’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김진식의 디자인적 사고는 여기서 시작된다. “디자인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확장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지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을 넘어 사고, 삶, 문화 같은 정신적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각이 일게 하는 디자인 작업으로 한 편의 시와 같은 결과물을 내고자 합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의외로 단순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균형감과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만의 디자인 공식을 통해 작품을 접하는 이들에게 은유적으로 숨겨진 기능과 메시지를 찾을 기회를 주고, 천천히 생각하며 곱씹을 수 있는 ‘틈’을 준다. 이러한 경험적 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스위스 에칼(ECAL)에서 디자인 포 럭셔리 & 크래프트맨십(design for luxury & craftsmanship)과정을 공부하며 그곳에서 스위스의 명품과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유럽 브랜드의 노하우를 경험하고, 프랑스의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룰레크(Ronan & Erwan Bouroullec)스튜디오, 네덜란드의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와 같은 디자인계의 거장에게서 전통 브랜드와 젊은 디자이너의 상생 방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브랜드 바카라, 에르메스 등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경험은 스웨덴 바닥재 브랜드 볼론(Bolon), <월페이퍼> 매거진, 쿠에라 스톤 등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럭셔리 테이블웨어 브랜드 크리스토플과 협업한 클리바주(Clivage) 컬렉션과 개인 작업인 하프하프(HalfHalf) 컬렉션은 그가 꼽는 대표작이다. 클리바주 컬렉션은 간결한 선과 단순한 형태에 소재의 무게감이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며, 대리석이 기우뚱한 금속판을 떠받드는 형태의 하프하프 컬렉션은 광택 있는 금속의 재질감과 묵직한 대리석이 강한 대비를 이룬다. 모두 선과 면을 사용해 재질의 특징과 기능을 명확하게 표현해낸 작업들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세계 유수 브랜드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그만의 노하우다. “며칠간 브랜드 본사와 공장 등을 둘러보고 기술자, 마케터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철학을 간결하고 분명한 형태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개의 디자인을 제안하기보다 깊이 있게 발전시킨 하나의 디자인을 제시하여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과 완성도가 잘 전달되도록 합니다.” 그는 디자이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경험 또한 강조한다. 다양한 스터디 모형을 통해 실패를 거듭해보고, 제작자가 실제 사용하는 재질을 활용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설명한다. 명품으로 불리는 대표 브랜드들이 크래프트맨십을 강조하며 나름의 역사를 만들고,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일반화된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김진식도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찾기 위해 여러 요소와 개념을 더하고 확장시키며 디자인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는 앞으로 디자인적 사고를 담은 물성과 균형에 관한 조각물을 선보이며, 동시대의 중요한 개념을 담아낸 작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단순 명료한 방식으로 표현된 오브제를 통해 그가 던질 질문들은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성수동 새촌.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collectibledesign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충격적인 시각적 요소만 가득한 디자인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특별히 없다.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건축가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가 설계한 스위스의 테르메 발스(Terme Vals) 온천 공간. 동굴 속에서의 온천 경험이 좋았다. 





원 포인트(One Point) <월페이퍼>와의 협업 프로젝트. 스웨덴 바닥재 브랜드 볼론, 스페인 대리석 브랜드 쿠에야르 스톤과 헙업한 미니 골프 코스다. Ⓒ Studio JINSIK KIM


오피스 아키텍톤


(왼쪽부터) 우지현, 최영준. 대구·경북 지역에서 태어난 우지현, 차상훈, 최영준은 대학 졸업 때까지 대구에서 지냈다. 오피스 아키텍톤을 설립하기 전 차상훈은 대구에서 13년간 건축 실무를 익히고, 우지현은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후 정림건축과 OMA에서 일했으며, 최영준은 델프트 공과대학교를 거쳐 김영준도시건축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2년 대구 북성로에 사무실을 연 오피스 아키텍톤은 사라지는 대구의 건물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80년 전의 일식 목조건물을 살림집, 문학관으로 레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를 포함, 컴엔시 한옥 사옥, 대구하루 일본인 방문자 센터, 대구 독립 영화관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2017년 1월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열린 <옆집탐구>전, 2015년 주거 문화의 대안 모색을 위해 보안여관에서 열린 <최소의 집>전에도 참여했다. www.architekton.kr

장소를 발굴하는 건축
하나의 공간이 장소가 되는 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장소가 지닌 고유의 가치는 그간 누적된 시간의 층들을 충실히 읽어내는 과정 없이는 결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도시와 건축의 장소성 혹은 지역성의 부재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책이나 발굴되지 않은 유적처럼 이미 존재하는 장소와 지역에 대한 독해의 양적, 질적 부족에서 기인한다. 오피스 아키텍톤(Office Architekton)은 2012년 3월 대구 북성로에서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은 읍성을 중심으로 한 고도시의 역사와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들어서며 시작된 근대 도시의 시간적, 공간적 경계에 해당한다. 첫 프로젝트는 1930년대에 지은 2층짜리 일식 목조건물을 오피스 아키텍톤의 사무실로 레노베이션하는 작업이었다. 설계를 진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건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진행되었고, 정밀한 기록과 실측을 위해 여러 차례 부분적인 철거와 함께 설계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건물의 건축적 가치를 드러내고, 그것을 선별하여 현재화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된 방향이 되었다. 목재와 기와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재는 부분적으로 교체한 것 외에 묵은 때를 벗겨낸 후 그대로 사용했으며, 일부 부족한 자재는 인근에 공영 주차장이나 원룸이 들어서며 철거될 건물들을 기록하며 수집해놓은 것을 활용했다. 주거 공간으로 쓰던 2층 건물의 철거 과정에서는 벽과 천장에 덧댄 여러 겹의 벽지가 발견됐는데, 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일부를 남긴 뒤 그 위에 금속 액자를 설치했다. 사무실 레노베이션은 이후 개인 주택과 전시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북성로 살림집’은 건설사가 분양하는 같은 규모의 주택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서울에 비해 삶과 건축의 질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대구의 이점을 드러냄으로써 현 주택 시장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했다. 또 ‘264 작은 문학관’을 통해 동일한 유형의 목조 건축물이 여러 프로그램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80년 전에 지은 목조 건물의 가치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모두 오늘날의 대구가 지닌 경제적, 문화적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대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도시입니다. 긴 역사가 있고 한국전쟁 기간에도 피해를 입지 않아 건축 자산이 많을 수밖에 없는 도시죠.” 최영준 소장이 얘기하듯 대구에는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온 유·무형의 건축 자산이 남아 있다. 오피스 아키텍톤이 그것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에 비해 토지 가격이 낮은 지역 특성에서 비롯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건물의 질은 종종 반비례한다. “특히 임대 수익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도심지의 경우,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곧 비용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설계와 공사에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면 놓치거나 버려졌을 요소를 발견하고 남기는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오피스 아키텍톤은 첫 신축 프로젝트인 대구 어린이집 ‘주니어 보노’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대구를 벗어나 전북 군산 근대문화지구의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금 오피스 아키텍톤에 주목하는 시선들은 지나온 시간이 앞으로 이들이 진행할 작업에 어떤 밑거름이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삼청동에 있는 카페 연.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지역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셉테드(CPTED) 디자인. 진정 사람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시작하고 싶은 것은 책 쓰기, 그만두고 싶은 것은 수집.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탄핵.



오피스 아키텍톤 사무실 외벽은 시멘트로 마감된 기존 흙벽을 털어내고 단열재를 채운 뒤 분체 도장된 아연도강판으로 마감했으며, 구조 보강을 위해 추가된 수평 부재는 시공을 맡은 김창호 도편수의 제안으로 자연스러운 굴곡을 그대로 살린 전통적인 형식의 목재를 사용했다. 


플라이스


플라이스는 2016년 이승준(1983년생) 디자이너가 베를린에서 론칭한 유니섹스 니트웨어 브랜드다.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 소싱한 최고급 원사를 사용하고 네온 컬러와 그래픽 디테일을 더해 스포티 스타일의 니트 컬렉션을 전개한다. 브랜드를 선보임과 동시에 파리 르 봉 마르셰, 런던 셀프리지 등 세계적인 패션 편집숍에서 주목한 브랜드로, 얼마 전 제13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돼 국내외 패션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신진 디자이너다. www.plysplys.com 

선택과 집중, 오직 니트만
플라이스(PLYS)는 ‘여러 가닥의 실을 엮어 만든 실 한 올’을 의미한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 실타래를 촘촘하게 짜 만든 최고급 원사 스웨터를 중심으로 유니섹스 니트웨어를 선보인다. 디자이너 이승준은 2016년 베를린에서 패션 브랜드 플라이스를 론칭했다. 첫 시즌부터 파리 르 봉 마르셰, 런던 셀프리지, 홍콩 하비 니콜스, 서울 분더샵 등 세계적인 패션 편집숍들의 바잉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패션 신에서 주목받았다. 얼마 전엔 글로벌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는 한국계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제13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플라이스의 니트는 지금껏 봐왔던 포근하고 베이식한 아이템의 니트와는 다른 선상에 있다. 네온 컬러의 도형 그래픽이 더해진, 독창적인 컬러의 니트웨어는 단 한 장으로도 강렬한 분위기를 낸다. 스타일로 규정 짓자면 스포츠웨어에 가깝다. 이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에는 ‘베를린’이란 도시가 큰 영감이 됐다. 이승준은 세인트 마틴에서 텍스타일과 남성복을 전공하고, 졸업 후 특유의 느긋함과 아티스틱한 소스가 넘쳐나는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여름에도 저녁이면 바람이 불어 쌀쌀한 기온을 대비할 옷이 필요했다.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마켓 리서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 시간에 편하게 걸칠 수 있는 스포티한 니트가 간절하더라고요. 편안하고 따뜻한 동시에, 니트 하나만 걸쳤을 뿐인데 확실한 패션 포인트가 되는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활동에 방해되지 않고, 땀을 흘려도 변형이 없는 니트.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아 따로 이너웨어를 입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선명하게 원하는 색을 내기 위해 소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판매하는 실로는 충족이 안 되더라고요. 수차례 테스팅 과정을 거쳐 제작한 최고급 원사만 사용해요. 베를린은 문화, 예술에 대한 영감이 충만한 도시인 반면,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한 전문 시설이 전혀 없어요. 니트 제작은 이탈리아와 벨기에, 포르투갈에서 이뤄지고 세일즈와 PR은 프랑스와 영국 사무실에서 해요.” 플라이스 옷은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다. 특별히 정해둔 뮤즈나 타깃층도 없다. 남녀노소 누구든 그저 플라이스를 멋지게 입어준다면 모두 환영이다. 일상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현대적인 자화상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의 작업물과 자연, 과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등은 플라이스의 컬러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중요한 영감의 대상이다. “페인팅 아티스트 탈 알(Tal R), 탈라 마다니(Tala Madani)의 작업을 유심히 살펴요. 존 라프만(Jon Rafman)의 영상도 즐겨 보고, 뮤지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의 음악 작업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컬렉션이 아닌, 니트 하나에 집중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12세 때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법으로 양보다 질에 힘을 싣게 된 거죠.” 이번 SFDF 수상을 계기로 2018년에는 한국 시장에 좀 더 플라이스를 알리고 싶다고 하는 그는 글로벌한 판매를 위해 온라인 세일즈도 강화할 계획이다. 좋은 소재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키즈 패션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퀄리티와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운 아이 옷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하나 더하자면 수영복 브랜드 ‘스피도’와의 협업도 꿈꿔본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남대문 알파문고. 방대할 만큼 다양한 재료를 종류별로 판매해 언제 들러도 흥미롭다. 같은 맥락으로 남대문 수입 상가와 방산시장도 좋아한다.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언택트 #Untact 사람 없이도 제어할 수 있는 무인화 시스템이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당장 서울에서 베를린에 있는 집의 조명을 켜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이다.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다이슨 핸디 청소기. 미니멀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다이슨 디자인은 너무 투박하다.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건강한 삶. 일하는 시간에는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졸음이 오는 느낌이 싫어 생긴 습관인데, 올해에는 꼭 고치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명상과 운동. 모두 건강과 관련돼 있다.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것. 



01 2018 S/S 컬렉션 룩북. 일본의 해수 온도 상승에 대한 내용을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에서 본 어부들의 파스텔컬러 고무 장갑, 형광빛이 감도는 깊고 푸른 바다, 해파리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색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네 번째 컬렉션. 


김다희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 한글꼴연구회 및 한울 활동을 했고, 활자공간에서 글꼴 디자인 작업을 했다. 2007년 민음사 출판 그룹에 입사했으며 현재 황금가지 미술부 팀장을 맡아 북 디자인과 출판 관련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뿌리깊은 북 디자이너 
2016년 출판사 황금가지는 알라딘에서 진행하는 ‘Born to Rea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갈리아의 딸들> 특별판을 출시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를 찾아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하는 이 이벤트를 통해 특별 제작한 3000권의 책은 이틀 만에 매진됐고, 추가로 인쇄한 물량까지 총 5000권이 금세 동이 났다.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이유도 있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갖고 싶은 디자인’ 역시 한몫했다는 평가다. 디자인을 맡은 김다희 디자이너는 2007년 민음사 출판 그룹에 입사해 현재는 황금가지 미술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SF, 추리, 판타지 호러 등의 장르 문학을 다루는 출판사의 특성을 좀 더 과감하고 재미있게, 신선하고 선명한 느낌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흔히 ‘장르 문학’이라고 하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떠올리잖아요. 디자인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고.(웃음) 저희는 인하우스 디자이너니까 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황금가지만의 색을 분명히 하고 한 권 한 권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조화로운 디자인으로 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했죠.” 그의 말대로 황금가지 디자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접목된 표지다. SF를 비롯한 장르 문학의 특성상 책 내용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전달하기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설정한 방향이다. 책의 콘셉트에 잘 부합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를 찾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아트 디렉션 또한 그의 몫으로 <이갈리아의 딸들> 개정판에서는 이집트 벽화를 콘셉트로 했다. 이갈리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처럼 느껴지도록 고대 이집트인들이 일상을 기록한 방식을 차용해 이에 어울리는 그림 작가를 섭외하고 홀로그램 박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역시 흑백의 담백함을 살리되, 새로운 우주관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작업 중 하나다. 이후 꾸준한 판매로 이어지자 지난해에는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도 출간했는데, <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와 동일한 사이즈에 통일성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출판사의 아이덴티티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기획으로, 그림의 톤과 색, 서체의 사용은 물론 판형과 제책 방식, 후가공에서의 박 인쇄까지 조화로움과 선명한 존재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지난 10여 년간 김다희 디자이너가 민음사에서 선보인 책은 300여 권. 요즘엔 출판 시장의 활동 영역과 채널이 다양해짐에 따라 북 디자인이 전체 업무의 일부가 됐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굿즈부터 온라인 홍보를 위한 각종 배너와 디자인 페이지 제작, 전자책 관련 업무까지 그야말로 복잡 다변화된 것이다. 하지만 북 디자이너라고 해서 종이 책 만드는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 역시 책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북 디자이너가 한다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통일성 있게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김다희는 앞으로 디자인 현장에 여성 디자이너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또 유명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하는 ‘취향 저격’의 북 디자인만큼 출판사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내놓는 안정적이고 숙련된 작업의 진가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의 내용과 구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책은 대형 서점에도 있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회사에서 가까운 강남 교보문고. 특색 있는 작은 서점도 좋지만 대형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대중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collaboration #콜라보레이션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무척 짧은 호흡으로, 너무 많은 종수를 진행하는 리커버 트렌드는 생각해볼 시점이 되었다.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그 책과 디자인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스토리와 맥락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매일 30분이라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그만두고 싶은 것이라면 육아와 일의 경계선에서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는 것?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WOO! BOOK CLUB ‘제가 이 책 디자인했습니다’ 토크. 참가 신청이 빨리 마감이 되었다는 소식에 놀랐다. 또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여성이 디자이너로 일하며 갖게 되는 육아에 대한 고민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어 거듭 놀랐다. 그날 많은 분들이 보내준 공감의 눈빛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스티븐 킹의 <그것(IT) 세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개봉에 맞춰 새롭게 펴낸 것으로 그림 작가 최지욱과 협업해 밝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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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디자인> 편집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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