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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젊은 디자이너들이 움직이자 1988년이 힙해졌다 서울올림픽 아카이브 프로젝트
서울올림픽은 여러모로 한국 사회에 전환점이 된 대회다. 해외여행이 비로소 자유로워졌고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경제성장 속도 역시 빨라졌다. 돌이켜보면 문화의 시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로 들어가는 진입로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비록 그 전성기는 10년을 채 넘기지 못했지만). 서울올림픽을 겪어본 세대의 노스탤지어일까, 아니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적 감각에 대한 밀레니얼의 욕구일까? 이때를 기억하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삼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접근 방식과 올림픽에 대한 생각, 느끼는 감정은 달랐지만, 아득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뻔했던 디자인 유산을 기리고 복원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은 동일했다.







‘올림픽 덕후’라고 불리는 최지웅 실장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올림픽 관련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엮은 아카이브 북 을 선보이게 됐다. 이 책에는 최지웅 실장 본인의 소장품 외에도 서울올림픽을 기억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김현 전 디자인파크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의 상세한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Interview
최지웅 프로파간다 대표

“보편적인 올림픽에 대한 경험을 한데 엮었다.”



서울올림픽 관련 소장품 종류가 상당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이때부터 올림픽 관련 물건을 모았다. 처음에는 부모님에게 받은 선물이나 경기장에서 받아 온 스탬프, 응원 깃발이나 동네 슈퍼에서 떼어 온 배너 등을 수집하다가 차츰 벼룩시장을 뒤지고 경매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은 약 30년간 모은 올림픽 관련 자료를 엮은 책이다.

올림픽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글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대형 축제이다 보니 그 열기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의 디자인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통합 브랜딩의 시초라는 생각이 든다. 엠블럼, 픽토그램, 환경 장식물까지 통일감 있게 구성된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책 전반부에는 올림픽과 관련한 여러 사람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아카이브 북에 대한 기획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울올림픽도 궁금해지더라.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올림픽에 대한 경험을 한데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서울올림픽에 대한 사진을 모은다고 SNS에 올리니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었다. 사진 속에는 환경 디자인이나 티켓, 선수증 등이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디자인 아카이브 자료의 구실도 하게 되더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본래 이 책에는 두 분의 디자이너, 양승춘 교수님과 김현 선생님의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준비 도중 별안간 양승춘 교수님이 돌아가셨다. 대신 교수님의 자제분을 만나 살아생전 남기신 다양한 자료를 건네받았다. 직접 손으로 쓰신 콘셉트에 관한 글, 거의 최초로 공개하는 시안들,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필름판 등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에 대한 20대의 반응이 정말 뜨겁더라.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전혀 없는 세대가 관심을 갖는 게 흥미로웠다.
20대들이 오히려 호돌이를 힙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 현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여러 조건이 맞물린 게 아닌가 싶다.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의 영향도 있을 테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한정판이나 빈티지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화려하게 3D로 구현되는 요즘 캐릭터와 달리 작도법에 따라 정석대로 디자인한 호돌이가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말이다. 보통 영화나 패션의 유행 주기가 30년이라고 하는데 이런 주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제24회 88서울올림픽 그래픽 아이덴티티 스탠다드 매뉴얼>







<제24회 88서울올림픽 그래픽 아이덴티티 스탠다드 매뉴얼>(이하 <서울올림픽 그래픽 매뉴얼>)은 서울올림픽 당시 그래픽 매뉴얼 자료를 집대성한 책이다. 특히 프린트로만 남아 있던 당시의 디자인 자료를 벡터화해 디자인계에 작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래 이 책은 시리즈 3권으로 기획했으나 아쉽게도 1권만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된 상태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Fax.는 97명의 디자이너들과 의기투합해 최근 <프로젝트 88: 현시대 디자이너가 바라본 88올림픽>(이하 <프로젝트 88>)이라는 책을 냈다.



Interview
이재훈·이성은 Fax. 대표

“가장 복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한국의 디자인 유산을 떠올렸다.”



<서울올림픽 그래픽 매뉴얼>에 영감을 준 프로젝트가 있다면?
평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즐겨 보는 편인데, 펜타그램 출신 디렉터들이 그래픽 스탠다드 매뉴얼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서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출간한 책 중 <나사 그래픽 스탠다드 매뉴얼>이라는 책에 매력을 느꼈고 서울올림픽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소규모 프로젝트로는 드물게 IOC의 허가를 받아 진행했다.
처음부터 ‘IOC를 뚫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웃음) 처음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연락을 했다가 대한체육회를 거쳐 대한체육공단 산하 올림픽기념관과 접촉하게 됐는데, 이곳에서 서울올림픽에 대한 저작권은 IOC로 회수되어 활용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이대로 포기하기는 너무 아까워 IOC 관련 사이트를 모조리 찾아낸 뒤 인포메이션 계정으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소개하는 메일을 수십 통 보냈다. 그중 스위스 소재의 올림픽 뮤지엄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IOC가 이전까지 개인에게 메일을 회신한 사례가 없다더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서울올림픽 자료를 벡터화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막상 자료를 디지털화하려다 보니 각 이미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 인쇄상의 작은 오차들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를 정밀화하기 위해 스캔받은 자료를 다 따라 그린 다음, 이미지를 겹친 뒤 투명도를 줘 일일이 중간값을 찾아냈다. 특히 호돌이는 응용 동작이 64마리나 된다!(웃음) 보름 정도 거의 밤을 새워가며 작업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돌연 <프로젝트 88>이란 책을 냈다.
솔직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무척 힘들었다. 작은 신진 스튜디오가 홀로 진행하기에는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처음 기획했던 3권 중 한 권만 빛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이대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는 아쉬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바라본 올림픽을 주제로 한 책을 내게 됐다. 300여 명의 디자이너들에게 메일을 돌렸고 그중 97명의 디자이너들에게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담은 그래픽 작품을 받아 한데 엮었다.

두 사람은 각각 1984년생(이재훈), 1988년생(이성은)이다. 올림픽에 대한 향수가 있을 만한 나이는 아닌데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나?
먼저,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아서’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한국의 디자인 유산을 생각해봤을 때 서울올림픽만 한 것도 드물다고 판단한 까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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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1988
올림픽 디자인의 밑바탕에는 늘 국가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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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