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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우리는 분주히 달려가고 있다 김충재 x DHL <벡터로부터From Vector>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25일까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열린 <벡터로부터>는 두 디자이너가 기존의 작업에서 무한대로의 확장을 시도하며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였다. 제품 디자이너 김충재와 그래픽 디자이너 이덕형(이하 DHL)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디자이너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벡터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다양한 소재, 방법론으로 풀어냈다.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고유의 조형미를 추구하는 김충재와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그래픽뿐 아니라 패션, 제품 디자인과 공연 영상 제작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DHL을 만나봤다. 두 사람은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와 인플로언스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피커Speeker 소속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DHL 그래픽 디자이너. 클럽 소프 서울과 블루스퀘어, 지드래곤의 제주도 카페 ‘몽상 드 애월’, 빈지노의 IAB 스튜디오, 혁오밴드의 BI 등을 디자인했다. 이 외에도 브랜드 머천다이징, 의류·제품 디자인, 공연 영상 제작 등을 하고 있으며 컬처 크루 ‘데드 앤드’ 멤버이기도 하다.

김충재 제품 디자이너. TV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의 ‘미대 오빠’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대학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16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7 밀라노 디자인 위크 ‘벤추라 람브라테’, 2017 공예트렌드페어에 참여했다.


전시 주제가 ‘벡터로부터’이다. 광범위하게 느껴지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DHL 디자인의 가장 기초가 되는 벡터를 최소 단위로 해 무제한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한 작업 중 3분의 2가 신작인데 회화 느낌이 강한 작품이 많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확장해나가는 것이 지금의 시대와 우리의 작업 방식에 맞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를 감상하는 관객 역시 개개인의 작은 가능성,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무제한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충재 판화나 페인팅 작업을 한다든가 프로토타입을 가변 설치하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방식을 많이 썼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함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한 셈인데 덕형이와 호흡을 맞춘 그 언어가 마음에 든다. 사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품을 평면화, 공간화하는 등 확장의 측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에 대해선 앞으로 더 진지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하드에 저장해둔 디자인 작업도 수두룩하다.


보통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충재 제품 디자인을 공부할 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교과서처럼 배웠지만, 그 안에서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다. 세상엔 아이폰 같은 제품도 있지만 필립 스탁의 레몬 주서 같은 제품도 있지 않나. 내가 만드는 가구, 도자 제품, 오브제 등에선 심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하이힐처럼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제품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즘엔 디지털 기반의 방법론에 몰두하고 있는데 3D 프린팅, CNC, 그 이상으로 좀 더 관심 있는 것들을 접목해서 보여주고 싶다. 방법론에서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싶다.

DHL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포스터,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 아트도 하고 공연 영상을 제작하거나 옷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르자면 BI 디자인이다. 많은 작업을 하다 보니 ‘마이너스 철학’이랄까, 나만의 방법론이 생겼다. 단순한 곡선 하나, 색에도 나름 담아야 할 의미가 많지만 그걸 최대한 함축적으로, 흠이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필요 없는 요소는 덜어내고 작은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디테일이 좋으면 그게 확장되었을 때도 좋다. 뿌리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철학이 잘 구현된 자신의 작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을 꼽아달라.

김충재 이번에 프로토타입으로 전시한 컵이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활용한 도자 제품으로 디자인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여했는데 이제 곧 완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세라믹은 본래 자연적인 클래식한 재료이기 때문에 데이터로 수치화하기 굉장히 어렵다. 디지털 기반을 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으로, 변수가 많아서 완성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과정 자체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말하는 오리지널리티, 즉 차이와 디테일은 바로 이런 수고와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꼭 장인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창조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태도라고 본다.

DHL 빈지노의 IAB 스튜디오 로고를 꼽고 싶다. 그들 역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다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작업했다. 원 3개는 IAB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3명의 디자이너를 의미하고 각각의 컬러는 멤버들이 좋아하는 색을 나타낸다. ‘IAB(I’ve Always Been)’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항상 그대로라는 점에서 돌 같은 느낌도 있고, 둥글게 둥글게 살자는 메시지도 있다. 멋을 뺀 듯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고, 그 색채의 조합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래픽, 공간, 제품 어디에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린다.(웃음)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불어 서로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장점도 이야기해달라.

DHL 결정이 빠르다. 지금까지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본다. 결정이 빠른 데에는 나름의 감이랄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을 자주, 오랜 시간 관찰하는데, 클럽이나 파티에 갔을 때 이를 즐기는 표정이나 음악을 듣는 태도, 술을 마시는 모습까지 꼼꼼히 살피는 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는 톤에 대한 감을 익히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 것 같다. 충재 형의 장점이라면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것. 소재 자체에 집착하기도 하고,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조금도 엇나가는 게 없다.

김충재 단점이기도 하다.(웃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입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3D에서 4D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또 그걸 가장 재미있어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미니멀해지는데 실제화하려면 리스크를 줄여야 하므로 보다 간결하고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 비해 덕형이의 작업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으로, 한계나 제약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말랑말랑하고 여유롭다. 그냥 허투루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꼼꼼하게 잡아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유려한 듯 단단하고 함축적인 힘이 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DHL 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지극히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옷을 디자인하고 싶은데, 이번에 새롭게 작업한 ‘Haze’에서 표현한 물방울무늬를 일종의 패턴처럼 드레스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김충재 요즘엔 건축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데 제품도 작은 건축이라는 생각이다. 건축처럼 큰 개념의 디자인을 해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작은 주얼리라든가 패키지 디자인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항상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열려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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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김민정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