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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세계가 주목하는 아트 퍼니처의 라이징 스타 발렌틴 로엘만
신진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발굴해내는 안목으로 이름 높은 파리의 갤러리 고세레Galerie Gosserez가 일찌감치 주목한 디자이너가 있다. 이제 자신의 스튜디오를 연 지 3년 된 신진 디자이너 발렌틴 로엘만Valentin Loellman이다. 그는 아트 바젤, PAD(Pioneering event for Art and Design) 파리와 런던 디자인 페어, 컬렉티브 디자인 페어 등을 통해 많은 갤러리와 컬렉터를 사로잡았으며, 2013년 PAD 파리에서 ‘최고의 모던 디자인 조각상’을, 2017년 PAD 런던에서 ‘최고의 컨템퍼러리 디자인 오브젝트’ 상을 받으며 더욱 주목받았다. 특히 PAD 파리와 런던에서 차례로 수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갤러리 고세레 대표 마리베랑제르 고세레Marie-Be´range`re Gosserez의 ‘시적이고 우아한 가구’라는 표현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손으로 일일이 다듬어 빚어낸 그의 가구는 조소 작품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이 라이징 스타의 전시가 지난 1월, 서울의 디에디트Theedit에서 열렸다. 첫 한국 데뷔 무대다. 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전시에서 월넛과 브라스를 결합한 ‘브라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www.theedit.co.kr


디에디트 전시장에서 만난 발렌틴 로엘만.  발렌틴 로엘만 1983년 독일 출생. 마스트리흐트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Maastrict Academy of Fine Art를 졸업한 후 오래된 공장 건물 한쪽에 아틀리에를 열어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5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 정식으로 스튜디오 발렌틴을 설립, 가구 외에도 공간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www.valentinloellmann.de

‘브라스 컬렉션’ 중 빅테이블.

신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개인 스튜디오를 열고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활동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나?
부모님과 형제들 모두 무용이나 사진, 미술 계통과 관련된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예술이나 디자인을 하는 건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하거나 기업에 들어가 일하기보다 처음부터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 초점을 두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학점을 따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지 않았고, 그래서 학점도 엉망이었다.(웃음) 하지만 비즈니스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실제로 처음엔 스튜디오 운영이나 작품 전시와 유통 등 사업적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 나 역시 흔들리고 약해지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하고자 하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연구했다. 작품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나의 작품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사업적인 면은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디에디트를 통해 선보인 브라스 컬렉션은 어떤 과정으로 탄생했나?
나는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스케치를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작품에 어떤 이미지나 감정을 담고 싶은지에 집중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대로 구조를 만들고, 접합이나 코팅 등의 제반 작업을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한다. 스튜디오에 브라스가 있었는데, 거친 질감의 나무와 반짝이고 매끈한 브라스가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테이블이나 의자 전체를 나무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쉬웠다. 기존 나무 작품과 차이점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다리 부분을 쿠퍼로 만들었는데 강도가 너무 약했다. 여러 시도 끝에 스틸로 다리를 제작하고 여기에 브라스를 입혔다. 뻔한 프로세스보다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합을 시도하려고 한다. 브라스와 월넛의 결합도 다들 힘들 거라고 했다.(웃음) 그냥 해보는 거다.

오브제의 곡선 형태는 손으로 일일이 제작하는 당신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진 모서리가 전혀 없는 모습은 조소 작품 같기도 하고, 붓으로 그려낸 정적인 회화 같기도 하다.
조소 작품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용접하면서 열에 나무가 조금 휘거나 테이블 또는 의자 안쪽에 용접 자국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흔적은 일부러 그냥 두기도 한다. 공장 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제작 과정에서 그라인딩이나 코팅할 때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 외에는 모두 손으로 직접 한다.

작업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소재의 자연적 물성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페인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오브제마다 월넛 컬러가 조금씩 다른 것은 불로 나무를 그을리는 퓨밍fuming을 하면서 약간 붉어지거나 검게 변했기 때문이다. 햇빛에 비치면 원래 있던 파티나(금속 표면의 얇은 부식물층)나 용접 자국이 더 잘 드러난다. 가구 하나에서 다양한 컬러가 드러나고, 소재를 다루는 과정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모두를 아트피스라고 생각한다.


데이베드.




의자. 의자의 하단 부분에는 소재를 그을리고 용접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손으로 작업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벤치.


오브제로도 충실히 기능하는 사다리.


스튜디오에서 이번 전시에 선보인 커피테이블을 제작하는 모습.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스튜디오 공간을 새롭게 바꾼다. 그 과정에서 많은 리프레시가 된다. 뒷마당에 새로운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런 소재가 영감의 대상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기보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구현하려고 한다.

당신의 작품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아트 퍼니처’, ‘컨템퍼러리 아트’의 정수로 높이 평가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정의가 좋지만은 않다. 하나의 타이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나의 작품을 분류하자면 그렇게 불러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이를 통해 나의 작품에 쉽게 다가오고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최근에는 어떤 소재에 관심을 두고 있나?
대리석과 레진, 메탈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브라스도 그렇지만 레진 역시 빛을 투영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눈물이나 물결무늬를 구현해보기도 한다. 특히 반짝이는 물성 때문에 조명을 받으면 더욱 다양한 빛과 그림자가 생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시내에 설치할 긴 벤치와 조각품을 만들고 있다. 공공 미술의 개념이지만 갤러리가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사람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 외에 샌프란시스코, 파리, 브뤼셀, 제네바, 런던 등에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모두 성격이 다른 전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이고 싶나?
타임리스한 히스토리를 지닌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는 매일매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가구는 그 질문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명성이나 상업적인 성공에 대한 욕심은 지금도 없다. 성공했다고 해서 캐스트를 만들어 공장에서 찍어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초창기에 작은 아틀리에를 구했을 때는 렌트비를 내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소재를 구할 돈이 없어서 산에 가서 나무를 구해 오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작품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굳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이 그 과정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해도 그 역시 멋진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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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김규한 기자, 작품 사진: 스튜디오 발렌틴 제공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