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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공간의 가장 완벽한 기능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김종호
건축은 도시의 인상을 결정하고 공간은 경험의 스펙트럼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이는 삼성동 하면 떠오르는 건축, 여의도 하면 떠오르는 공간 등 장소를 떠올릴 때 대표적인 수식이 되기도 한다. 파크 하얏트 호텔,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공간 디자인,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63빌딩 내의 식음 공간 로Raw 등은 우리가 자주 들어보고 몇 번은 가본 적이 있고, 또 길을 가다 마주했을 건축과 공간이다. 이 모두가 디자인스튜디오의 대표이자 공간·건축 디자이너인 김종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작은 규모의 전시부터 대규모 건축과 공간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미학과 섬세한 감성을 드러내는 그의 디자인 언어는 화려한 스타일이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각 공간의 충실한 역할과 사용자를 위한 스토리를 성실하게 담아낸다. 김종호는 이를 통해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행하고 때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지속되는 타임리스 디자인에 대한 해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공간이 지닌 가능성이자 진정한 가치라고 믿는다.


김종호 미국 유타 주립 대학교 환경설계학과와 코넬 대학교 대학원 도시 및 환경 설계학과 졸업 후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디자인스튜디오 대표로 포스코 더샵, 금호건설 어울림 등의 주거 공간 디자인을 맡았으며, 특히 호스피탈리티 공간 디자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밖에 여의도 63빌딩 식음 공간 로와 GT타워 공간 디자인 등을 진행했으며 광화문 현대해상, 서초동 KCC 본사 등 사옥의 건축과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미국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ASID)가 2009년 발간한 <세계의 뛰어난 디자이너>에 소개된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이며 골든 스케일 디자인 어워드(2015), 일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어워드(2016) 등을 수상했다. 2013~2014년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회장을 역임하고 이후 2015년부터 지금까지 명예 회장을 맡고 있다. www.design-studio.co.kr

EK 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뉴욕주 도시 설계 공모전으로, 뉴욕 주 전체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공모전에 2년 연속 1등으로 당선되었으며, 이후에는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했나요?
JH 귀국 후 유원건설에서 건축·인테리어 총괄 설계팀장으로 6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독립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서초동에 있는 개인 건물이었어요. 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 1998년인데, 당시는 IMF 사태 이후여서 경기가 몹시 안 좋았어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일을 시작할 즈음 고정 클라이언트를 이미 확보한 상태였어요. 사실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독립했고 또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느냐고 조언을 구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 프로젝트 물량을 확보한 뒤에 독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클라이언트나 협업자들과 든든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EK 프로젝트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JH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은 클라이언트여야 합니다. 그들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어야 하죠.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영역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서비스 영역이에요. 이제는 모든 직업군이 서비스 영역에 속하는 것 같아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듣고 싶은 답을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예스맨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클라이언트의 안목과 철학을 믿고 구현해주는 일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고집하려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려는 후배 디자이너에게 “클라이언트를 이용해 너의 꿈을 펼치지 말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EK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솔루션을 디자인을 통해 제안하는 것이 디자인스튜디오의 모토라고 할 수 있겠네요.
JH 우선 클라이언트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저는 리테일 공간을 디자인할 때 멋있게, 예쁘게 하는 데 집중하지 않아요. 디자인 결과물을 두고 순수 예술에서 말하는 ‘작품’이라고 이르거나 디자이너를 ‘작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디자인은 순수 예술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순수 예술은 특정 클라이언트를 두고 작품을 만들지 않아요. 디자인은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서초동 GT 타워 공간 디자인. 외관을 맡은 네덜란드 건축가 페이터 까운베르흐Peter Couwenbergh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내외관의 유기적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한복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듯한 외관 곡선의 형태가 내부에도 독특하게 구현되었다.


역삼동 보리호텔 공간 디자인. 로비는 독특한 패턴의 셸터 구조로, 화이트 컬러의 과감한 도장 방식을 통해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공간에는 휴식과 자연을 위한 디자인 요소를 균형감 있게 배치했다.

EK 인터콘티넨탈 호텔부터 파크 하얏트 호텔, 플라자 호텔, 그리고 최근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웰니스 리조트(이하 파크로쉬)의 공간 디자인을 하면서 특히 공간을 건축적으로 해석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JH 호텔은 하나의 사회처럼 수많은 사람이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활동하는 곳이고,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도 기능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호텔은 운영이나 관리 측면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디자인할 때 건축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K 지난 1월 오픈한 파크로쉬는 정선의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공간에 끌어냈습니다.
JH 리조트가 위치한 숙암리에는 옛 맥국의 갈왕이 전쟁을 피해 정선에 머물렀을 때 암석 밑에서 쉬며 숙면을 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와요. 그 바위인 ‘숙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어요. 그곳에는 자작나무도 많은데, 그 자연을 내부 공간에 풀어내 공유하자는 스토리로 풀었습니다. 정선은 또 삼베가 유명해요. 창호 무늬에서도 이러한 직조된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사용한 황석은 암석 형태에 코팅을 각기 다르게 했어요. 곳곳에 석재와 나무라는 요소를 사용했지만 컬러나 구현 방식을 다르게 풀었습니다.

EK 특히 이곳은 국내 최초의 ‘웰니스 리조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JH 휴식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어디 가서 며칠 푹 쉬다 왔으면 좋겠다’는 니즈를 해소할 만한 곳은 많지 않아요. 파크로쉬는 스파나 요가, 북카페는 물론 수면 랩 센터 등 휴식과 힐링 체험을 위한 곳이고,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EK 디자인스튜디오는 베트남 호찌민시의 인터컨티넨탈 서비스 레지던스, 마카오의 디지털 리조트 루나Lunar, 하와이 콘도 프로젝트 등 여러 해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어떤 점에 더 신경을 쓰나요?
JH 해외 프로젝트는 외국의 건축가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축이나 공간이 들어설 지역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파트너와 서로의 니즈와 스터디를 공유하고 맞춰가는 일이 중요하죠. 또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는 되도록 한국 브랜드를 함께 진행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한샘과 협약을 맺고 한샘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회를 만드는 거죠.

EK 공간 건축 디자인에서 최근 들어 중요해진 이슈들이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공간에 변화가 생기고 채광, 천정고에 따라 공간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JH IoT나 가상현실과 같은 이슈도 있지만 에너지 효율성과 전력 소비 최소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동 지역의 건물에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에너지를 과도하게 낭비하면서 여름에 춥게, 겨울에 덥게 생활하는 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겨울에는 좀 춥고 여름에는 좀 더운 것이 자연스럽거든요. 단열에 대한 기준도 달라지고, 에너지 충전을 통한 절약 방식 등 에너지 제로를 위한 방식이 대두되겠죠.

EK 기술적 측면에서 에너지 제로에 주목한다면, 건축이나 공간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어떤 면에 주목해야 할까요?
JH 이제 타임리스한 디자인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현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트렌디한 요소를 잘 접목한 상업 공간이 놀랄 정도로 많아요. 반면에 전통을 조화시키며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도 이제 내실 있게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K 그런 점에서 건축은 도시 개발이나 도시의 아이덴티티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기업의 사옥 또한 공공 디자인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요.
JH 제가 늘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우리가 하는 일은 작게는 동네를 변화시키지만 결국은 문화를 바꾼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작은 규모의 가게도 사람들의 패턴이나 습관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나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클라이언트 또한 점차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구현하려는 건축이나 공간을 거시적 의미의 공공 공간이나 공공 디자인으로 대하는 등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EK 디자이너의 역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상생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헌 측면으로 확장된 생각을 해야 하고요. 공공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JH 국내 공공 디자인은 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요. 정치와도 연관되니 지속성을 갖기도 어렵고요. 몇 해 전만해도 서울은 과용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고 관련 정책도 많이 발표되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시행되는지, 그 효율성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죠. 거리나 벤치, 지하철역의 디자인도 그 도시와 시민의 문화적 척도가 됩니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서울은 잠재력이 높은 도시거든요. 역동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안전하고 공공 서비스의 수준도 높습니다. 여기에 공공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면 훨씬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EK 코시드 회장을 역임하면서 이런 점을 실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코시드에서 2016년 국가 공인 실내 디자이너 자격시험제도를 만든 데에도 많은 힘을 쏟으셨지요.
JH 코시드에서 국가 공인 실내 디자이너 자격시험을 시행한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을 국민의 안전이나 삶의 질을 위한 공공의 장치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결과물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려고 합니다.


강원도 정선 숙암리에 위치한 ‘파크로쉬’의 공간 아트월. 영국 작가 리처드 우즈Richard Woods의 작품으로, 정선의 자작나무를 모티브로 사용했다.


호치민 시에 자리한 인터콘티넨탈 서비스 레지던스 공간 디자인. 아시아적 감성을 내추럴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사진은 전통 격자 무늬를 활용한 레스토랑.


‘파크로쉬’는 국내 최초의 웰니스 리조트로, 정선의 자연을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재해석했다. Ⓒ백수흠(Design Studio)
EK 2015년 코시드 회장을 맡은 후 노인정을 레노베이션하는 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JH 개인적으로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공간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금전적인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그들이 실제 삶을 영위하는 공간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이제 학교 공간도 리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세워진 지 너무 오래됐어요. 그런데 공간 변화는 없이 낡은 책상을 바꾼다거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식으로 내부 시설만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성장기에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느냐는 그 사람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EK 디자이너의 정당한 보수에 대한 인식 역시 개선될 점이 많습니다. 본인의 경우 현장 경험이 20년 되는 지금이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느끼나요?
JH 디자인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안다고 해도 저작권이나 정당한 보수에 대한 인식은 아직 그만큼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건 국내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한 요인도 있죠. 디자인·건축 설계비를 제대로 받게 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현재 아파트 건축 설계비가 10년 전에 비해 1만 원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제자리걸음 수준입니다.

EK 이 문제는 공간이나 건축뿐만 아니라 디자인계의 공통된 고민인 것 같습니다.
JH 클라이언트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몰라요. 디자인을 어떤 스튜디오 혹은 사무소에 맡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심한 경우 가격만으로 경쟁을 하게 되기도 해요.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의 가치나 아이디어보다 가격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이는 멀리 보면 결국 디자인업계 전체를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디자이너 스스로 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고 클라이언트 역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가까운 일본도 디자이너의 인지도나 회사 규모에 따라 보수에 차이가 있죠. 하지만 가격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 있어요.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전문 디자인 인프라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디자이너를 전문가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고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EK 디자인스튜디오가 완성한 공간은 명확한 이야기와 정체성이 있어요. 보리호텔은 셸터 형식의 지붕과 독특한 타공을 로비 전면에 내세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새턴바스의 전시장은 욕조를 구현한 듯 유기적인 곡선과 블랙 & 화이트의 대비로 전시의 주인공인 욕조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층과 방에 경계를 새롭게 해석한 양평의 세컨드하우스는 휴식을 위한 별장 역할을 기능적으로 리디자인한 느낌이었고요. 프로젝트마다 이런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끌어내나요?
JH 디자이너는 스타일이 아니라 콘셉트가 있어야 해요. 투박하고 촌스러워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가치 있는 디자인입니다. 이를 설득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죠. 흔히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고 물어보는데, 이는 학습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쌓아가는 것 같아요. 이를 상황에 맞게 꺼내 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자신의 논리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새턴바스 전시 공간 ‘오가닉 레볼루션’. 마치 물이 흐르듯 곡선을 통해 사람의 몸에 닿는 유기적 형태의 욕조를 감성적으로 풀었다. 많은 디자인 장치나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간의 흐름을 따라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세컨드 하우스 ‘5 in 3’. 기존의 삼각 형태의 건축물에 오각 튜브 형태의 공간을 끼워 넣은 독특한 구조로, 오각형의 거실, 사각형의 침실, 삼각형의 다락 공간을 구성했다.
EK 이를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JH 인문학이나 과학 같은, 전혀 다른 분야의 책까지 열심히 읽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보통 인터넷부터 찾는데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관련 정보나 이미지는 이미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얻는 정보예요. 하지만 책을 곱씹고 이해하면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공간 아이디어는 단순히 예쁘고 그럴듯한 이미지를 찾는 차원이 아니라, 주거가 무엇이고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고민하고, 참된 힐링과 휴식이 무엇인지 공간의 목적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나름의 토대를 세우려면 책을 많이 읽어 자신의 지식 체계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EK 엄청난 워커홀릭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워커홀릭인 대표님의 하루 풍경은 어떤가요?
JH 예전에는 일에 몰두하다가 갑자기 멍해지는 번아웃을 겪기도 했어요. 연휴가 될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연휴라는 사실을 알고 ‘이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요. 요즘엔 그런 일이 많이 줄었지요. 스스로 컨트롤하려고 해요. 아침형 인간인지라 중요한 일은 오전 11시 이전에 다 마칩니다. 그리고 보통 오후 6시 정도에는 퇴근해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디어 낸다고 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과도하게 일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EK 앞으로 해보고 싶은 공간 프로젝트가 있나요?
JH 더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보다는 진행하고 있는 공간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싶습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자의적 판단을 많이 하게 되는데, 디자이너에게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 따라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진행 중인 몰링 디자인만 해도 제 경험과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이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합니다.

EK 공간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변화합니다. 이에 따라 공간이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까요?
JH 라이프스타일은 너무나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공간이 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의 정확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공간이 아니라 아직도 획일적인 공간을 만들려고만 하는 것 같고요.

EK 이제는 1인 주거부터 다양한 동거 형태가 존재하는 데 비해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공간이 공급되는 게 아니라 공급자의 공간에 사람들이 적응해야 하는 프로세스죠.
JH 땅콩주택이나 컨테이너 주택 등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특히 한국은 공동 주거 형태가 많은데, 소규모라도 개인의 용도와 편의에 따른 공간이 제시되어야 해요. 원룸이 99m2의 중형 크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이고, 이에 대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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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글·정리: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