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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terview 2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종환 정의로운 플라스틱의 가능성
쓰레기는 흔히 두 가지의 선택지로 생을 마감한다. 재활용으로 회생하느냐, 폐기물로 소각되느냐. 1990년대 초부터 지역별 폐기물 처리 방식을 고민해온 활동가이자 준공무원인 김종환은 애초에 폐기물을 만들지 않으려는 인식의 전환이 재활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환경보호를 넘어 원인 제공자와 사후 처리자 간의 간극을 좁히는 사회정의 구현의 차원에서도 더욱 필요한 관점이라고 강조한다.


김종환 서울대에서 화학공학과 도시계획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에서 환경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간 공장의 화학공학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환경 NGO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활동했다. 현재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품환경안전팀 팀장으로 생활 화학 제품의 안전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jhkim.keiti.re.kr ©한도희

 


지난 4월 27일 서울시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는 한 달 앞서 불거진 ‘플라스틱 대란’과 관련한 패널 토론회가 열렸다.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환경 운동가, 환경 전문 기자, 서울시 공무원, 순환 자원 연구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유독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자본’과 ‘책임’의 동등한 분배를 이야기하는 한 공학 박사의 발제가 눈에 띄었다. 바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김종환 팀장.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과학 기술을 연구해온 그는 정확히 말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플라스틱보다 폐기물에 방점을 찍는 전문가다. 플라스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는 오늘날, 이제 디자이너는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플라스틱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디자인할 차례다. 플라스틱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언젠가는 분해된다는 그의 말처럼 ‘인공’과 ‘자연’의 경계는 원래 모호하고 ‘상품’과 ‘쓰레기’도 결국 한 끗 차이다. 폴리에스테르의 화학식을 적어 내려가며 설명하던 그가 기술의 완성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며, 그 부분이야말로 디자인의 고유한 몫이라고 강조하는 순간, 다시 한번 극과 극은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즘만큼 폐기물이 주목받은 적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폐기물이 무관심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폐기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누구나 날마다, 매 순간하는 일입니다. 먹고 마시는 일을 하면 꼭 폐기물이 남습니다. 하지만 폐기물은 늘 시선에서 가려지지요. 일단 문밖에 내놓고 눈앞에서 사라지면 관심도 사라지는 것이죠. 이번 폐기물 대란 때도 직접적인 원인이 된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에 늑장 대응한 것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본질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의 일명 ‘플라스틱 대란’을 어떻게 파악하십니까?
정의로운 플라스틱의 가능성 도시 주거 형태는 크게 일반 단독주택과 아파트로 나뉩니다. 단독주택은 재활용 폐기물을 집 앞에 내놓으면 지자체에서 수거해 가지만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는 지자체와 관계없이 입주민 대표 회의와 수거업체가 협의해서 처리를 하죠. 수거한 폐기물을 다시 팔아 가장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것은 폐지와 병, 금속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돈 되는’ 다른 폐기물을 수거해 가며 처리해주는 ‘덤’이었고 보통 소각 또는 매립하거나 중국으로 수출했던 거지요. 그러니까 폐플라스틱은 수거업체의 수지 타산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알아서 처리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폐비닐뿐 아니라 폐지나 다른 폐기물도 수입을 줄이자 수거업체는 특히 폐비닐을 더 이상 수거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그러자 정부에서 수거업체에 폐비닐 처리 비용을 보조해주기로 한 것이 현재까지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폐기물 대책을 수립하기 이전에 폐기물 생성을 제한하는 게 더욱 실효성 있는 방침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물질이건 폐기물이 되고 나면 처리하기가 어렵기에 폐기물을 안 만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도 결국 사후 처리 기술보다는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겠지요. 일반 시민들이 플라스틱을 물질별로 정확하게 나눠서 배출한다는 건 세계 어디서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일입니다. 대개 플라스틱 종류를 한꺼번에 배출하고 그걸 모아다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놓고 작업자들이 손수 분류를 합니다. 비닐류는 주로 소각하고요. 그렇기에 환경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플라스틱 재활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매우 다양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과 알코올이 비슷해 보여도 성분이 전혀 다른 것처럼 말이죠. 종류가 다르다는 것은 화학적으로 서로 불순물이라는 뜻입니다. 재활용률 통계에 별도로 잡히지는 않지만 조금 더 따지고 들어가면, 물질적 재활용과 물리적 재활용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물질적, 즉 화학적 재활용은 훨씬 복잡하고 비싼 공정이지만 해내기만 하면 부가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이를테면 깨끗하게 수거한 단일한 재질로 된 페트병으로 폴리에스테르 같은 옷감을 만들어 석유 원료를 대체하는 것이죠. 물리적 재활용은 여러 가지 플라스틱을 모아 세척하고 녹여서, 열화된degradation 상태의 다른 플라스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시커먼 화분이나 빨간색 고무 대야, 주차장의 뒷바퀴를 완충하는 스토퍼stopper 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스토퍼는 나무를 대체하고 매립할 쓰레기를 줄이는 정도의 효율이겠죠. 그런데 일상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제품에는 라벨도 붙어 있고 음식물 등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이를 분류하고 세척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물질적 재활용이 어렵다고 보는 겁니다.

지난번 토론회에서 언급하신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유럽은 1990년대부터 포장 폐기물에 대한 규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 다른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환경오염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 중 원인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PPP)이라는 게 있는데, 플라스틱의 경우 환경오염자를 상품 생산자로 보는 것이죠. 생산자가 그 특정 소재를 사용한 패키지를 제공했기에 가정에서 플라스틱 패키지가 배출된다는 논리입니다. 독일은 이 지침을 완전히 적용해서 생산자가 100% 책임을 지게 했습니다. 생산자가 포장 폐기물 수거도 스스로 하고 재활용도 알아서 하는 구조입니다. 이에 독일은 1990년에 생산자들이 연합해서 폐기를 전담하는 회사 DSD(Duales System Deutschland)를 만들었고, 지자체는 포장 폐기물 처리에 돈을 안 쓰게 됐습니다. 프랑스는 1992년에 에코앙발라주Eco-Emballages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는데, 앙발라주가 ‘포장’이라는 뜻이거든요. 포장 재활용 기업들이 설립한, 정부 인가를 받은 사기업입니다. 에코앙발라주도 생산자들이 비용을 부담하긴 하는데 실질적인 책임은 지자체에 넘깁니다. 지자체가 수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보조금을 모아주는 식이죠. 그런데 이 처리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즉 생산자들이 지는 부담이 비교적 가볍기 때문에 폐기물을 줄여야 할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입니다. 오늘날 독일은 재활용률이 프랑스의 2배에 이르는데요, 재활용하는 비용을 줄이려고 생산자들이 패키지를 줄이고 재활용하기 쉽게 만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생산자가 마지막 처리까지 가장 많은 비용을 감당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보나요?
환경문제에도 분명히 원인 제공자가 있고 비용 부담자가 있습니다. 이게 일치할수록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일이든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의 간극이 너무 크다면 경제 정의에 어긋나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자가 처리 비용을 감당하게 만들면 자연스레 제품의 최종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를테면 편의점 도시락에 환경부담금이 더해지니 소비자 가격이 더 비싸지는 거죠.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생산자가 올릴 수 있는 어느 선이 있을 텐데, 그 이상을 넘어서면 그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할 겁니다. 그런 자발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국내 상황은 정책적으로 어떤 방식을 따릅니까?
기본적으로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생산자 책임 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EPR)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생산자들은 네 가지 포장재, 즉 종이 팩, 금속 캔, 유리병, 플라스틱 포장재를 생산량의 80%까지 재활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업자들은 직접 수거 처리하는 대신 재활용분담금을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냅니다. 사업자나 조합이 재활용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재활용부과금을 한국환경공단에 내야 합니다. 재사용하는 빈병은 소비자가 보증금을 내고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관리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기관이 분담금이나 부과금 또는 보증금을 걷어서 포장 폐기물을 수거해 처리하는 각 주체에 비용을 지불해주는 식이지요. 현재 국내 재활용 시스템은 독일과 비교하면 생산자에게 유리한 편이고, 사실 지금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생산자는 쉽게 만들어 팔고 소비자도 별생각 없이 쓰고 버리고 잊어버리던 것이 결국은 모두의 문제로 귀결되어 전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과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는 게 옳은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합니다.




지난 7월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과도한 1회용 플라스틱 포장에 반대하는 시민 행동 ‘플라스틱 어택’이 있었다. 시민들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치며 각자 구매한 상품의 과대 포장을 뜯어 내용물만을 지참해온 다회용 용기에 옮겨 담았다. 시민들이 구매한 물건 수에 따라 격차는 있지만 약 3만원 어치의 쇼핑을 하면 평균적으로 17개의 포장 쓰레기가 배출됐다. 사진: 홍수빈
최근 들어 생수 기업들은 페트병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고자 라벨을 제거하기 쉽도록 제작하거나 로고 인쇄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시도 중입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라벨을 제거하기 쉽게 만들고, 병에 인쇄 잉크를 적게 사용하고 색깔도 빼는 시도 모두 재활용에 방해가 되는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물병은 PET 재질이고, 뚜껑과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 재질입니다. 접착제가 아주 소량만 붙어 있어도 순도가 떨어져서 원래 용도로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업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단일 물질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고 어떨 땐 비용이 올라가기도 하지요. 이런 면에서 칭찬하고 싶은 게 스웨덴의 이케아입니다. 이케아 식품 매장에 있는 유리병 등의 패키지를 보면 규격도 서로 비슷하고 아주 단순하게 생겼습니다. 여러 번 재사용하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기업 입장에서 패키지 디자인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기 때문에 최대한 눈길을 끌게 하기 마련인데,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정책이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까지가 정책의 역할이라면 이런 단순한 제품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폐기물 처리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보시나요?
흔히 4차산업이라고 하면 초정밀, 신기술 등을 떠올리지만 저는 정보를 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효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면 그게 4차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개념을 폐기물에 적용한다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굉장히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어떻게 쓰는지, 쓰고 나서 어떻게 버리는지, 어떻게 편하고 즐겁게 모으게 할 것인지 등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게 디자이너잖아요. 폐기물은 개개인의 생활, 즉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처리 방식 또한 소비자 행태와 생활양식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학적인 계산과 기술 적용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디자인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 LCA(Life Cycle Assessment)를 고려해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보편화되면 좋겠습니다.

정책 연구자의 시선에서 지금 당장 디자이너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우리나라가 종량제 봉투를 쓰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시작한 게 2005년입니다. 세계에서 처음 이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한 나라이지요. 그런데 그동안 분리수거 방식이나 지식의 발전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를 않았어요. 소비자들의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는 쉽죠. 하지만 분리수거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시스템을 개선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재활용이 쉽도록 포장재 규제를 더 강하게 했어야 했고요. 또 재활용품 분리수거 시스템을 리디자인하면 어떨까 싶어요. 보통 한 장소에 대형 마대를 여러 개 걸어두고 폐기물을 모으는데, 조금 더 행동공학적으로 편리하게, 아니면 기술적으로 다양한 재질을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를 연구해서 표준을 만들고 지역별 쓰레기 특성에 맞게 몇 가지 유형의 재활용품 수거 시스템을 디자인하면 참 좋겠어요. 우리는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때 그간 환경공학자가 도시공학이나 토목건설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에서 멈추곤 했는데, 프랑스 사례를 보니까 사회학자와 디자이너와의도 협업도 당연하게 여기고 많이 실행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장기적으로 보니 그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해외에는 다학제적인 연구 사례가 더욱 많을 것 같습니다.
유럽의 환경 관련 연구소의 동향을 보면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이른바 ‘세상을 바꾸는 연구’를 합니다. 이를테면 인류의 미래 영양소를 위한 단백질 재활용 같은 것이죠. 폐기물로 버려지는 것에서 단백질을 뽑아내는데, 일종의 식품 디자인입니다. 일반적인 폐기물 처리의 개념과 상상을 좀 뛰어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폐기물 문제를 넘어 순환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의 플라스틱 문제는 대량생산에서 폐기까지, 즉 소비에서 소각까지 한 방향one-way으로 흐르지요. 그 방향이 둥근 순환 구조circular를 띠려면 제품 생산에서 생활양식까지 경제 구조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공유 경제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겠죠.

 

지난 7월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시민 행동 ‘플라스틱 어택’에 참여한 시민들이 각자 가져온 다회용 용기에 내용물만 옮겨닮고 있다. 사진: 홍수빈

 

편리한 것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편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늘 관성적으로 하던 일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통 ‘원래 하던 일’은 이미 견고한 먹이사슬이 짜여 있어서 그 체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대중도 어떤 식으로든 적응했거나 길들여진 상태지요. 그걸 깨뜨리려는 일은 늘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선진국이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끊임없이 재평가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동조하는 사회입니다. 이런 곳이라면 정치적으로도 훨씬 민주주의에 가까울 것입니다. 디자인 또한 훨씬 더 혁신적이며 기술 진보도 더 빠를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런 생각에 열려 있다면 사회 발전도 빠르고 불필요한 일을 덜 할 수 있고, 덜 바쁘면서도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매일이 바쁜데 변화는 너무나 더디고, 아니면 어떤 일은 거꾸로 아예 빠르게 역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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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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