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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Clay Modeling 황순천 ― 자동차 클레이 모델러


고등학교 시절 금속을 전공하고 2003년 현대자동차에 클레이 모델러로 입사해 그랜저, 싼타페, 소나타, 제네시스 등의 클레이 모델링을 맡았다. 현재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내장 디자인 1팀 소속으로, 소형 자동차 파트를 맡고 있다. 금속 재료 시험 기능사(2급), 열처리 기능사(2급), 주조 기능사(2급), 원형 기능사(2급), 금속 표면처리 기능사(2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hyundai.com

자동차 클레이 모델러
클레이 모델링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요트 등의 모델을 완성하기 전 원형의 모델을 클레이로 만드는 분야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자동차 클레이 모델러는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렌더링, 테이프 드로잉,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NC 가공(CNC 장비에 모델링을 인식시키면 모형을 깎아서 만든다)을 한 후 손으로 다듬어 모델을 완성한다. 1950년대 초반 미국의 자동차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린 GM 디자이너 할리 얼Harley Earl이 3차원 테이프 드로잉을 통해 클레이 모델링을 시행한 것이 그 시작이다. 클레이 모델링은 디자인 스케치를 기반으로 디지털 모델링을 거친 후 이를 실제 사이즈로 구현하는 단계로, 여기에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느낌까지 클레이로 형상화해 완성된 최종 모델을 구현하는 일도 포함된다. 최종 프로토타입이 자동차로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파트에서 검증을 거듭하는데, 클레이 모델러는 특히 설계 조건에 따라 유체 역학, 인간공학, 각종 충돌 법규, 공장에서의 생산 편의성까지 거의 모든 파트와 협업한다. 현재 국내에 클레이 모델러는 200명 정도밖에 없다. 시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내부의 테스트나 품평을 위해 결과물을 만드는 업무이다 보니 대외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기술과 장인 정신이 모두 필요한 일이라 전문 클레이 모델러를 양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디자인학과 혹은 산업디자인이나 제품디자인학과에 관련 과목이 있을 뿐 전문 교육기관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제품이나 산업 디자인 관련 전공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질감과 형태를 잡는 업무 특성상 조소나 금속공예 전공자가 클레이 모델러에 지원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HG그랜저 클레이 모델링 외관의 자국은 면처리 과정에서 생긴 기포를 퍼티(자동차 도장 시 사용하는 화학물질)를 이용해 떼워 도장한 것이다. 이를 통해 표면이 더욱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클레이 모델러로 입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일이나 발명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 금속을 전공한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산업 기능 요원으로 복무할 때 쇳물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열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그 즈음 진짜 자동차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현대자동차 클레이 모델러 구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클레이 모델링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자동차 디자인 과정에서 스케치와 렌더링, 디지털 모델링을 한 후 클레이 모델링을 통해 이를 실물로 구현한다. NC 가공 후 깎거나 빚어내는 방식으로, 3D 데이터에서는 구현이 잘 안 되는 볼륨이나 면 처리를 손으로 다듬어 표현한다. 과거에는 목재를 깎아 만들었지만 이제는 파라핀과 유황, 밀랍 등을 혼합한 공업용 클레이를 사용한다. 소재의 특성상 점도가 높아 자유자재로 수정이 가능하다. 이후 레진을 적층해서 틀을 뜨고 위에 가죽이나 스웨이드 등의 소재로 마감까지 한다. 구동만 안 될 뿐 완벽한 자동차 모델이다. 이를 가지고 품평을 한 후 양산이 결정되면 설계 파트로 넘어가 금형 데이터를 만든다. 클레이 모델은 첫 완성 모델이 나온 시점에 폐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미 클레이 모델링을 통해 완성한 수치나 원형의 값은 디지털로 저장되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것이다. 클레이 모델링 과정만 놓고 보자면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4개월 정도 소요된다.

현대자동차의 클레이 모델러는 현재 몇 명이나 되며 어떻게 일하나?
내·외장 분야 모두 포함해 100여명 정도 클레이 모델러가 있다. 자동차 양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기업에 소속된 클레이 모델러로는 꽤 많은 숫자다. 올해 초에도 신입 공채가 있었고, 국내 최초로 여성 클레이 모델러도 뽑았다. 유럽의 경우는 클레이 모델러 프리랜서 조합이 있어서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한다. 차 한 대의 클레이 모델 제작을 위해 내·외장 디자인 각각의 팀에서 4~5명 정도의 클레이 모델러가 참여한다. 자동차마다 도하, 클래식 패드, 트림 등 각 부위별로 담당하게 된다.

어떤 전공이나 기술이 필요한가?
내가 선발될 당시에는 금속 전공이나 자격증 등의 명확한 조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원형 기능사 자격증이 있었던 것이 입사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동기들도 비슷한 자격 조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델 구현 방식이나 자동차 제조와 관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변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격증 여부나 특정 분야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요즘에는 산업 디자인이나 조소, 금속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많다. 전공 이외에 자동차 구조나 조립 메커니즘을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을 전혀 모르고 들어오더라도 일하면서 배워가거나, 관련 부서에서 교육 자료나 세미나 등을 제공해 이를 통해 관련 지식을 얻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무엇인가?
입사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5년은 되어야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기능적, 심미적으로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일이고 분야 간 협업이 필요한 만큼 현장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입사 후 처음으로 참여했던 HD 아반떼와 온전히 한 파트를 책임졌던 HG 그랜저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HG 그랜저는 결과물 완성 후 시트와 콘솔 간격에 0.3mm 정도 공차가 생겨서 다시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싼타페 TM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협업의 의미를 더욱 알게 해줬다.

클레이 모델링 업무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작품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지만 클레이 모델링은 순수 미술이 아니라 산업 미술이다.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얽히고설킨 산업의 한 부분이다. 그 과정에 많게는 수만 번에 걸친 수정 과정이 필수적이고, 간혹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있다. 그럴 때 지치지 않고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디자이너로서의 크리에이티브는 기본이다. 주어진 렌더링을 단순히 구현하는 일이 아니라 스케치가 실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짚어내거나 더 적합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클레이 모델링 분야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
NC 장비의 사용 빈도수가 높아졌다. 예전에는 도면에 테이프 드로잉을 해서 치수를 뽑고, 기계로 그 치수를 한땀 한땀 찍어서 손으로 일일이 깎았다. 하지만 이제 절반 정도는 기계와 데이터에 의존해서 진행하고, 대신 클레이 모델러는 아마추어(클레이 모델 내부에 들어가는 골조) 제작과 같이 틀을 잡거나 기계가 표현하지 못하는 디테일한 마감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기계가 점차 업무를 대신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클레이 모델러의 입지도 달라질까?
미래에 어떤 디자이너가 남게 될까 가끔 생각하기는 한다. 그런데 클레이 모델링은 기본적으로 핸드메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기계가 나와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감성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자동차는 디자인부터 소재, 컬러, 내·외장 디자인 등 무수한 분야로 세분화되고 각 분야 간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업 과정 중 3차원 측정기로 치수를 재는 모습. 높이, 넓이, 길이 계산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와이어 툴로 모형을 깎는 모습. 좁고 세밀한 부위를 더 정교하게 깎을 수 있다.


카본을 이용해 클레이를 깎는 모습.


클레이 모델러들이 손으로 작업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툴.


싼타페TM 클레이 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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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오상희, 유다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