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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디자이너들의 차' 아우디, 브랜드, 그리고 퓨처 모빌리티
자동차 좋아하는 디자이너 셋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우디를 소유한 적이 있으며 지난 5년간 진행한 아우디디자인챌린지 어워드와 함께하고 무엇보다 제품,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 디자이너로 아우디를 흥미롭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우디디자인챌린지 제품 부문 참가자들의 멘토였던 이석우 SWNA 대표와 심사위원을 역임한 황성걸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S/O프로젝트 대표로 아우디디자인챌린지의 전반적인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던 조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교수가 아우디를 접점 삼아 두 시간에 걸쳐 나눈 브랜드 그리고 미래의 이동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정리했다.


1995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공개해 이목을 끈 아우디 TT 콘셉트카

#1995년 #아우디TT #디자이너들의차 #디자인 정체성 #미니멀리즘
아우디는 198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사륜구동 콰트로를 중요한 기술 경쟁력의 축으로 삼는 가운데, 1994년 일반 스틸 구조보다 최대 140kg까지 무게를 감량시킨100% 알루미늄 보디를 세계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 A8을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었고, 1998년 론칭한 피터 슈라이어의 아우디 TT로 스포티하고 도시적이며 세련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에는 길고 가느다란 형상의 안개등과 업계 최초의 전면 LED 헤드라이트를 선보이며 디자인과 직결된 기술 향상에도 앞장섰다. 이후 200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아우디 전용 서체는 아우디를 인식하는 핵심적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조현 제 기억에 아우디의 첫 모습은 1995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였어요. TT 콘셉트카를 발표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때까지 아우디처럼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는 차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TT 모델에 과감한 대칭을 적용하면서 아우디 특유의 기하학적 아이덴티티가 탄생했다고 봐요. 그때부터 아우디가 하나의 뚜렷한 단일 아이덴티티 전략을 고수해온 것으로 기억해요.

이석우 1998년 TT가 출시될 당시 저는 학생이어서 차를 살 엄두도 못 냈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강렬함에 끌려 결국 훗날 중고로 차를 구매하게 됐지요. 여전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아름다운 디자인이었기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황성걸 1990년대 초 아우디가 브랜드 포지션을 한 번 바꾼 적이 있어요. 당시 독일의 메타 디자인(기자 주: 에리크 슈피커만이 1979년에 설립한 디자인 회사. 아우디를 비롯해 뒤셀도르프 공항, 폭스바겐, 하이델베르크 프레스 등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에서 10년 넘게 막강한 디자인 드라이브를 주도한 걸로 아는데, 사실 자동차는 중공업이고 제조업 기반인데 그런 대규모 시스템 속에서 디자인 랭귀지와 폰트 하나까지 일관성을 부여해버린 거죠. 그 정체성이 상당히 강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여기에 힘을 받아 벤츠, BMW, 아우디라는 3강 구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조현 차량에 들어가는 인터페이스와 타이프 세팅의 밸런스도 완벽했던 걸로 기억해요. 계기판 하나까지 통일된 서체를 내세우는 세심함을 디자이너들이 참 좋아했죠. 보디를 싱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바꾸면서 범퍼와 보디의 경계를 없앤 것도 그렇고, LED 주간등도 아우디가 최초로 시작했고, 이전과는 다른 인테리어도 그렇고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진화시키며 디자인으로 이노베이션할 수 있다는 걸 계속 현실화했다는 게 중요해요. 그 결과 디자인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인식하게 됐죠.

황성걸 아우디는 파워풀하고 급진적이라기보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스탠스를 지녔어요. 벤츠나 BMW에 비해 비해 절제되고 자존감이 강해 보이는 느낌으로 접근하면서 당대 주목받던 미니멀리즘을 잘 흡수했죠. 한편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미니멀해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느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디자인의 폭이 좁은 길을 걷는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 대신 얻은 게 있다면 적어도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는 ‘디자이너면 아우디를 타는 거’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세계 어딜 가나 아우디 타는 디자이너를 볼 수 있었다는 거죠. 미니멀리즘을 위해서는 고급 재료나 마감 방식 등 더욱더 완성도를 높여야 했고요. 차량 몸통 하단 부분을 안으로 깔끔히 말아 정리하듯 둥글려 집어 넣은 턱 인tuck in디자인도 아우디가 가장 먼저, 제일 야무지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진화시키며 ‘디자인으로 이노베이션할 수 있다’라는 걸 계속 현실화했다는 게 중요해요.”_조현 한예종 교수

#디자인마이애미/바젤 #밀라노디자인위크 #디자인하면아우디 #마케팅 #럭셔리브랜드
아우디의 퍼포먼스만큼이나 강력한 또 다른 드라이브는 ‘디자인’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디자인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장에서는 아우디를 만나볼 수있다. 아우디는 2011년부터 밀라노의 장외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디자인 마이애미의 독점 자동차 파트너로 나서 후원을 넘어 독창적인 전시 콘텐츠로 더 많은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를 통해 당대의 스타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지금 주목해야 할 디자인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석우 아우디는 디자인을 벤츠와 BMW를 능가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게 보여요. 보통 시장 진입이 늦거나 젊은 브랜드가 새로운 변혁을 이뤄낼 때 디자인이 가장 좋은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도 있는데 아우디는 이를 핵심적인 정체성으로 삼은 성공적인 사례 같아요. 자신의 정체성과 걸맞은 다양한 아트, 디자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현재로서도 중요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젊은 세대가 ‘디자인 하면 아우디’라는 것을, ‘디자인의 선두’라는 것을 DNA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조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디자인과 아트가 공존하는 곳이잖아요. 그곳에 가면 아우디가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트와 디자인의 중첩 지역에서 상당히 프리미엄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거죠. 제가 2015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갔을 때는 전기차 E-TRON 콰트로 콘셉트카를 스톡홀롬의 스튜디오 ‘휴먼스Humans Since 1982’와 협업해 상징물로 만든 전시를 선보였어요. 어떠한 신기술이 단순히 최첨단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아트와 디자인과 맞닿아 있는 접점으로 이슈화되니 대중이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황성걸 아우디와 함께 디자인 페어에 동행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내부 직원 모두가 일상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신선했어요. 한번은 디자인 마이애미의 아우디 부스에 있는데, 함께 있던 당시 아우디코리아의 요그 디잇츨Jorg Dietzel 이사가 부스에 놓인 냅킨 한 장을 건네며 뭔가 좀 어색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살펴보니 아우디 워드마크랑 심벌이 같이 있더라고요. 아우디라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대중의 인식이 존재하기에 이 두 개를 함께 쓸 필요가 없는데 그 가이드라인을 모르는 사람이 냅킨을 만든 것 같다고, 그 주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요. 내부 임원이 행사장 냅킨을 보고 디자인을 논할 수 있다니 좀 놀라웠죠. 아우디는 페어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어디서나 명확하게 디자인 정체성을 어필하는 브랜드라는 걸 실감했어요.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아우디는 역대 아우디디자인챌린지 수상작들을 입체적인 뉴스페이퍼 형식으로 구성했다.



“아우디의 마케팅은 패션 명품계로 따지면 루이비통과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루이비통은 소수에게 제품을 팔지만 마케팅은 범대중적으로 하거든요.” _황성걸 홍익대 교수


#아우디디자인챌린지 #디자인공모전 #디자인이벤트
아우디코리아는 2013년을 시작으로 매년 아우디디자인챌린지라는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다. 자동차 디자인이 아니라 아우디의 브랜드에서 영감받은 음악, 영상, 제품, 가구를 디자인하는 넓은 개념의 디자인 공모전이다. 최종 단계까지 올라간 파이널리스트들은 각 분야 멘토들과 긴밀한 멘토링을 거쳐 제품을 완성하고, 이 결과물을 성대하게 전시하고 디자인 토크 행사까지 이어지는 연례 행사로 진행해 신선한 주목을 받았다. 이는 공모전을 넘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했다.

이석우 공모전이 자동차 디자인을 다루는 게 아니라 더 흥미로웠어요. 보통 공모전 하면 일방적인 제출이지 브랜드가 참가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랙션 프로세스가 없잖아요. 젊은 디자이너와 전문가의 만남도 흔히 어워드가 끝나고 나서 특전처럼 이루어지는 정도인데, 우승자 발표 이전부터 함께 작업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어요. 저도 멘토로 참여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면서 유익한 시간을 가졌던 걸로 기억해요.

조현 행사를 위한 포스터와 트로피 등을 디자인하면서 특히 아우디는 진보적인 디자인에 대한 수용이 높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를테면 1번부터 8번까지 점점 진보적인 순의 8개 시안을 놓고 이야기할 때 보통의 클라이언트는 4, 5번 중에서 의견을 조율하길 바라는데 당시 아우디는 단번에 가장 진보적인 8번을 지목하더라고요. ‘당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도 사실 이것 아니냐’면서요.(웃음). 가장 진보적인 게 좋다는 스탠스가 분명했어요. 덕분에 트로피 디자인의 경우도 3D 프린터를 한발 앞서 적용해보고 세라믹을 붓는 방식도 개발해보는 등 매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황성걸 대중과 호흡하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오너 드라이버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겁니다. BMW가 레이싱 트랙을 운영한다고 해서 그게 대중한테 어떤 인식을 심어주진 않거든요. 아우디의 마케팅은 패션 명품계로 따지면 루이비통과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루이비통은 소수에게 제품을 팔지만 마케팅은 범대중적으로 하거든요. 대중이 본격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하죠. 명품을 사는 사람은 물건값만 지불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느낄 부러움까지 사는 것이라고들 하잖아요. 이 개념이 성립하는 전제는 다른 사람들이 그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아우디는 이를 영민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요. 그런 측면에서 이런 공모전은 대중을 향한 마케팅으로는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기차 시대로 가면서 자동차를 일종의 프로덕트로 취급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어요”_이석우 SWNA 대표

#퓨처모빌리티 #자율주행 #뉴인테리어 #전기차
독일 아우디는 지난 5월 연례 총회에서 2025년까지 전 모델 시리즈에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투입할 것이라 발표했다. 2021년에는 자율 주행 콘셉트카 아이콘Aicon 기반의 자율 주행 전기차를 선보인다. 이에 앞서 아우디는 2010년 다학제적인 연구 공동체 ‘아우디 어번 퓨처 이니셔티브’를 론칭하며 교통신호 체계 연동에서부터 자율 주행에 이르는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해왔다. 지나친 도시 집중화와 도시 개발은 모든 차량 브랜드의 이동성에 큰 걸림돌이 된다. 아우디 또한 독보적인 기술과 강력한 브랜 드를 바탕으로 도전과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아우디가 지난 10월 공개한 아우디 최초의 SUV 전기차 E-트론 콰트로
황성걸 지금까지는 파워트레인과 엔진이 차량 앞부분에 들어갔는데, 전기차로 가면서 전지만 보디 아래쪽에 남고 모든 트랜스미션이 다 바퀴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요. 지금처럼 작은 박스, 가운데 큰 박스, 뒤의 작은 박스까지 포함하는 스리 박스three box 타입이 아니라 원 박스 타입을 얹은 스케이트보드처럼 될 거예요. 면적은 똑같지만 내부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죠.

조현 인테리어가 예전보다 더 중요해지는 것은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집니다. 운전석에서 벗어나면 눈앞 반경 180도를 주시해야 했던 운전자가 자신을 둘러싼 360도 뷰포인트로 시선이 분산될 테니까요.

이석우 얼마 전에 미국에서 저가의 조립식 주택이 큰 화제를 모았는데 건축가가 만든 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산업 디자인 회사의 작품이었어요. 더 재미있는 건 그 프로젝트에 투자한 곳이 아마존이라는 거예요. 아마존은 이 집을 프로덕트화해서 자신들의 디바이스를 다 집어넣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 해요. 전기차 시대로 가면서 자동차를 일종의 프로덕트로 취급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어요. 차량 내부의 세세한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졌고요. 얼마 전에 어떤 자동차 브랜드의 CMF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패브릭 만드는 회사 출신의 디자이너를 영입했다더군요. 이제는 차량 인테리어 디자인도 또 하나의 산업 디자인 영역으로 유입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자동차 디자이너만 뽑았는데 요즘에는 일반 산업 디자이너를 많이 채용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조현 또 하나 간과하면 안 될 것은, 자율 주행과 같은 신기술은 사회적 인프라와의 연결을 대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같은 제품이라도 당연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지요. 예를 들어 애플워치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FDA 승인을 받아 사용자의 심박 수가 몇 초간 멈춰 있을 때 자동적으로 119에 긴급 전화를 거는 기능이 있는데, 애플코리아에서는 아직 연결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황성걸 글로벌 기업이 도시 인프라와 밀접한 자동차를 론칭할 때는 현지 정책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라는 것은 지역 정부와도 밀접하고 또한 개인과도 밀접하지요. 브랜드를 두고 연애랑 비슷하다는 비유가 있는데, 그건 틀렸어요. 흔히 연애를 8년 했으면 서로를 완전히 잊는 데 최소 8년이 걸린다고들 하는데, 브랜드는 연애와 달리 한 번에 꺾여버릴 수 있어요. 아직 건재한 브랜드일수록 브랜드 자산을 지나치게 믿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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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정리 김은아 기자 / 디자인 김혜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