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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타고난 금손 길종상가


길종상가 박길종은 xs메이커 중에서도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기성 가구 일변도였던 시장에 그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지금은 군계일학이었던 이전과 달리 동료 혹은 경쟁자가 늘어났다. 제자리에 머문다는 것은 곧 후퇴를 의미하기에 길종상가는 xs메이커로서 다음 단계를 꿈꾼다. bellroad.1px.kr 길종상가 박길종이 제작한 아르코 예술극장의 휴게 공간에서 촬영했다.
길종상가를 시작한지 어느덧 9년 차다. 지금까지 ‘안 망하고’ 달려온 소감을 듣고 싶다.
2010년 12월에 시작했으니 정확히 8년하고 4~5개월 정도 활동한 셈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매달렸다. 초창기에는 매장도 운영했고 틈틈이 이벤트도 진행했기 때문에 더 시간이 빨리 지나갔던 것 같다. 사실 일을 시작할 때는 매년 작품을 모은 아카이브 북을 출간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바빠 첫해 이후로는 그러질 못했다. 아예 내년에 10년치 결과물을 모은 책을 낼 생각이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왔으면 지칠 만도 한데.
길종상가를 시작하고 한 5년간은 일에 푹 빠져 살았기 때문에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들기 직전까지 작업만 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완급 조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작년부터는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온전히 휴식하려고 노력한다. 올해 목표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생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너무 직장인 같나?(웃음)

최근 들어 길종상가 같은 제작자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생 시절부터 맞춤형 제작 가구가 설치된 감각적인 공간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사회에 나와 일찌감치 자기 일을 시작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나 같은 메이커들에게 매장 연출을 맡기며 시장이 커진 것 같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xs메이커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클라이언트들이 처음에는 스툴이나 리플릿 거치대 같은 작은 가구를 맡기다가 어느 정도 이 분야에 대한 신뢰가 쌓여 지금은 구조물이나 전시 공간 연출 같은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있는 추세다.

디자이너, 아티스트, 메이커 중 어디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두는 편인가?
들어오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갤러리 등 미술계에서 의뢰가 들어올 땐 아티스트,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디자이너.

그렇다면 프로젝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작업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지나?
아무래도 매장 등에서 실제 사용하는 가구를 제작할 때는 기능이나 용도, 동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편이다. 공간의 규모와 예산의 범위도 가늠해야 한다. 반면 아티스트로서 참여할 때는 기능성보다는 어떻게 오브제에 위트를 가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커피, 케이크, 트리’. <커피사회>전을 위해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 지름 5m, 높이 4m에 이른다.


롯데타워에 설치한 에르메스 쇼윈도. 신년 시즌에 걸맞게 용, 돼지, 봉황, 거북이, 잉어 등 길몽과 관련있는 동물 오브제를 선보였다. 나무 골조에 패브릭을 감싸 완성했다.


하나은행 플레이스 원에서 진행한 <취향의 기록>전에서 선보인 작품.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은 물건을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전시했다.
최근 동종업계 종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경쟁의식 같은 것 말이다.
경쟁의식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일찍 일을 시작했고 더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들보다 못하면 속된 말로 쪽팔리니까.(웃음) 이 일을 시작할 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요새 젊은 메이커들은 20대 중반에 이미 일을 시작하고 후반이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럽기도 하다.

기술적인 면에서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이태원 주민일기>로 처음 이름을 알릴 때만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재료를 자르고 뚫고 고정해 이어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도 합판, 강목, MDF 정도였다. 그러다 숙련이 되면서 포마이카Formica(내열 플라스틱판), 아크릴, 금속, 패브릭 등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늘어났다.

지난해 <커피사회>전에서 선보인 ‘커피, 케이크, 트리’도 다양한 소재가 돋보였다.
근래에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금속, MDF 판재, 조명 등 내가 다를 줄 아는 소재와 기술을 총집결시켰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내게 요청한 것은 크리스마스나 연말 느낌이 나는 대형 설치물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연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설치물은 여러 단으로 구성해 아래 두 단에는 보온병이나 가루 커피 등 커피와 관련된 추억의 오브제를 진열하고 그 위로 레일을 달리는 기차 모형을 설치했다. 그냥 장난감 기차 같지만 사실 독일에서 제작한 수백만 원짜리 제품이었다.


갸우뚱. 지난해 플랫폼엘에서 열린 <베케이션랜드>를 위해 제작한 구조물. 미술관 중정에 설치한 이 작품은 놀이공원의 다람쥐 통과 흔들의자를 합친 모습이다. 궁금증을 갖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통에 들어간 뒤 구조물 안에서 몸을 갸우뚱거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창신동 ‘이음 피움 봉제 역사관’의 안내 데스크와 수납함 등을 디자인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봉제판을 적극 활용해 집기를 제작했다.


2018 언리미티드 에디션. 길종상가는 지난해까지 총 4년간 이곳의 공간 연출을 맡았다.
에르메스와 윈도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로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에르메스 프로젝트는 김윤하, 송대영 등 길종상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진행한다. 해마다 브랜드에서 그해의 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의뢰하는데 올해 주제는 ‘Dream’이다. 사실 매년 주제에 따라 조금 힘들 때도 있고 재미있을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봄 시즌 설치를 마치고 바로 여름 시즌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보통 프로젝트 제작 기간은 1~2달로 상당히 짧은 편이다.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종상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내가 직접 제작할 일과 외주로 맡길 일을 빠르고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목공 같은 경우는 직접 제작하지만, 금속이나 패브릭 제작은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데 전체 스케줄을 고려해 발주 시기를 면밀히 검토한다. ‘커피, 케이크, 트리’도 구상을 마친 후 패브릭업체에 제작을 맡기고 나는 곧바로 목공 작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예전에 운영했던 매장을 작게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솔직히 아직 엄두가 나질 않는다. 1~2년 차일 때는 멋모르고 운영했는데 다시 열려고 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오히려 망설이게 된다. 최근 훌륭한 리빙 관련 편집숍이 많아졌는데 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고민 중이다. 인테리어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기도 하다. 예전에 제주도에 있는 양가형제라는 햄버거 매장의 공간을 디자인한 적이 있는데 좀 더 공부해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 지금은 여미지식물원의 사무동 건물 지하 창고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길종상가가 추천하는 제작소
아크달 삼성사

“아크릴 제조 전문 업체다. 예전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아크릴집에 다녔는데 술을 너무 좋아하시는 사장님 때문에 일정을 못 맞춘 적이 있었다. 고심하다가 새로 거래처를 물색했는데 사장님과 직원 3~4명이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일정을 잘 지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작업실과 가깝기도 하고.”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5가 272-15
연락처 02-2266-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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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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