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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컬러와 패턴을 손에 든 그녀의 마법 베단 로라 우드 Bethan Laura Wood


베단 로라 우드 1983년생.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했다. 재학 중 디자인 스튜디오 우드 런던Wood London을 설립했으며,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크라바트, 로젠탈, 모로소, CC-타피스 등과 협업했다. 영국의 빅토리아 & 앨버트 어린이 박물관, 도쿄 현대예술 뮤지엄 등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스위스 로잔 현대미술관에 작품 일부가 영구 소장되어 있다. 2016년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색, 다른 공간 이야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bethanlaurawood.com
베단 로라 우드는 지금 유럽에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이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름이다. CC-타피스, 로젠탈을 비롯해 에르메스, 발렉스트라, 페리에 주에, 토리 버치 등 분야마저도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 또한 그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컬러 조합과 패턴은 마치 마법사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는 듯하고, 어떤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영민하게 담아낸다. 하지만 이는 결코 시각적인 화려함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녀는 수백 차례 컬러 패턴을 실험하고 소재 배합을 연구하며 결과물을 다듬는다. 또 평범한 대상을 관찰하고, 여기에 과거의 흔적을 점층적으로 쌓아가며 새로운 형태와 컬러를 발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뻔하고 지루한 것에서 벗어난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는 복잡하고 화려해 보이는 요소 사이에서 더욱 정제된 아름다움과 기능을 찾으려는 자신만의 정교한 프로세스가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아르누보나 중세 미술의 공예적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이유다. 디자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던 학생이 자신의 방식에 자신감을 갖고 종횡무진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된 지금, 그녀는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화려한 패션과 연지곤지를 찍은 듯한 독특한 메이크업 스타일처럼 전 세계에 인상적인 발자국을 남기는 중이다. 그리고 올해 12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영감과 아이디어, 일상을 뒤집어 바라보는 색다른 접근 방법을 공유할 것이다. 그 노하우도 궁금하지만 사실 세미나 자리에서 어떤 옷과 메이크업으로 등장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2014). ⓒAngus Mills
언제부터 디자이너의 꿈을 꾸었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창조해내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12~13살 때쯤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디자인 테크놀로지에도 관심이 생겼다. 알루미늄이나 메탈로 어떻게 주물을 만드는지, 바퀴의 회전 운동을 왕복 운동으로 바꾸는 캠cam 장치로 어떻게 움직이는 오브제를 만드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호기심을 갖고 계속 실험했다.

한 인터뷰에서 ‘컬러와 패턴을 사랑했지만 이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데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당신의 독보적인 스타일에 대한 확신은 언제 생겼나?
왕립예술학교 재학 시절 맨홀 뚜껑이나 라미네이트, 벽돌처럼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패턴을 이리저리 섞어보고, 카드를 만들어두고, 사진을 찍어 남기곤 했다. 물론 이 경험이 실제 작업으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몰랐다. 명확한 목적도 없었다. 결국 엄청난 양의 이미지와 오브제가 가득 쌓이게 됐는데 이것이 패턴과 컬러를 섞고 조합하는 연습이 되었던 같다.

당신의 결과물이 직관이나 감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한 연습과 엄청난 노력 덕분이었다니 놀랍다.
놀이처럼 연습한 샘플을 실제 디자인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박사 과정에서 내내 이 문제로 씨름했던 것 같다. 나의 교수였던 유르겐 베이Jurgen Bey와 마르티노 감퍼Martino Gamper가 나만의 개성을 지지해주고, 컬러와 패턴을 갖고 놀 줄 아는 나의 재능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들 덕분에 나만의 아이디어와 디자인 프로세스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보통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나?
프로젝트는 보통 내가 찍은 사진이나 패턴, 디테일, 수집한 오브제에서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스케치나 드로잉을 한다. 때로는 함께 일하는 소재 전문가, 공방 장인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샘플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뭐든 직접 부딪치고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일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런 방식은 효율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모델링을 하고 시험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페리에 주에와 협업한 ‘하이퍼 네이처’를 예로 들면, 작품 소재가 알루미늄인데 원하는 모양을 얻기 위해 종이로 모형을 만들고, 이를 컴퓨터로 스캔하고, 줄기와 나무 형태를 위한 정확한 커브를 얻을 때까지 반복해서 다시 만들고 수정했다. 그렇게 거의 8개의 스케일 모델을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알루미늄 전문가와 함께 프레임과 노출된 고정 장치를 통해 알루미늄이 견딜 수 있는 방식을 개발했다. 사실 이런 과정을 죽기 직전까지 계속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하는 것 같다. 함께 일하는 2명의 어시스트가 말리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실험하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분명 제때 작업비를 못 받겠지만.(웃음)




발렉스트라와 협업한 ‘치약 컬렉션’(2018). 백의 손잡이와 버클을 디자인했다.




토리버치 & <월페이퍼>와 협업한 설치물 '카나페 시리즈' 중 패니Fanny와 바바라Barbara. ⓒMarkCocksedge


발터 그로피우스의 티포트에 실을 겹친 듯한 패턴을 입힌 로젠탈의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2019).
강렬한 컬러 패턴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다.
나한테는 자연스러운 연상 작용이다. 어린 시절에 살던 마을에 있는 중세풍 건물, 멕시코에 있는 세계 3대 성모 발현지로 꼽히는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 바실리카 성당의 창문, 광대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까지, 평소 보고 들은 요소를 상상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한데 섞는다. 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이르면 사실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이런 연상 과정이나 조합이 나에게는 무척 즐거운 일이다.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토리 버치와의 협업 등을 보면 당신은 분명 브랜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유쾌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재주가 있어 보인다.
에르메스 프로젝트는 앙리 루소의 정물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작품을 2D에서 3D로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손으로 직접 페인팅한 각각의 과일 피스는 조금씩 덜 완성된 느낌을 주었는데, 에르메스가 강조하는 핸드메이드와 장인 정신을 좀 더 생생한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한편 토리 버치와 협업한 카나페 시리즈는 디자이너 도디 세이어Dodie Thayer가 만든 토리 버치의 상추 그릇 컬렉션의 유럽 론칭을 기념해 만든 설치물이다. ‘가짜 음식’을 활용한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던 차여서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저녁 식탁을 가득 채울 만한 크기의 카나페를 만들기로 하고 여기에 팝아트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냈다. 6개의 설치 피스 각각에는 TV 시리즈와 영화에 등장하는 도전적이고 용맹한 여주인공의 이름을 붙였다.

2018 S/S 발렉스트라의 치약 컬렉션은 엄격하고 견고한 이미지의 발렉스트라 백이 과감한 일탈을 시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러 색이 레이어링된 나폴리 아이스크림과 1970년대 아버지의 넥타이, 여기에 약간의 민트 치약을 섞은 어딘가”라는 설명도 무척 재미있다.
발렉스트라의 시그너처 백인 이지데Iside와 패스파르토Passpartour 백의 손잡이와 버클을 디자인했다. 발렉스트라 백은 그래픽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소한의 2D 레이어링만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다. 옻칠한 모서리와 검은 선으로 가방의 건축적인 리듬을 강조하고, 브랜드 컬러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컬러를 추가했다. 1970년대의 사이키델릭한 낙관주의와 1980년대 여성들이 추구한 파워풀한 패션 스타일을 섞어 만든 산업 제품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당신은 작품에 실제와 거짓, 자연과 인공, 과거와 현재 같은 서로 다른 요소를 교묘히 섞는 것 같다.
맞다. 작품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하거나 때로는 그 경계를 지우기도 한다. 이질적인 요소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려는 거다. 사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산업혁명 후 이루어진 수많은 진보는 윌리엄 모리스의 공예 운동, 아르누보와 같은 예술 사조를 주춧돌로 삼아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와 가짜, 공업화와 핸드메이드, 천연 소재와 인공 소재와 같은 서로 상반된 요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됐다. 특히 우리는 상업화나 대량생산의 부정적 측면을 목격해왔고, 점차 환경이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소재나 생산 방식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시대가 된 지금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화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지금, 디자이너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더욱 필요하다.

작품 스케치 단계에서는 어떤 컬러도 사용하지 않고 흑백으로만 드로잉을 한다고 들었다.
아이디어 구상 초반에는 패턴이나 리듬, 형태 구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후 컬러를 입히기 전에 사용하고자 하는 색의 조합을 미리 분류해둔다. 직관적으로 컬러 이미지를 떠올리기보다는 이러한 고민과 기획 후에 컬러 작업이 이루어진다.

쉴 때는 보통 무엇을 하나? 취미나 좋아하는 여가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쉬는 게 대체 뭔가! 나는 누워서 쉬는 타입이 아니다. 부지런히 걸어 다니며 때로는 길을 잃고, 감각을 자극하는 대상을 찾으려고 한다. 휴식은 리서치를 위한 시간이다. 보통 벼룩시장이나 갤러리를 찾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운이 좋게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시 의뢰도 들어오고 세미나 초대 요청도 있다. 가능하면 이런 기회를 통해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하려고 한다. 특히 특정 소재나 기술에 대한 워크숍이 열리면 꼭 찾아가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사탕 가게에 가는 것처럼 기쁘다.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 나의 프로젝트에도 영감을 준다.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와 협업한 ‘하이퍼 네이처’ 프로젝트(2018).


암석 형태를 모티프로, 이를 누르고 축적한 듯한 모습을 구현한 CC-타피스 슈퍼 페이크 시리즈(2018).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 바실리카 성당 창문의 스테인드글래스에서 영감을 받은 ‘과달루페 쇼파’. 크라바트와 협업했다(2014).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의 연사로 참여하는 기분은 어떤가?
사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웃음) 2016년 대림미술관 전시 이후 언제 다시 서울을 방문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어 무척 흥분된다. 한국의 벼룩시장이나 식료품점도 방문해보고 싶고 여러 건축가도 만나고 싶다. 서울의 오랜 역사를 경험하는 기회도 될 것 같다.

당신의 매력적인 패션과 메이크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무척 오래전부터 이 스타일을 고수했다. 14살 때부터 메이크업을 하고 빈티지 의상을 즐겨 입었다. 옷을 입으며 컬러와 패턴을 조합하는 일 또한 무척 즐긴다.

어떤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다.
피터 필로토Peter Pilotto & 크리스토퍼 드 보스Christopher De Vos 디자이너 듀오와는 친한 친구 사이인데 그들 특유의 컬러와 글래머러스함을 좋아한다. 기모노도 종종 입는데, 최근 나이지리아 출신 패션 디자이너인 듀로 올로우Duro Olowu가 선보인 기모노 스타일에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 이세이 미야케의 구조적인 특성도 좋다. 이세이 미야케의 숄을 걸치면 내 몸에 예쁜 나비가 나른하게 앉아 있는 것 같은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커스텀 주얼리를 무척 좋아한다. 2017년에 미쏘니에서 선보인 레진 디스크 귀걸이와 목걸이, 2016년에 프라다에서 나온 디스코볼 귀걸이도 자주 애용한다. 아직 더 있다.(웃음) 마르코 판코네시Marco Panconesi가 디자인한 꽃과 줄기를 이용해 귀를 감싸는 듯한 환상적인 귀걸이 디자인도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스카프는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나 드리스 반 노튼 제품을 주로 착용한다. 다양한 빈티지를 섞어 입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슈즈 역시 빈티지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그리스 전통 슈즈인 차로쉬tsarouchi를 자주 신고, 특별한 장소에 갈 때는 무이무이의 깃털 달린 진주 슬리퍼를 신는다.

당신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모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요소다. 당신이 마시는 컵부터 지금 머무르고 있는 장소까지 모두.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예정되어 있는 일을 귀띔해준다면?
올해 로젠탈에서 나의 첫 번째 티세트인 ‘텅Tongue’이 출시되었고, CC-타피스에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슈퍼 페이크 카페트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와 디자인 마이애미가 주관하는 협업 프로젝트 ‘하이퍼 네이처Hyper Nature’를 지난 해에 이어 진행하고 있다. 닐루파 갤러리와도 다시 한 번 전시를 준비 중이고, 연말에는 이탈리아의 거울 브랜드인 바르비니 스페키 베네치아니Barbini Specchi Veneziani에서 멜론 아이스크림Tuttifrutti – Melon 컬렉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2019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

일시 2019년 12월 4일(수)~5일(목)
장소 코엑스 컨퍼런스룸 401
신청 방법 designfestiv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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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제공 스튜디오 우드 런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