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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CREATIVE VALUE COMPANY 네이버 20년, 디자인 챌린지



코리아디자인어워드의 기업가치혁신상은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디자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국내 기업에 수상한다. 2019년 기업가치혁신상의 주인공은 네이버다. 올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검색엔진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 황금기를 누린 네이버 역시 위기를 겪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더불어 급속하게 재편된 IT 시장에서 네이버는 디자인 집단의 혁신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고,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IT 기업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진출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비행을 준비하는 스무 살 네이버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상상해본다.

1999년 6월 2일, 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네이버컴을 법인 등록했다. 당시 이해진 창업자는 인터넷 검색을 탐험에 비유하고 탐험의 테마에 맞춰 전체 사이트의 이미지와 컬러를 통합했다. 이미지 요소로 날개 달린 탐험가의 모자, 숲, 나뭇잎 등을 사용하고 그린을 메인 컬러로 삼아 탐험이라는 테마를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월간 <디자인>은 2000년 7월호에서 ‘진정한 검색엔진은 하나다’라는 제목으로 이해진 창업자를 인터뷰한 바 있다. “현재 귀사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사이트로 성장한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전 국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네이버는 이제 개별 기업이라기보다 ‘공공재 서비스’로까지 여겨지는데, 사실 고국의 언어와 기술로 만든 검색엔진을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구글과 네이버는 태생부터 다르다. 구글은 시작부터 상당량의 영문 콘텐츠가 존재했지만, 검색할 한글 콘텐츠가 희박했던 상황에서 네이버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날씨를 소개하는 서비스가 없으면 만들고, 뉴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으면 제휴하여 온라인 문서로 구축하고, 온라인 백과사전이 필요하면 사전 콘텐츠와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무림의 고수들이 어디선가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지식iN의 도입도 지금 생각하면 선견지명이 있는 서비스였다. 당시만 해도 개인이 만든 콘텐츠는 신뢰도가 낮은 정보로 치부되었지만, 지금은 개인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인터넷을 주도하는 세상이 아닌가. 검색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성장해간 네이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아이폰을 소개했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무게 142g짜리 슈퍼컴퓨터의 등장. 누구나 손안에 슈퍼컴퓨터를 소유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디지털화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미국의 빅 5가 진짜 빅 5(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가 된 것도 2007년 이후부터다. 인터넷 서점이었던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업고 거대한 공룡 기업이 된 것처럼 금융업도 유통업도 숙박업도 스스로 IT 기업을 자처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PC 기반에서 국내 최고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 뒤였지만, 모바일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휴대폰 제조사도 아니고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네이버가 생존하려면 전략 자체를 새롭게 구축해야 했고, 네이버는 네이버 앱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속도전이 살길이라 판단해 디자인팀을 재편하여 소규모 팀을 중심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14년부터 네이버의 디자인 수장을 맡고 있는 김승언 총괄은 디지털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필요할 때마다 유효한 해답을 찾아내고 결단해왔다. 2016년은 또 한 번 디자인 조직을 개편한 해로, 네이버 디자인센터는 ‘디자인설계’로 이름과 태도를 바꾸었다. 디자이너를 서비스의 기획부터 매출 구조까지 프로젝트 전체를 파악하는 역할로 확대한 것이다.

멋진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더 유리해졌고, 네이버는 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최근 네이버는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 비결을 김승언 총괄과의 대화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IT 회사라면 내수 시장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한국은 땅덩어리가 작아 안주하는 순간 끝이라는 것. 그리고 20년간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시킨 한국 사용자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결국 사용자에 대한 이해로, 모바일 앱 설계에서는 디테일하게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자본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도,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는 20년간 국내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서비스를 하나 하나 만들어왔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편 네이버는 11월 29일에 열리는 <디자인 콜로키움 ’19>에서 ‘A Set of Global Challenges’를 주제로 라인, 웹툰, 밴드, 브이, 라인프렌즈,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등의 글로벌 활약상을 소개한다. 벤처 기업 네이버컴에서 시작한 네이버를 중심으로 다시 새로운 벤처들이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 아폴로 CIC 대표

“그린닷은 인터랙티브 기능을 담은 버튼이자 네이버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작점이다.”



디자인혁신기업상 수상은 네이버에 어떤 의미인가?
네이버는 닷컴 기업 중 선도적으로 디자인을 핵심에 둔 회사라 할 수 있고, 그렇게 20년을 거쳐왔기에 이 상의 의미가 남다르다. 네이버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은 검색 자료가 많지 않았고 기술 품질의 차이도 크지 않았기에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의 이미지로 승부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네이버는 디자인에 선투자를 많이 했다. 서비스뿐 아니라 브랜드 측면에서 디자인 조직을 강화했고, 그러다 보니 인재들이 많이 왔고 좋은 성과들을 냈다. 이는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기획자로서도 굉장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디자인을 강조한 이해진 창업자의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최근 새롭게 가다듬은 네이버의 디자인 원칙이 궁금하다.
2016년을 변곡점으로 삼아 네이버의 디자인 원칙을 다음 세 가지로 다듬었다. 첫째, 인스파이어드 바이 유저Inspired by users. 우리가 임의적으로 앞서 나가는게 아니라 뒤를 따라 후행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니즈에 따라 발을 맞추는 것이다. 둘째, 평범한 디자인을 평범하지 않게 한다. 보편적인 디자인을 하면서도 단조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손에 감기는 디자인, 사용하면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셋째, 눈에 보이는 서비스를 만들지만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지만,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가, 회사는 왜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가, 세상에서 이 서비스는 어떤 의미인가. 겉으로 보이는 서비스 이면의 것을 항상 생각하자는 것이다.

2016년에 ‘디자인설계’로 디자인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혁신을 꾀했다.
IT업계에서 디자이너의 넥스트 커리어는 무엇이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내부적으로 이루어졌고,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건축가가 집을 설계할 때 여러 측면을 생각하지 않나. 외양뿐 아니라 건축비가 얼마 들어가고, 건축주의 요구는 무엇이고,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까지 신경 써야 하고. 디자이너 또한 서비스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름도 바꾸고 바라는 인재상, 조직, 일하는 방식을 싹 바꾸었다. 이전에는 디자인 스킬만 좋으면 됐는데 이제는 평가 기준이 높아져 이 서비스를 왜 만드는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 매출 구조까지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2년간 사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내부에서도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변화 과정을 거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디자이너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좌측부터) 네이버 디자인설계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찬일, 정경화, 정민용, 양성열, 오원진 책임리더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시장에서 미국의 빅 5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가능성을 짐작해 본다면?
네이버는 한국 시장을 토대로 성장했기에 두 가지 특성이 있다. 한국을 흔히 IT 강국이라 하는데,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글로벌 최초로 시작한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 초기 서비스는 매우 단순했다. 프로필에 사진을 올리고 피드에 글을 쓰는 정도였지만 이미 한국에는 싸이월드라는 엄청난 국민 플랫폼이 존재했다. 음악도 올리고, 아바타와 커뮤니티 기능까지 갖추며 앞서갔던 서비스다. 네이버가 최초로 시작한 서비스도 많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뉴스와 이미지, 동영상을 한 번에 검색하는 통합 검색 기능은 당시만 해도 검색의 룰을 깨는 발상이었다. 또 다른 강점은 한국 시장의 사용자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 설계는 얼마나 더 디테일하게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술이 뛰어나고 자본이 많다고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 사용자를 만족시킬 품질을 만들기 위해 20년간 단련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볼 만하다.

올해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의 주제가 ‘A Set of Global Challenges’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겨낭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에 전사 차원에서 정비한 키워드가 ‘A Set of Global Challenge’이다. 이제 다시 ‘네이버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글로벌 도전을 하는 집단의 묶음’이라 답한 것이다. 네이버는 CIC(사내 독립 기업)뿐 아니라 내부의 모든 조직이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나아가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 네이버가 글로벌한 기업이 될수 있을까 싶었지만 실제로 나가보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따로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론칭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호응이 좋았던 것을 현지에 맞게 푼 경우가 많다.

성공 사례를 하나 꼽는다면?
네이버 웹툰이 대표적이다. ‘웹툰’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것도 네이버였다. 처음에는 일본과 미국 시장 론칭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일본은 망가 문화가 독보적이고, 미국은 그래픽 노블을 중심으로 덕후들이 즐비한 시장인데 한국에서 만든 웹툰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한국 사람이니까 웹툰을 보며 웃지, 한국 작가가 그린 그림을 좋아할까 싶었는데 실제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인 망가 인기가 높고, 동남아에서도 반응이 좋다. 이제는 웹툰을 그리는 현지 만화가들도 있지만 국가별 인기 작품을 보면 절반 이상을 한국 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문화를 수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이 크다.

네이버 사내 독립 기업인 아폴로 CIC 대표도 맡고 있다. 이곳에서 준비한 인플루언서 검색 서비스를 내년부터 정식 론칭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검색할 정보량이 많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정보가 넘쳐났다. 이때는 방대한 정보에서 가짜 뉴스, 진짜 뉴스를 구별하는 게 중요했다. 지금은 검색 트렌드가 사람으로 옮겨왔다. 가령 여행지를 선택하려 할 때 경제적인 알짜 여행이 누구에게는 좋은 정보지만, 럭셔리한 호텔에서의 숙박이 필요한 이에게는 좋은 정보가 아니다. 나의 성향과 맞는 사람을 매칭해주는 검색이 필요해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했다. 지금은 AI 기술의 발달로 관심사와 성향 기반의 검색이 가능해졌다.

모바일뿐 아니라 새롭게 개편한 웨일 브라우저의 우측 사이드 메뉴 상단에도 그린닷이 들어간다.
아직 그린닷이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은 아니지만, 그린닷은 네이버의 미래를 담고 있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검색창을 단순화시킨 그린 윈도우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키보드 입력으로 대표되는 PC 검색 느낌이 강하다. 키워드 입력으로 링크와 링크를 오가는 다소 평면적인 흐름의 검색 체계는 모바일의 입체적인 흐름을 대변하지 못한다. 앞으로 검색은 음성, 제스처, 이미지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이 사용될 것이고 이러한 검색의 시작점은 터치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그린닷 아이덴티티는 인터랙티브한 기능을 담은 버튼이자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린닷을 선언적으로 내세움으로써 미래의 방점을 찍은 네이버의 현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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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인물)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