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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누구나 창업하는 시대의 자기다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경하는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제일 좋아한다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앞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이 창업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갈수록 부의 재분배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조직보다 개인의 역량이 주목되는 이 시대에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일, 즉 창업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자기다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다움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누구에게 평가받을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곧 ‘우리’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일이다. 나의 ‘우리’가 가족인지, 디자인 산업인지, 이커머스 분야인지, 우리나라 사람인지에 따라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혁신을 일군 기업가로서 김봉진 대표는 창업하는 시대에 자기다움을 갖춰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탈탈탈 털리는 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봉진 대표.

김봉진은 경하는 디자이너다. 2010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배민라이더스, 배민상회 등을 주요 사업으로 음식과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를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자율 주행 배달 로봇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40억 달러(약 4조 75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M&A)으로 화제가 되었다. woowahan.com

최근 온라인 만화 잡지를 표방한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론칭했다. 웹툰 시장으로의 행보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배달의민족의 성장 키워드는 ‘배달, 음식, 문화’다. 각각의 키워드로 성장 전략을 짜고 계획하는데, ‘문화’라는 키워드로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살펴왔다. 꼴을 만들거나 매거진 〈F〉를 만드는 등 이전의 문화 콘텐츠가 배달의민족과 연계한 프로젝트다면 만화경은 독자적인 콘텐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웹툰은 오랫동안 지켜봤고 하고 싶었던 분야다. 보통 한 산업이 성장하면 갈래가 나뉘고 각각의 세부 산업이 성장해 더 큰 덩어리가 된다. 하지만 국내 웹툰 시장은 커진 덩치에 비해 아직 세분되지 않은 상태다. 만화경은 음악 산업으로 치자면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안테나나 미스틱스토리 같은 스타일을 지향한다. 즉 주류 시장을 선도하거나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자기 색이 담긴 무엇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팬층도 존재한다. 자기 색깔을 가진 작가들을 찾아내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음식, 배달’ 키워드 쪽으로 보자면 최근 식품 배달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밥을 해 먹는다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커머스의 향력은 공산품에서 시작해 의류, 음식 구매 쪽으로 확대되었다. 그사이 사회적으로도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 음식을 해 먹지 않거나 혼자 먹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가정식 대체 식품인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도 커졌다. 다 같이 하나의 스크린을 보는 문화가 사라진 점도 큰 변화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핸드폰,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방에서 각자 보고 싶은 것을 시청한다. 이러한 변화는 음식 문화의 변화와도 닿아 있다. 오늘날 3~4인 가족이라 하더라도 소비 형태는 1~2인 가족에 가까우며 실제로 음식도 개인의 기호에 따라 먹는다.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 음식을 먹기보다 아이의 학원 시간을 우선시하며, 간단한 스내킹snacking으로 그때그때 끼니를 해결한다.

디자이너 출신이란 점이 회사를 경하는 데 어떠한 향을 미쳤나?
일단, 나는 여전히 디자이너다.(웃음)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이 경자로서 해야 할 일에 도움이 되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눈다면 내게 후자는 을지로체 같은 꼴 디자인, 매거진 〈F〉, 배민문방구 등 일종의 ‘딴짓’이었다. 돈을 벌기보다 쓰는 일이므로 내가 만약 결정권이 없는 디자이너다면, 하고 싶다고 해서 대표를 설득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해야 하는 일에서 성과가 잘 나와서 하고 싶은 일도 해왔는데 이제는 반대로도 향을 미친다. 이러한 딴짓이 회사를 망가뜨리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돈을 벌기는커녕 쓰는 일들이다. 이런 활동이 인정받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 때 그 성취감이 아주 크다. 일하는 데 더욱 자극이 된다.

"일단, 나는 여전히 디자이너다.(웃음)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이 경자로서 해야 할 일에 도움이 되었다. "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딴짓을 권장하기도 하던데.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특정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명함이 되고 자부심이 되는 시대다. 지금은 기업과 개인이 바터barter하는 시대다. ‘배달의민족에 다니는 누구’가 아니라 ‘누구가 다니는 배달의민족’일 수 있다. 자신의 가치가 단단한 구성원이 많아져야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좋은 사람, 좋은 팀이 모여 결국 하나의 브랜드를 만든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성장을 지지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조직에 대한 로열티는 필요하다. 구성원이나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면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래의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미래의 리더에게 중요한 점은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믿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성과를 독차지하려거나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를 따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매번 지는 사람과도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길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라면 같이할 수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을 잘하기 위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일단은 그걸 왜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성과를 내야 한다면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떤 성과가 이상적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명확하면 상대적으로 단시간을 쓰더라도 훨씬 효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빨리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다. 붙잡고 있어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평생 가도 성과가 안 나온다.

배민찬이나 배민쿡 등의 서비스를 정리한 것도 그러한 결단력이 반된 것일까?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무엇이든 쉽게 접을 수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 실패는 언제나 가슴 아프다. 특히 배민찬은 우리로서 큰 사업 역이었다. 서비스 시작 전에 주문 수, 시장 점유율 등 성공의 기준을 세우는데, 일정 기간에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논의한다. 한 번 실패하고, 재차 도전했는데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배민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배민프레시에서 시작해 배민찬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벽 배송’이라는 용어도 처음 썼다. 앞으로 그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업이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정리했다. 결국 애초의 예상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이 시장이 잘되는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대학교 때부터 비주류에 속했던 나는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가가 되면서 더욱 비주류가 되었다. 그때부터 내 색깔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여겼고 그렇게 하고자 노력했다. "

디자이너이자 성공한 창업자로서 자신의 향력을 느끼는가? 후배들에게 어떠한 향을 주고 싶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디자인계는 오래도록 특정 몇몇 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들이 쌓아온 디자인 스타일이란 게 통용되었다. 그런 면에서 대학교 때부터 비주류에 속했던 나는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가가 되면서 더욱 비주류가 되었다. 그때부터 내 색깔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여겼고 그렇게 하고자 노력했다. 자기 색깔을 가진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도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 사람처럼 되어야겠다’가 아니라 ‘저런 사람도 되네’ 이렇게 말이다. 더불어 언젠가 우리나라 디자인 계보를 정리하고 싶다. 한 산업에 대한 철학을 배운다면 20~30년 죽 일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르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같은 외국 사람부터 떠올린다. 만약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면, 그걸 배운다면 달라질 수 있다. 김수근, 앙드레김, 안상수 등 돌아가신 1세대 디자이너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분까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 많은가. 그들이 해온 일을 잘 정리하는 것이 디자인계 선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
과연 밸런스를 딱 맞출 수 있을까 싶지만, 내 경우 업무 모드와 휴식 모드를 명확히 구분한다. 때로 하루나 주간, 월간 단위로 모드를 바꾸는데, 주말에는 가급적 일하지 않는다. 1년 중 보름이나 한 달 정도는 일을 중단하고 쉬려고 노력한다. 또한 하루를 균형감 있게 보내는 방법으로 업무 중 10~15분 정도 짧게 낮잠을 잔다. 피로감을 워낙 빨리 느끼는 편인데 낮잠을 자고 나면 금세 회복이 된다. 두 달 전부터 배우고 있는 명상도 틈틈이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일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일과 하나가 되는 과정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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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 정리 이수빈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