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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
모두가 인터넷 산업의 거품과 붕괴를 말하던 2000년대 초,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테드 강연에서 인터넷을 전기가 가져온 혁명에 비유했다. 처음 어두운 집 안을 밝히기 위해 발명한 전기가 다양한 가전 제품에 사용되는 것처럼 지금의 인터넷 산업 역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임을 예측한 내용이었다. 온라인 서점과 이커머스 사이트로 시작한 아마존이 오늘날 인터넷 산업의 최첨단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하지만 아마존의 성공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디지털 디바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원클릭 결제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나 목표는 변하지 않는 ‘고객 중심의 가치’ 하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이지온 로벌Ezion Global, inc.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준 역시 독립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모습이든 변하지 않아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지온 로벌 박정준 대표.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12년간 근무하고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해 독립했다.

박정준 워싱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아마존에서 일했다. 현재 유아 매트 부문 아마존 누적 판매 1위인 이지온 로벌Ezion Global, inc.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가 있다.

얼마 전 CBS 〈세바시〉에서 강연을 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대주제는 ‘2020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었다. 혁신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이야기했는데 아마존을 그만두고 독립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보통 사람들은 혁신이나 변화를 꼭 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데 정반대의 이야기다.
아마존도 혁신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에 집중한다. 미래의 변화는 알 수 없으니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반대로 변하지 않는 걸 확실히 알고 있으면 방향과 목적이 분명해진다. 100년이 지나도 더 좋은 물건을 편리하고 값싸게 구입하고 싶은 고객의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은 고객 우선을 가치에 두고 모든 결정을 내린다. 혁신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할 경우 수단으로 쓰는 것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했는데, 책에서는 ‘미래를 다녔다’고 표현했다.
중의적인 의미다. 첫 번째는 아마존 자체가 모든 기업이 벤치마킹하는, 성장에 통달한 곳이니까 미래적인 기업을 다녔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고, 또 다른 의미로는 실제로 아마존에서 나의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 도제들은 장인 밑에서 일정 기간 일을 하다가 독립하지 않았나. 나 역시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독립 이후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회사가 날 평생 책임질 거라는 생각도, 내 미래가 아마존에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존 내에서 다양한 부서의 개발자는 물론 마케팅 경 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 여러 가지 직종을 경험했다. 이것도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나?
개발자로서 하는 일을 좋아했지만 하면 할수록 나와 맞지 않는 직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전문성 때문에 아마존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각광받는 분야이다 보니 놓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회사를 나오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런데 개발자로서 꼭 하고 싶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고 나니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다. 아마존에는 사내 이직이 제도화되어 있고, 회사 차원에서 이 제도를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직급의 같은 포지션으로 평행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직종 이동 역시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마존에서 12년 동안 총 8개 부서와 5개 직종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됐는데,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존에서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자리를 두고 두 배 노력하며 굳이 경쟁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가?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하면 아빠 역할,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은 한국말이었기에 이를 키워드로 엮다 보니 ‘아마존에서 한국의 아이용품을 판매하는 일’이 나왔다. 아마존 입사 초기, 누구나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했는데 전 사원에게 가입비를 면제해주며 사용을 독려했다. 그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 아마존 창고로 물건을 보내놓기만 하면 주문, 배송, 반품 처리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아마존 FBA 서비스를 활용한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제조사의 해외 론칭 브랜드를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미국 현지 디자이너와 직접 기획해 아마존 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독점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업에는 하나의 기준과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나름의 철학과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가 분명히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놀이랑 다르니까 세상에 가치를 제공해야 하므로 하고 싶고, 안 하고 싶고는 둘째 문제인 거다.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은 책임 차원에서 해야 하고 그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책을 내고 국내 여러 기업과 기관의 관계자를 만나면서 미국 아마존으로의 진출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한국 제품을 아마존까지 온보딩시키는 것은 아마존 코리아에서 잘 가이드해주고 있지만, 올라간 상품이 잘 팔리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아마존 내부에서 성장기를 목격한 한국인으로서 나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것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꼭 안 해도 된다.(웃음)

지금은 1인 기업으로 혼자 일하지만, 사업을 확장할 경우 아마존의 기업 문화를 벤치마킹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그렇다. 사이즈나 규모 면에서 얼토당토않는 시도만 아니라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사람을 뽑지 않은 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누군가를 동참시키는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가 각자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누군가를 평생 책임져줄 수 없고, 한 회사를 위해 평생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회사에 취업해서 일하는 것이 한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은 별개로, 각자 가고자 하는 방향의 과정에서 잠깐 모다가 함께 열심히 하고 또 헤어지는 것이 건강한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면?
아마존은 축구팀같이 완전히 효율과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기용한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잘 뛰면 선발되고 못하면 후보가 되거나 퇴출당하기 때문에 일을 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마존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성실하거나 팀워크가 좋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아마존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일을 열심히, 또 잘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스크럼scrum을 통해 업무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능력 중심으로 평가되며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원들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에서 강연을 위해 방문한 알라딘은 아마존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온라인 서점을 시작했지만 완전히 다른 문화와 시스템으로 나름의 내공이 느껴졌다. 솔직히 처음엔 대형 프랜차이즈의 종업원이 달인의 집을 방문한 느낌이었달까.(웃음) 아마존과는 전혀 다른 생존 방식에 놀라기도 했는데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건 분명 알라딘만의 철학과 기업 문화가 존재하고 그것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업에는 하나의 기준과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나름의 철학과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가 분명히 있다. 모두가 아마존과 같이 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알라딘에서 굿즈 사업, 중고 서점 등을 운하는 것도 언젠가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것을 대비해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도록 하나씩 준비해온 것들이라고 하더라.

요즘엔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선 직원의 행복을 고려한 복지 혜택도 중요하다. 반면 아마존은 이에 대한 별다른 투자 없이 좋은 인재를 입하는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예전에는 정말로 사무실에 페인트칠도 제대로 안 했다. 혜택이 워낙 적어서 사원들의 원성이 높기도 하지만 덕분에 아마존은 고객을 위한 일이 아니면 불필요한 돈을 쓰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결국 고객 중심의 가치로 회사는 성장을 하고 그 열매는 주주인 사원들에게 돌아간다. 아직까지는 계속 주가가 오르니까 별다른 복지 혜택이 없어도 직원들에게 통하는 거다.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은 책임 차원에서 해야 하고 그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아마존에서 보고 배운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고객 중심을 외치지 않는 회사는 없다. 어떤 회사는 전 사원이 이를 구호로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굳이 그 가치를 교육하지 않는다. 대신 제프 베조스 회장이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인 회사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라는 슬로건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어떤 형태로 어떤 분야의 사업을 하든 ‘고객 중심’이라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확실한 방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회사야 어찌 됐든 고객에게 뭐가 더 좋을까를 고민하는 집단이랄까. 숭고한 정신을 가져서가 아니라 고객 중심의 가치를 원칙으로 두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리더는 자기가 한 말은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개인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게 참 안타까운데 일은 삶이 아니라는 게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삶은 삶이 아닌 게 된다.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일한다면 그 시간 역시 자신이 목표하는 무엇의 과정이 될 수 있다. 또 일이란 나 자신만 봐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주위에 어떤 가치를 주느냐가 곧 내가 하는 일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를 봤을 때 내가 꼭 해야 하는 역할,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의 나와 5년 뒤의 나, 60살이 되었을 때 내가 하는 일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 일이 작고 하찮은 것인지 크고 중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일이 경쟁력 있고 소중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세상 속에서 지금의 나와 5년 뒤의 나, 60살이 되었을 때 내가 하는 일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 일이 작고 하찮은 것인지 크고 중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존에서 일하고 배우고 독립한 경험을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라는 책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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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민정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