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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데이터에도 가이드가 필요하다 민세희 미디어 아티스트
데이터는 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다 보니 빅데이터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증 마크가 됐다. 지금까지의 방법은 모두 쓸모를 다했다는 듯 무력감이 찾아왔고 데이터는 그렇게 오늘날의 세상을 읽는 언어가 됐다. 하지만 정교한 기술의 반작용에 휘둘리지 않을 신체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로 양극화되는 기술의 격차를 좁히는 민세희는 계속되는 기술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전시를 기획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패스파인더pathfinder다. 데이터가 곧 자본인 지금, 보이지 않는 기술과 전략을 똑똑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가이드는 꼭 필요한 ‘미래의 일’이다.


데이터 시각화 분야의 첫 세대인 민세희 미디어 아티스트.

민세희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데이터 시각화와 머신 러닝을 주로 다룬다.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MTV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MIT 센서블 시티랩의 도시 정보 연구원, TED 펠로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랜덤웍스Randomwalks를 운하고 있다. 2018년에는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에서 ‘모두의 인공지능’을 기획했으며 최근에는 ‘DDP 라이트’를 총괄했다. 현재는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과 산학 협력 교수로 재직 중이다. ttoky.com

지난 1월 총감독을 맡은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 ‘DDP 라이트’는 단순한 이미지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머신 러닝 기술을 이용한 프로젝션 매핑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제목이 ‘서울 해몽’이다. 우리가 꾸는 꿈은 다양한 경험과 기억, 인상과 의식이 모여 발현된 이미지인데 꿈은 데이터 시각화와도 관련이 있다. 서울의 다양한 장소에서 수집된 이미지가 모여 꿈과 같은 하나의 신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다. 사용된 이미지는 나름의 철저한 규칙과 판단이 있었는데 남대문, 남산 등 위치에 따라 기계가 장소의 군집에 따라 이미지를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제작한 상을 건물에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괄목할 만한 프로젝트다. 특히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공공 디자인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남녀노소가 모이는 동대문의 장소성과 DDP의 건축 디자인이 이번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선례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경험한 60~70대 어르신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DDP가 워낙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건축물이기도 하고 기관이 주도하는 아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우려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실제로 어머니가 그 동네에서 약국을 오래 하셔서 주변 동대문 일대 상인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대규모 미디어 파사드를 대부분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점은 한편으로 아이러니했다. 그들이 느낀 새로움이란 세대 간의 기술과 미디어의 격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다룰 때 주의하는 점은 무엇인가?
설계자의 의도와 목적이 결과에 반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머신 러닝 시스템을 만들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기계는 데이터를 근간으로 학습한다. 데이터 종속적이란 말인데, 학습 데이터에 ‘바이어스’라고 하는 편견이나 특정 성향이 생기면 기계 시스템에 그 바이어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계 과정에서 최대한 중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각화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관점이나 목적을 위해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도가 없는 디자인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어떤 질문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토대로 데이터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큰 설득의 힘을 가진 도구인 만큼 의도에 따라 왜곡될 우려가 있다.

데이터 사회는 미래의 일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직관이라는 게 신내림 받듯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관에는 각자 성향에 따라 편견이나 선입견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까지 내가 경험한 세상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면, 데이터를 본 이후에는 내가 경험한 것 말고 내가 몰랐던 부분을 보게 된다. 예컨대 2015년에 서울시 공공 데이터를 다룬 적이 있었다. 서울시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이 있었는데, 열어본 데이터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예상보다 컸다.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 아니고 내가 본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것이 데이터다. 예술 사조로 접근한다면 현실을 그대로 반한다는 점에서 ‘뉴 리얼리즘’이라는 갈래가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본다. 과거의 리얼리즘은 작가가 바라본 점에서만 얘기할 수 있었지, 경험한 것 이상을 이야기하긴 어려웠다. 직관에 기대왔던 직업이나 일, 서비스, 상품 그리고 예술 등 미래에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각화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관점이나 목적을 위해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도가 없는 디자인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한 데이터는 끊임없이 생성된다. 기업은 자사가 확보한 데이터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할 테고. 특히 인공지능, 머신 러닝 시스템에서는 데이터가 필수 원천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각화하려는 연구는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본다. 대신 이 분야는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비주얼 감각도 필요하고 또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재주도 있어야 하는 복합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요즘 ‘누구나’, ‘모두’라는 말을 참 쉽게 쓰는데, 조심해야 할 말이다.

이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나 인물이 있나?
단연 구. 누구나 짐작하듯 구의 데이터 수집 차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 기관들의 작품을 모아 온라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아트 앤드 컬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인공 신경망으로 음악을 복원한다든가,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구은 자사의 환경과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할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전폭 지원하는데, 기업이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이로운 행위라는 막연한 인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이 어떤 효과를 일으키고 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구의 기술적 발전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등 돌아오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설계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아트 앤드 컬처팀은 비리로 운하지만 구의 기술은 작가로서 활용하고 보답할 가치가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미디어 아트 분야의 현황은 어떤가?
어권 나라에 비해 활약하고 있는 국내 작가나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사회·문화적인 뒷바침이 약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규모 있는 프로젝트는 기업의 후원이나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분야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매년 머신 러닝이나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데이터 기술에 대한 참여자들의 기본 지식과 이해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구의 역할이 있다. 컴퓨터에서 머신 러닝 시스템을 돌리려면 사전에 설치해야 하는 라이브러리가 많은데, 구은 별도의 라이브러리를 설치할 필요 없이 온라인에서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인 코랩colab을 만들었다. 이렇게 접근성을 낮추고 기술 격차를 줄이는 거다. 이를 통해 구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어떻게, 어떨 때 사용하는지 또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다. ‘구 종속적’ 세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의 발전과 사용자 간의 기술 양극화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요즘 구 아트 앤드 컬처 팀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궁금하다.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기후변화에 관련된 데이터 인터랙티브 시각화 프로젝트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갈 때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의 온도가 0.5°C 올라가면 지구 꿀벌의 45%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러한 연구와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구은 전 세계에서 데이터에 관련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리서치하고 프로젝트에 적합한 작가를 선발한다.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 시스템과는 다르다. 작가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남다르고. 나의 경우는 TED 펠로 활동과 발표했던 작업, 그리고 매체에 기고했던 등을 보고 연락이 왔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수련법 같은 것이 하나쯤 있을 텐데, 누군가는 가정을 이루면서, 또 누군가는 부를 쌓으며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겠지만 나에게는 일이 그렇다.


DDP 외벽에 프로젝션 매핑으로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 ‘DDP 라이트’.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서울디자인제단 제공
직업병은 없나?
늘 ‘지금 내가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일종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 그게 직업병이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기술의 발전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쉬거나 다른 일을 하면 흐름에서 려난다는 불안감이 든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인데 계속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좀 끔찍하기도 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살아 있다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본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태어나고 죽기까지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수련법 같은 것이 하나쯤 있을 텐데, 누군가는 가정을 이루면서, 또 누군가는 부를 쌓으며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겠지만 나에게는 일이 그렇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인터넷이 없던 PC통신 시대고 지금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 시대다. 계속되는 변화에 적응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전시를 기획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런 일들이 나를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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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유다미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