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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유튜브는 비트코인이 아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


카페와 뷰티 체험 공간, 이벤트 공간 등을 겸하는 멀티 뷰티 스페이스 ‘레코드’에서 만난 최인석 대표.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중퇴하고 2013년, 25살때 1000만 원대의 자본으로 뷰티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그룹 ‘레페리’를 창업했다. 이후 2015년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MCN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텐센트와 제휴해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자체 코즈메틱 브랜드 ‘슈레피’도 론칭하고 이제 뷰티를 넘어 헬스와 라이프스타일로 역을 확장 중이다. leferient.com

유튜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는 지난해 9월 3109만 명에 달했다. 구인 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해 성인 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월 수익이 10억 원이 넘는다는 유튜버의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유튜버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브랜드부터 대기업, 방송국까지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 유튜브는 그야말로 ‘21세기 노다지’처럼 보인다. 그 핵심은 ‘크리에이터’다. 유튜브는 개인 채널을 만들고 고유의 콘텐츠를 올려 방송하는 이들을 ‘창작자’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들이 중소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내며 시장을 주도하자 이들을 관리해주는 기업이 생겼다. 말하자면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태어난 이들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el Network(MCN) 기업은 단순히 기존의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는 데에서 나아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방송 활동을 지원하며 마케팅과 광고 프로모션까지 진행한다. 또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방송사 기능도 한다. 국내에 MCN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그리고 2013년 설립한 레페리Leferi는 뷰티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MCN 기업으로 2018년 기준, 매출액이 약 109억 원에 이르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MCN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했던 국내 유튜브 생태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끈 최인석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간파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일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창업 당시인 2013년은 국내에 유튜브가 잘 알려지지 않은 때다. 어떻게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나?
사실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은 후에 창업한 것이 아니라 창업 자체가 목표다. 하지만 인맥도 없었고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좀 더 이성적으로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투자 자문 회사 인턴을 하며 기업과 트렌드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블로그를 운했는데, 인기가 좋아 파워 블로거가 되기도 했다. 그때 파워 뷰티 블로거를 많이 알게 되었고 그들의 콘텐츠가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택배가 아니라 백화점에서 수령하는 커머스 사업 시스템을 구상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를 찾아다니고 백화점 고객 센터에 무작정 들어가 유통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네트워크다. 그들 자체가 파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영상 콘텐츠의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해 설득하는 일이 어려웠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한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크리에이터들이 뷰티 관련 동상을 찍고 이를 유튜브에 올린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는데 떨어졌다. 그런데 이후에 그 발표를 들었던 구 동아시아 지사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이야기한 개념이 해외에서 떠오르고 있는 MCN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구 측에 ‘뷰티 크리에이터를 스카우트하는 게 아니라 양성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혔고, 구은 교육 비용이나 장비 지원, 광고주 연결 등의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뷰티 크리에이터가 될 사람을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블로거 카페에 을 올린 것은 물론 단 한 개라도 채널에 콘텐츠가 업로드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무작정 연락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그들과 만든 상 콘텐츠를 수익으로 연결시켜야 했다. 보통 블로거 광고 포스팅이 한 건에 10만 원 정도 했는데, 이를 유튜브 상으로 만들면 5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처음에 브랜드들은 50만 원도 아까워했다. 그러다 점차 콘텐츠의 조회 수가 늘어나고 크리에이터의 향력이 커지자 유튜브의 파워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웃음)

MCN 기업으로서 명확한 브랜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레페리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MCN 기업으로서 명확한 브랜딩이 필요하다. 레페리 소속 200여 명의 크리에이터와 77명의 직원이 소속감을 가지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CN 기업이라는 존재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명확히 어떤 일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부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레페리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레페리는 홀로그램을 주요한 디자인 요소로 삼고 컵이나 스테이셔너리 등을 만들어 직원과 크리에이터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전달하는 도구로도 이용한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윤디자인(대표 편석훈)과 협업해 레페리 서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레페리의 브랜딩을 좀 더 견고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레퍼런스조차 없던 역에서 사업을 일궜다. 일의 성격이 특별히 다른 부분이 있나?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지만 결과가 없으면 과정도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직원 대부분이 레니얼 세대이고 뷰티를 다루는 업의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일의 강도는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일 자체가 신사업이기 때문에 목표와 결과를 뚜렷이 책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칫하면 엄청난 낭비가 생기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원가 관리부터 매출까지 철저하게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해 레페리 본사 1층에 레코드Leco_de라는 카페 겸 멀티 뷰티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 또한 사업적 측면에서 레페리의 방향성을 한층 넓히기 위한 계획이다. 크리에이터는 물론 상을 보는 사람들이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전파를 통해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여러 뷰티 브랜드가 클래스나 론칭 행사 등을 위해 본사 지하의 세미나실을 종종 빌렸는데, 대여로가 비싼 화려한 공간이나 핫플레이스보다 참관객들과 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구독자를 대상으로 팬미팅도 하고, 실제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한 제품을 전시하기도 하며, 뷰티 관련 행사를 위한 장소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레코드 내부에도 홀로그램을 반해 조명으로 다양한 컬러를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제2의 올리브처럼 뷰티&헬스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

이미 레페리는 슈레피와 같은 자체 코즈메틱 브랜드, 크리에이터 유나의 헬스 제품 등 사업 역을 확장 중이다.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넘어 다양한 사업 유형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크리에이터들이 즐기는 아이템을 분석해서 제품을 론칭하거나 마케팅과 교육 역도 확장할 예정이다. 또 크리에이터가 선호하고 협업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종 업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도 한다. 최근에는 로드숍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히는 라카Laka에 투자했다. 투자한 브랜드와는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반한 제품을 만들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할 수도 있다.

나는 일찍부터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채널을 열고, 장비를 사고, 상 편집을 배운 후 콘텐츠를 준비한다고 모두 유튜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를 교육하는 클래스 룸.


레페리 신입사원에게 제공하는 웰컴키트.
개인 채널이 점차 많아지고 실제로 유튜브 수입으로 한 달에 몇십 억씩 버는 개인도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누구나 유튜버를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퇴사하고 유튜버나 하지”가 마치 유행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나는 일찍부터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채널을 열고, 장비를 사고, 상 편집을 배운 후 콘텐츠를 준비한다고 모두 유튜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시작은 즐거운 체험이 되어야 한다. 물론 유튜버가 되는 일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취미가 업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직업으로 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앞으로는 유튜버를 중심으로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유튜버를 업으로 삼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요즘 뷰티 크리에이터 지원자 중에는 1인 채널 사업 계획서까지 만들어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당한 수익을 얻는 데에서 나아가 자신이 1인 사업의 주체로서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카일리 제너(소셜 미디어의 향력을 이용해 자체 뷰티 브랜드를 론칭해 1조 원대의 자산가가 된 미국의 20대 인플루언서)와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는 건 단순히 구독자 수나 조회 수의 차이가 아닌 꿈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유튜버로서 장수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다. 레페리 소속 크리에이터 유나의 경우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연구도 많이 하고 엄청나게 스터디를 한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나 MCN 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미래의 일이었다. 지금의 일이 10년 후에도 존재할까?
유튜브는 잡지, 라디오, TV와 같은, 새로운 매체다. 앞으로 100년 정도는 무리 없이 그 향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유튜브는 이제 방송국처럼 기능하고, 그 중심에는 개인 콘텐츠와 상의 성장이 함께한다. 물론 유튜브로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지금은 유튜브 개설을 비트코인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유튜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이 그런 명암이 뒤섞이는 시기라고 본다. 조만간 이런 광풍도 사그라들지 않을까. 앞으로는 유튜버를 중심으로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 모델이 생길 것이다. 레페리가 공간도 만들고, 제품도 만들고, 지속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는 유튜브 전용 스튜디오가 있는데, 방송국처럼 규모도 꽤 크다. 상 촬을 위한 공간이나 장비 대여도 가능하며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관련 기념품 숍도 있다. 유튜버가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러 방식으로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유튜브가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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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