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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체인지 메이커를 위한 환대의 공간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옥상. 폐목이나 버려진 팔레트를 활용한 가구를 곳곳에 배치했다. 메종 & 오브제에서 직접 공수해온 가구부터 계란판을 활용해 제작한 의자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파티와 공연도 열린다. 이는 행사를 위해 외부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입주사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헤이로비. 1층 라운지 공간이다. 샹들리에 조명과 실내 조경, 인더스트리얼풍 디자인의 조화가 흥미롭다.


다양한 규모와 콘셉트의 회의실.


10층 스카이라운지. 리테일 파트너 ‘Here Now and Then(HNAT)’이 입주해 맥주와 커피를 판매한다.


9층의 라이프스타일 숍. 사진 스튜디오, 팝업 전시 공간도 같은 층에 있다.


키즈라운지. 수면실과 수유실을 갖추고 있다.
2017년 헤이그라운드를 열며 성수동을 소셜 벤처의 허브로 만든 루트임팩트가 지난해 9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공간을 열었다. 성수동 옛 에스콰이어 사옥을 리모델링해 약 6600㎡ 규모의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을 오픈한 것. 헤이그라운드 최지훈 비즈니스 리더는 2년 남짓 공간을 운하며 소셜 벤처들을 담을 더 큰 그릇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바라보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더 오래, 더 많이 서포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어디에서 그 일을 하느냐’다. “서울 전역을 고려했고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한 번 더 성수동을 선택한 것은 소셜 벤처 밸리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즈니스 성공이 제1 목표인 일반 공유 사무실의 입주사들과 달리 세상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고객사로 둔 헤이그라운드이기에 입주사들 간의 연대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고려해야했던 것이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헤이그라운드는 그중 총 8개 층을 사용한다. 근무 가능 인원은 680명. 550명을 수용했던 1호점보다 130명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의 문맹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용 게임 서비스 회사 ‘에누마코리아’, 로벌 인증 제도 ‘비콥B-Corp’을 획득한 섹슈얼 헬스 케어 기업 ‘인스팅터스’, 3040을 위한 독립 잡지 〈볼드저널〉을 발행하는 ‘볼드피리어드’ 등이 입주를 결정했다. 신축 건물이었던 1호점과 달리 서울숲점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한계와 제약도 많았다.

헤이그라운드 김은 공간경험 디렉터는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도면이 캐드 파일로 존재하지 않았다. 청사진의 도면도 실측과 다른 점이 많아 일일이 현장을 보고 공간을 다듬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성수동다움을 보존한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도 지켜야 했는데, 천장과 바닥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폐목을 새활용한 가구 디자인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비록 1호점과 같이 높은 층고를 마련할 수는 없었지만 독특한 옥상 구조를 100% 활용해 이 약점을 보완했다. 혁신가들을 위한 사무실인 만큼 건물 곳곳에 진보적인 공간이 눈에 띈다. 9층과 10층에 마련한 ‘모두의 화장실’이 한 예다. 성별이나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이곳은 젠더리스 화장실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의 포용을 잘 보여준다. 넥슨재단, 한남동 스틸로와의 협업으로 키즈 라운지를 마련해 자녀를 둔 입주사 멤버들을 배려한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지역 문화를 건물 안으로 흡수한 점은 서울숲점만의 특징. ‘스테이션 910’이라는 이름 아래 국내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 매장 ‘더 피커’, 플랜테리어 전문 회사 ‘위드플랜츠’, 수제 맥주 브랜드 ‘리퀴드 랩’ 등 지역의 토박이 매장이 이전 입주했는데, 특히 위드플랜츠의 경우 서울숲점의 조경 컨설팅과 관리를 맡아 단순 임대인을 넘어 협업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여기에 〈평양 슈퍼마케트〉 〈토종벼 이야기〉 등으로 팝업 스토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 렌트와 파트너를 맺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선별해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최지훈 리더는 2호점 오픈을 준비하며 공간뿐 아니라 체인지 메이커의 개념 또한 확장했다고 말했다. “헤이그라운드가 나름의 원칙을 갖고 심사를 거쳐 입주사를 결정하다 보니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장벽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는 소셜 벤처뿐 아니라 밸류체인상에서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디자인 스튜디오, PR 및 마케팅 전문 회사, 노무 법인, 회계 법인, 법무 법인 등도 폭넓게 수용할 계획이다.” 언저리의 몽상가 취급을 받던 체인지 메이커들이 이제 세상의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다(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떠올려보자). 이제 진짜 변화를 가져올 이들을 담을 새 그릇이 필요하다. 그리고 헤이그라운드야말로 바로 그 그릇을 빚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공간 디자인 헤이그라운드 공간경험팀, heyground.com / 국보디자인(대표 황창연), ikukbo.com
클라이언트 루트임팩트(대표 허재형), rootimpact.org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모두의 화장실. 다양성을 주제로 젠더,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마련했다. 반려동물 또한 입장이 가능하다.


헤이그라운드 외관. 에스콰이어 사옥으로 지은 이 건물은 한때 재향군인회가 사용하기도 했다.

최지훈, 김은영
헤이그라운드 리더 / 디렉터

“공간이 매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2호점을 연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성수시작점(1호점)을 열었을 때, 내부적으로 기존 입주사들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고 공실이 생기면 대기하고 있던 회사들에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공실률이 떨어지고 입주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대기 리스트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회사가 늘어났다. 또 기존 입주사 가운데 60명 이상의 규모가 된 회사들이 있는데 공간 부족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2호점 오픈을 검토했다.

신축이었던 1호점과 달리 서울숲점은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매일매일이 모험의 연속이었다.(웃음) 복층 높이의 라운지나 벽돌 비어 쌓기로 채광 확보를 자체 기획할 수 있었던 성수시작점과 달리 서울숲점은 공간의 제약이 자명했다. 층고도 낮고 안전상의 문제로 더 세심하게 고려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곳에 매력을 느낀 것은 순전히 10층 라운지(옥상) 때문이었다. 사선으로 처리된 지붕 구조는 최신식 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이다. 또한 서울숲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것 또한 큰 장점이었다.


라이브러리 30. 일종의 서가 라운지로 멤버십 전용 공간이다. 스틸북스가 큐레이션한 도서 10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4층의 지정좌석존. 프리랜서를 위한 사무 공간이다.


층별로 설치한 커뮤니티 라운지. 키친과 OA가 결합된 형태다. 8종으로 구성된 분리수거함은 숨겨진 포인트다.


천장과 바닥의 옛질감을 그대로 살린 오피스.
단순한 공유 사무실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스페이스를 지향한 점도 흥미롭다.
1호점에서의 경험을 돌아본 결과다. 성수시작점의 입주 멤버는 80% 이상이 20~30대 레니얼 세대는데 그들은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기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성수시작점을 운하면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 파트너와 제휴를 맺고 여가 콘텐츠를 제공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용률이 저조하더라. 그 이유를 리서치해보니 그 모든 서비스를 밖이 아닌 헤이그라운드 안에서 해결하고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수동은 일과 삶이 집적된 지역이자 로컬 브랜드와 연계가 원활한 동네이다. 그들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1호점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이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반됐나?
예전에는 벤치마킹을 중요하게 여기고 트렌드 전문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유심히 살폈지만 실제 공간을 운한 뒤로는 입주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멤버 전용 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개선할 점을 제안받는데 그중 일부를 선별해 2호점에 반했다. 휴게용 폰 부스나 여자 화장실에 별도로 마련한 생리컵 세척대가 대표적이다. 반면 ‘모두의 화장실’이나 ‘키즈 라운지’는 수요를 파악하고 만든 공간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빈도로 사용할지, 얼마나 큰 만족감을 줄지 솔직히 예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헤이그라운드가 이런 가치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공간이 일종의 매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은 시작이지만, 구성원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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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디자인 칼럼니스트)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