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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농업계의 일론 머스크를 꿈꾸다 박아론·전태병 만나 CEA 대표
농업 솔루션 회사 만나 CEA는 충북 진천에 있다. 농업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변화시키는 스마트 농장의 전초기지와 같은 곳으로, 이곳에서 스마트 시티를 계획하고 있다. 만나 CEA 공동 대표인 박아론, 전태병은 카이스트에서 각각 산업 디자인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재학 시절 농업의 미래에 대해 공감한 둘이 만나 CEA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13년으로, 이후 아쿠아포닉스와 ICT가 접목된 농장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농장을 구축하고 관리에 필요한 솔루션을 쌓아나갔다. 지난 6년의 시간이 농업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똑똑한 농부’가 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농부가 되길 원하는 이들을 진천으로 불러 모을 때다. 2020년 하반기에 선보일 ‘만나시티’는 포화된 도시를 벗어나 각 지역으로 농업과 문화, 사람을 끌어들이는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워크디자인위크 2019에 연사로 참여한 전태병 대표는 “농업계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도를 바꾸고 정책을 움직여 결국 이루어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농업에서 미래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30대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만나 CEA에서 만난 박아론, 전태병 공동 대표.

카이스트에서 각각 산업 디자인과 기계공학을 전공한 박아론과 전태병은 2013년 3월 만나 CEA를 설립했다. 친환경 농장 구축과 관리에 필요한 솔루션과 제어 설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자회사 팜잇Farm It을 설립해 새로운 공유 농장 모델 확산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농업과 문화를 결합한 ‘만나시티’를 준비 중으로 지난해 11월, 진천군과 농촌재생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맺었다. 만나시티는 ICT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기술 연구 센터, 비즈니스 센터 등 미래형 농업 인프라 뿐 아니라 숙박시설, 레스토랑, 마켓 등의 통합 상권을 함께 갖춘 장소가 될 것이다. mannacea.com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가 “앞으로 20년간 가장 선망의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만 실제로 농업 종사자는 줄고 있다. 테크를 기반으로 농업을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가장 잘되고 모두가 관심 갖는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반면 농업은 지난 40여 년간 거의 버림받은 산업이나 마찬가지기에 아주 작은 솔루션으로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버림받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힘들고 돈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사실이고 실제로 농촌 사회의 고령화는 매우 심각하다. 그렇다면 농업이 돈이 되게 만들면 된다. 그간 농작물 재배에 관한 매뉴얼 정리는 잘되어 있었지만,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환경과 실행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지난 6년간 해온 일이 그것이었고, 여기서 더 나아가 농업이 쿨하고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단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어그리테크agritech’라는 용어가 로벌 시장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응용하는 어그리테크에 대한 투자가 2014년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일어났고, 그해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화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농업이 다음 세대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현실은 열악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분야는 인재가 넘치지만 농업은 협업할 사람이나 기술 자체가 전무했다. 재학 시절 자동차를 만드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 농장 시스템을 개발할 때도 자동차 조립을 떠올리곤 했는데 우리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가령 자동차를 제작할 때는 부품 하나하나를 한 제조사에서 다 만들 수 없다. 특정 부품은 다른 브랜드 제품을 받아 쓰기도 하고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새롭게 개발하기도 한다. 농업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경쟁력 있는 농장의 기술을 차용해 사용하고 싶었으나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한 단계씩 문제를 해결해나갔고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 농법이 핵심이라고 들었다.
물고기 배설물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우리는 장어를 양식하고 있다. 물고기가 배출하는 암모니아를 그냥 두면 물이 썩지만 식물이 그 암모니아를 질산염 형태로 다 흡수한다. 식물로 인해 질소량이 줄어든 깨끗한 물이 다시 물고기에게 돌아가는 친환경 농법이다. 전통적인 농경 방식에 비해 90%가량 물을 절약할 수 있고, 특히 중동처럼 물이 부족한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판되는 식물 농장보다 저렴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팜과 비즈니스 센터 등의 미래형 농업 인프라와 무인화 시스템을 갖춘 마켓, 공유 오피스가 ‘만나시티’로 구현될 것이다.

자체 개발한 농장 제어 시스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ICT를 접목한 농장 자동화 기술로, 위에서 언급한 아쿠아포닉스 방식과 함께 이 제어 시스템이 우리 기술을 이룬다. 가령 만나 CEA 농장은 중앙 컴퓨터가 별도로 있지 않고 각 센서끼리 블루투스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농장을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와이파이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 않은 대부분의 농촌 현실에 적합한 솔루션이라 생각했다. 또한 사람의 보살핌 없이도 대기 온도와 습도, 물의 양 등의 조건을 센서가 알아서 제어한다. 이렇게 개발한 농장 시스템을 국내외로 수출하고 농업 관련 특허 출원 프로젝트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는 쉽게 카피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 파종을 하고 재배 작물을 바꿀지 등의 노하우는 카피가 안 된다. 이러한 생산 관리 방식을 시스템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흙에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없는 나라와 수출 계약을 맺은 때다. 우리의 기술을 원하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었다. 한국 농업의 장기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만나 CEA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만나박스’라는 이름의 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서다.
만나박스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는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우리가 생산한 작물을 선보이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에 가깝다. 농업에 진출한 기업도 많지만, 실패 사례를 분석해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단계가 누락된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또한 작물 재배를 하다 그만두게 된 경우도 많다. 가령 인삼은 사람들이 찾지 않더라. 국내 소비자들은 인삼을 생으로 먹기보다 달여 먹는 형태가 많은데, 이 시장은 이미 한국인삼공사 등이 만든 브랜드로 굳건하게 형성되어 있다. ‘뿌리째 살아서 오는 신선한 채소’를 정기 배송하기까지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만나박스를 오픈한 2016년 초만 해도 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는다는 개념이 낯설었다.
친환경 기법으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도 여느 작물과 다를 바 없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특별한 가치를 갖기 어렵다고 판단해 솔루션으로 온라인 배송을 생각했다. 여기에 정기 배송이라는 측면을 더했는데, 저장을 오래 할 수 없는 채소는 주문량과 품목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매주, 격주, 월 단위로 정기 배송하는 만나박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전공과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있다면 어떤 분야이건 도전해볼 만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2014년 12월에 충북 진천에 자리를 잡았다. 여러 장소 중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유리 온실을 찾기 위해 매물을 검색했는데 정보가 뜬 곳이 여기고, 당시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재원도 고려해야 했다. 막상 와보니 여러 면에서 만족스럽다. 지도에서 보면 진천은 지리학적으로 모든 유통의 중심점에 위치해 있고, 옆 동네인 음성은 식품 가공업체가 굉장히 많다. 지역 소도시 중에서 인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진천에 와서 물과 물고기가 가득한 이상야릇한 설비를 만들 때 지역 주민들이 반신반의했겠지만 이제는 함께 모색하는 일이 많고 진천군청과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제는 다시 서울에서 일하고 거주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다 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전원주택을 짓고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아직까지 문화적 인프라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은 장소가 되려면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전공과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있다면 어떤 분야이건 도전해볼 만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아쿠아포닉스와 농장 자동화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농장으로, 이곳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만나박스를 통해 정기 배송한다


친환경 원목으로 꾸민 이커머스 사무실, 직원들에게 셰프의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
직원이 약 80명 규모인 회사의 구성원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층이다.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데,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셰프가 요리하는 식단을 삼시세끼 제공하는 일 등은 소소한 혜택이고,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가 없다. 가령 정해진 휴가 일수는 있지만, 때로 누군가 지나치게 빡빡하게 일하는 기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개별 휴가를 주기도 한다. 어떤 직원은 출산 후 100일간은 마음대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분야별 팀장이 13명인데 매주 그들이 팀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해 추천하고, 한 달간 취합해 팀장 회의에서 통과된 복지를 제공한다. 물론 한 달간의 여행 같은 특정 혜택을 요구한다면 그것이 왜 필요하고, 이후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 설득해야 한다. 개인이 원하는 것을 주되 결과로 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한다. 스타트업은 관행적으로 만든 툴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방식을 정해놓기보다 오로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케이스별로 고민한다.

공유 오피스, 숙박 시설, 레스토랑, 온실 등이 들어서는 ‘만나시티’를 준비 중이라 들었다.
농업이 잘되려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농촌을 좋아해야 한다.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장소로 말이다. 농촌에서도 멋있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 안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이곳은 가칭 ‘만나시티’라 부르는데 만나 CEA가 일할 터전이며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스마트팜과 비즈니스 센터 등의 미래형 농업 인프라와 함께 무인화 시스템을 갖춘 미래의 마켓, 휴식과 일을 가능케 하는 세컨드 오피스와 숙박 시설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시설을 마련한다 해도 사교육이나 문화생활 등의 인프라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AI 기반의 에듀테크 등이 발달하며 점점 보완될 것이라 본다.

스타트업은 관행적으로 만든 툴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기술을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기반으로 한 팜잇Farm It 법인도 설립했다.
대학 졸업 후 귀농해서 농장을 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고 그 시장이 크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농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정부 지원을 기대하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팜잇은 개인이 직으로 운하는 일반적인 농장 형태가 아니라, 농업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을 투자자로 모집해 우리의 기술이 접목된 농장을 공동으로 운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공유 농장 모델을 만드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만나 CEA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종착지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더 이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멈추겠지만, 그 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농업에서 찾고 있다. 우리만의 독보적인 농법으로 독점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농작물을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을 농민과 미래의 농업인에게 널리 보급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라 생각한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이 나라의 식량 안보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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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