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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이진법 사이를 누비는 디지털 실험가 송예환
송예환은 말 그대로 쿨한 미감을 가진 디자이너이자 탁월한 코딩 능력을 겸비한 개발자이다. 2018년 〈오픈 리센트 그래픽〉전의 파격적인 웹사이트로 단박에 디자인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녀는 이후 ‘타이포잔치 2019’의 웹사이트와 카바 라이프 시티 프로젝트를 위한 마이크로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며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 양손잡이 크리에이터의 또 다른 미덕은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탐구 정신이다. 송예환은 ‘사용자 친화’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플랫폼에 대해 ‘진짜 사용자 친화적이냐’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편한 줄만 알았던 웹사이트의 탬플릿을 의심하고 그 틀을 쌓기 전, 내용에 최적화된 디자인에 대해 먼저 궁리한다. 또한 그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무차별적으로 개입하는 광고 알고리즘 속 ‘20대 여성’이라는 일반화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그냥 침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반문한다.


1995년생.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웹 개발자. 2020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독립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학창 시절 이미 매스 프랙티스Math Practice, DIA 스튜디오, 독일 폭스바겐에서 실무를 경험했으며 실험적인 웹사이트와 인터랙티브한 그래픽을 주 무기로 내세운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디자인Spotify Design과 〈이츠나이스 대츠It’s Nice That’s〉가 공동 주관하는 ‘Ones to Watch 2020’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이는 로봇 공학부터 영화, 머신 러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인 인재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yhsong.com


‘Very Responsive’ 웹사이트. 다양한 비율의 스크린이 나오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웹사이트를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탄생했다. 가로세로 폭이 늘어나고 줄어들 때마다 사람의 표정이 달라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CCA 허벨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 선보였다. yehwansong.github. io/veryresponsive/index.html

의도적으로 템플릿을 피하고 낯설게 디자인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이용하기 전에 한번 멈춰서 가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언제부터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사실 진짜 좋아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다. 그러다 예술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 달 정도 작도 수업을 들었는데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고등학생 때 카페나 매점 메뉴판, 전단지 같은 것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당시 나의 최대 화두는 ‘어떻게 하면 아이스크림을 가장 예쁘게 그릴까?’였다(웃음).

롤 모델이 있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오픈 프레임 웍스Open Frame Works를 만든 자크 리버만Zack Lieberman. 그에게 직접 코딩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일단 엄청나게 다작을 한다. 본인도 작업을 많이 하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만의 색깔이 들어간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엄청난 공을 들여 한두 작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고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중 소개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Very Responsive’라는 싱글 페이지 웹사이트를 디자인했다. 이곳에 접속하면 사람 얼굴이 하나 떠 있는데 마우스 스크롤로 크기를 줄이면 창이 종이 접히듯 접히면서 점차 울상이 된다. 주변에서 이 프로젝트의 임팩트가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흔한 웹사이트 형식에서 탈피해 포스터 포맷을 차용했다는 점에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웹사이트도 리뉴얼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외관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코딩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던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스프레드 시트 형식으로 정리했다. 보는 사람은 시트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여기에 속하는구나’ 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요즘 보통 웹사이트는 보안 문제로 레이어를 여러 개 만든다. 결제만 하려고 해도 굉장히 많은 창이 뜨는 것처럼 말이다. 역설적으로 내 사이트처럼 누구든 전부 볼 수 있게 열어두면 그것이 오히려 평화로운 보안법이 될 수 있다. 나의 관심 분야 중 하나가 공유 개념으로 보안을 다루는 것이다.

일반적인 웹 디자인 형식에서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래픽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어떤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용에서 시작해 틀을 완성해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웹사이트를 디자인할 때는 내용에서 출발하지 않고 사용자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메뉴가 메뉴인 것을 알까?’ 등 웹사이트의 틀부터 고민하기 때문에 결국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 된다.




‘타이포잔치 2018 프리 비엔날레’ 웹사이트. 반응형 웹사이트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첫 화면을 기준으로 252개의 복사된 페이지가 펼쳐지는데, 각 페이지의 내용은 같지만 타이포그래피는 제각각이다. 맨 처음 화면에서는 252개의 요소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디지털 캐논?!〉 웹사이트. 네덜란드의 리마 미디어 아트 뮤지엄이 디지털 아트와 그 역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아카이빙할 목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digitalcanon.nl


‘안티 유저 프렌들리Anti User friendly’. 기존 구조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편리함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 시리즈인 ‘터치 마이 4 핑거’는 모바일 화면의 특정 위치에 4개의 손가락을 올려놓아야 숨겨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송예환의 개인 웹사이트. 자칭 ‘그래프홀릭’인 그는 작도부터 인포그래픽, 다이어그램까지 각종 그래프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이런 취향을 반영해 사용자가 한눈에 콘텐츠 전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커다란 다이어그램 안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yhsong.com
그렇다면 앞서 말한 문제점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보려 하나?
나를 포함해 여성인 주변의 대다수 친구들을 보면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심지어 중독 수준인 경우도 있다. 여기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켜면 ‘먹방’이나 다이어트 약 광고부터 뜬다. 내가 20대 여성이기 때문인데 사용자에 대한 부적절한 일반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SNS가 중독성을 띠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플랫폼의 틀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책을 고를 때는 표지를 보고 읽을지 말지를 판단한다. 콘텐츠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암시하는 것이 디자인의 가장 큰 역할인데, 틀이 정해진 플랫폼에서는 위험한 정보라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내용에 중심을 둔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한다. 의도적으로 템플릿을 피하고 낯설게 디자인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이용하기 전에 한번 멈춰서 가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용자가 느끼는 편리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특히 ‘안티 유저 프렌들리Anti User Friendly’ 프로젝트에서 잘 나타난다.
템플릿을 사용하는 웹사이트를 ‘유저 플렌들리’라고 한다. 심지어 어떤 템플릿은 메뉴 위치부터 텍스트 크기까지 정해두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사용자를 너무 일반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개발자가 사용자를 일반화하고 기능을 만들면 사용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 코딩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편함에 익숙해져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디자인할 때 주로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는지 궁금하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사물을 좋아하는데 그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수학, 과학을 좋아하던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물체의 중력을 실험하고 관찰하는 행위가 정말 재미있다. 이를 웹사이트 디자인에 적용한 결과물이 많다. 작년에 타이포잔치 2019 웹사이트도 사용자의 움직임을 계속 스크린 캡처하듯 만들었다. 웹사이트도 어떤 제스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사물이 움직이는 규칙을 유심히 본다.

웹사이트나 포스터를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생각을 시각화하는 단계에서 연결 고리 설정에 많은 신경을 쓴다. 디자인 결과물에 나만의 정체성이 드러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SNS에서 찾은 레퍼런스만 따르다 보면 표면적으로 ‘쿨한’ 이미지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멋있는 결과물만 바랐다면 성공적이겠지만, 나의 생각을 녹여내야 하기 때문에 멋있기만 한 디자인은 지양한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시기나 세대가 있다면?
1990년대 초·중반에 활동했던 사람들이 궁금하다. 당시에는 넷아트, 플래시 등 작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이 많았고 엄청 실험적이었다. 지금만큼 기술이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작고 신기한 기능이 속속 나오던 때였다. 당시 사람들은 그런 기능을 가지고 노는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새로운 기능을 따라잡기에도 바쁘다. 그냥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도 있고.

당시 나왔던 콘텐츠 중 좋아하는 게 있다면?
피카츄 배구로 잘 알려진 PC 게임 ‘대전! 피카츄 비치 발리볼’.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는 단순한 로직의 플래시 게임인데 직관적이라서 좋아한다. 요즘은 레이어가 추상화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유튜브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계속 추천 영상을 띄우는지 사용자는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 피카츄 배구 같은 게임이나 옛날 인디 사이트의 경우 버튼을 누르면 반응이 온다. 사용자가 그것을 이해하며 사용한다고 느끼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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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백가경 객원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