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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21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4팀 맛깔손



맛깔손은 그래픽 디자이너, MHTL 대표, FDSC 멤버, 고양이 처칠의 집사다. 학부에서 영상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2017년에 독립해 다양한 문화 예술계의 프로젝트와 MI, BI 브랜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박럭키 디자이너와 함께 스튜디오 ‘MHTL’을 설립했다. 학연과 지연에서 벗어난 새로운 연대를 꿈꾸며 여성 디자이너이자 경영자로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대범하다. 세련되고 반짝이고 반듯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추억의 물건 같기도 하고, 잊히지 않는 기억이나 꿈의 잔상 같기도 한 것이 맛깔손의 디자인이다. 5년간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개인 작업을 활발하게 하는 또래 디자이너들이 부러웠단다. 그래서 회사 일과를 마치면 맛깔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했다.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무용단, 일민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 주요 문화 예술 기관의 전시·행사 그래픽 디자인을 맡으며 그래픽 디자인 신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를 대중적으로 알린 작업은 바로 영화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세트다. 영화 〈마더〉의 팬 카페 활동을 할 정도로 봉준호 감독의 열성 팬인 맛깔손이 ‘성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디스크(Blu-ray) 패키지 전문 머천다이즈 회사 플레인아카이브와의 인연 덕분이다. 플레인아카이브와 협업해 2016년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 〈더 미싱 트랙The Missing Tracks〉 디자인과 2017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DVD 패키지 리뉴얼 작업 등을 진행하면서 시네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맛깔손을 눈여겨본 영화인 중 한 명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었고, 영화 〈기생충〉 관련 북 디자인을 의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주문한 것은 단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시나리오의 원본성을 그대로 지켜줄 것, 다른 하나는 담백한 고딕체를 사용할 것이었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서 맛깔손은 주인공인 송강호의 클로즈업 사진을 각본집 표지에, 그리고 송강호를 그린 동일한 스케치 장면을 스토리보드 표지에 실었다. 이는 철저히 스토리보드에 입각해 영화를 제작하는 봉준호의 디테일한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디자인이었다. 〈기생충〉이 2019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자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세트도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맛깔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봉준호 감독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각본집 세트를 건네는 장면을 포스팅하며 ‘목업 아닌 실화’라는 코멘트를 재치 있게 남기기도 했다. 그간 1인 스튜디오인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온 맛깔손은 2020년 모어히트댄라이트More Heat Than Light(MHTL)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오픈해 박럭키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 현대시티아울렛 ‘오프웍스’ BI 디자인, 샐러드 가게 ‘샐러드 셀러Salad Seller’ 스토어 아이덴티티, 성북예술창작터 MI, 여성과 퀴어의 연대를 위한 온라인 공연 ‘센터즈Centers’ 그래픽 디자인 등이 MHTL에서 진행한 결과물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맛깔손의 작업이 눈에 띄는 이유는 뻔한 정답을 거부하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설정한 가로 1080, 세로 1080 픽셀의 작은 프레임 안에서 디자인이 패션처럼 소비되는 것이 싫어요”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그는 좀 더 오래 보고 싶고, 만지작거리고 싶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는 MHTL의 규모를 확장하고 주 종목인 그래픽 디자인뿐만 아니라 영상과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도모한다고 하니, 계속되는 그의 종횡무진을 기대해보자.


@mat_kkal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과 스토리북 세트(2019). 책 표지 디자인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서로 연결되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감독의 손을 거쳐 영화 장면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볼 수 있다.






공연 ‘센터즈Centers’ 그래픽 디자인(2020). ‘다섯 개의 중심 원소,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22일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공연을 송출했다. 여성과 퀴어의 이름으로 새로운 구심점(센터즈)을 이루겠다는 선포문을 내건 기획으로 정중앙에 ‘센터즈’ 로고를 배치한 맛깔손의 디자인이 나침반을 연상시킨다.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 〈더 미싱 트랙〉 커버 디자인(2016). 3명의 젊은 뮤지션들이 영화 OST를 위해 작업했지만 실리지 못했던 숨은 명곡을 실은 패키지로 헬리콥터레코즈, 플레인아카이브, 맛깔손이 협업해 제작했다. 앨범 표지에 실린 인물의 얼굴에서 실종된 눈, 코, 입이 내지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2019 타이포잔치: 국제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출품작인 ‘시력검사표’. ‘잡동사니’라는 소주제에 맞게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물건을 제안하라는 주문에 따라 1862년 시력 검사를 위해 네덜란드 안과 의사 헤르만 스넬렌Herman Snellen이 고안한 사이즈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한 시력검사표를 제안했다.








현대시티아울렛 입점 브랜드 ‘오프웍스’의 BI와 공간 사이니지(2020).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price Store라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화려한 컬러와 경쾌한 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살린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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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솔 객원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