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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위즈덤 테크 시대의 디자인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

세기말 닷컴 열풍부터 최근의 제2 벤처붐까지, 우리는 시장 지형도가 변하는 모습을 무려 20여 년에 걸쳐 확인했다. 특히 산업 분야에서 파레토의 법칙(*)이 예전만큼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주목해야 할 변화다. 실력 있는 스타트업의 등장, SME(Small-Medium Enterprise)의 발흥 등 작지만 잠재력 있는 기업과 개인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새로이 국내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접붙인 기업의 성장세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미국의 에어비앤비와 핀터레스트, 한국의 우아한형제들 등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의 비즈니스가 승승장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디지털 양극화도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즉 우리 산업의 당면 과제는 디지털이라는 변곡점을 무사히, 그리고 함께 넘어서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은 벤처기업인 출신으로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취임한 이영을 눈여겨보게 만든다. 디지털 전환이 시대의 소명임을 믿는 그가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위즈덤 테크wisdom tech, 즉 상생의 지혜 기술이다. 물론 디자인은 상생의 중요한 열쇠다.

(*) 상위 20%가 전체의 80%를 생산한다는 법칙. 경영 컨설턴트 조셉 주란Joseph Juran이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1896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이름을 따왔다.



Profile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디지털 보안 솔루션업체 ‘테르텐’을 창업했다. 2015~2017년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지내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을 거쳤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해온 그는 올해 5월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됐다.
전체 산업이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올라가야 보이지 않는 가치에 사람이 눈을 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 취득 후 수리과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대학원 세부 전공이 암호학이었던 것도 흥미롭네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양자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여건상 그쪽으로 갈 수 없었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수학과였습니다. 그런데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접하게 된 암호학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게 됐어요. 흔히 수학을 계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논리력과 사고력 훈련을 수반한 전반적인 사고 체계에 관한 학문에 가까워요. 저는 수학에서 철학적, 인문학적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졸업 직후 20년간 벤처를 운영한 이력도 흥미롭네요.
사실 저는 약간은 운이 도왔다고 봐요. 저희 랩에서 암호학을 공부한 사람이 제가 최초일 정도로 생소한 분야였는데 인터넷망이 전국에 깔리면서 자연스레 보안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생겨났어요. 한국과학기술원은 당시로는 드물게 캠퍼스에 전용 망이 깔려 있었고 받아 보는 페이퍼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서 넘어온 것이었어요. 머지않아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죠. 그때 저는 2003년쯤이면 완벽한 디지털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2000년에 보안 솔루션업체를 창업했죠.

운도 실력이라고 하던데.(웃음) 하지만 생소한 분야였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일단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망 상태가 불안정했어요. 그 말인즉 디지털 보안 솔루션이라는 아이템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했다는 거죠. 내수에 집중해야 했는데 문제는 ‘소프트웨어=공짜’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요즘처럼 앱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면 금세 유니콘으로 진입하는 시대가 아니었죠. 게다가 남북 관계로 인한 특수성으로 보안 분야에 대한 정부의 여러 가이드라인이 존재했어요. 이런 가이드라인이 보안업체에게는 규제가 되기도 하거든요. 벤처가 뛰어들 만한 시장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도 20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네이버 영화, 카카오 e북, 삼성전자 애니콜 하나로의 IPTV 등에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의 20년 생존율이 0.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기적적인 생존이었다고 볼 수 있죠.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크게 남았지만.

말씀하는 것을 들어보면 확실히 산업에 대한 현실 감각이 살아 있는 정치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정계에 입문했나요?
솔직히 정치에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제가 여러 협회 임원을 지내는 동안 벤처 선배들에게 많은 권유를 받았어요. 지지난 정권에서는 벤처 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벤처 출신 정치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당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떨어졌지만, 그 연으로 4년 뒤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최소한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문제만큼은 개선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중 하나로 추진한 게 납품 대금 연동제인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개입은 국가가 나서기보다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현 정권의 기조에 반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반대도 많았지만,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도입을 강행했습니다.

시장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군요.
벤처기업을 경영한 경험과 다년간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기업 활동의 애로 사항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봐요. 업계의 기대도 그만큼 크고요. 현장을 다니면서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신사업을 마음껏 추진하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여러 기업으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소상공인은 경기 회복과 영업 정상화를, 중소기업은 불공정 거래 관행을 뿌리 뽑아달라고 했죠. 이를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지난 9월에는 성공리에 ‘동행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유망 소상공인·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일종의 전 국민 상생 소비 캠페인인데 올해부터 대기업과 협업 형태로 포맷을 바꾸었어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제품을 단지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고 더 잘 팔리지 않거든요. 이번 동행축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대기업과 대대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것이 주효했죠.

동행축제 판촉전에 참여한 대기업
롯데그룹, CJ그룹, GS리테일, 네이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현대백화점, 한샘, NS홈쇼핑, 홈앤쇼핑, 현대홈쇼핑, 한화리조트, SKT, KT, LGU+

정계 입문 당시부터 줄곧 디지털과 데이터를 강조하셨죠?
경제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요. 세계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만 봐도 2010년에는 2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개나 됩니다. 2020년에는 5개 기업이 모두 디지털 분야 기업이었고요. 우리 사회가 저출산·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효율을 따지는 노력이 더 커져야 해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다수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거든요.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기용해 원가 절감을 해왔는데 팬데믹으로 그 길마저 막혔습니다. 이제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온 것입니다.

산업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국회에 가서 놀란 게, 이공 계열 비율이 너무 낮은 거예요. 대한민국의 산업 자체가 IT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데 말이죠. 예전에는 IT가 여러 산업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 진화했습니다. 정치 리더십에도 객관적인 숫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치의 영향력이 상당한데 비효율적인 부분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디지털 약자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 주인공이 정부 웹사이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애를 먹는 장면이 나오죠. 이 같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나요?
일명 ‘스마트 테크’로 불리는 기술 시장은 그간 국가 간, 계층 간 격차를 확대하고 낙오자를 양산했습니다. ‘똑똑하지만 약자에게 냉혹한 경제·사회’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기술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해요. 저는 이것을 ‘위즈덤 테크’라고 부릅니다. 이를테면 현재는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이 건강하게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을 희생해 플랫폼만 배를 불리는 세상이 되면 안 되죠.

확실히 상생의 원칙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의 체질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소규모에서 잠재력을 만들어 퀀텀 점프를 하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어요. 그 플레이어들은 결국 스타트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이죠. 결국 이들이 주축이 되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겁니다. 보통 산업혁명이 100년 주기로 온다고 해요. 그때마다 규모가 거의 10배씩 커지죠. 실제로 산업혁명 주기별로 백만장자,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나왔고 드디어 최근에는 조만장자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특징이 다품종·소량생산인 만큼 스토리, 철학, 가치를 입히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얼마 전 ‘강한 소상공인 피칭 대회’를 열었는데 누가 1등 했는지 아세요? 전통 강릉 한과에 파티시에 기술을 융합한 선미한과라는 곳이었어요. 대대로 내려오는 한과업체였는데 크리에이터가 그 헤리티지를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디자인을 바꾸니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브랜드가 되더군요.

상생의 항목에는 지역 상권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골목 상권을 변화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나요?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고, 상권 기획 제도 도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전자는 지역 가치 창업가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고 지역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가 골목 산업으로 확장해나가도록 단계별 성장 시스템을 도입하고 민간 재원을 활용하는 등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후자는 지역 특색을 반영한 상권을 기획하고 조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민간 투자를 연계하고, 전문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어요.

좀전에 IT가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는데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는 완벽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결국 디자인 세상이 온다고 봅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또박또박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문자를 쓰기보다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죠.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이 저물고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시각 요소가 중요해진 만큼 조만간 디자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전체 산업이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올라가야 보이지 않는 가치에 사람이 눈을 뜬다고 생각합니다. 가격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과 기호 가치에 맞춰 소비하는 세상이 와야 하죠.

기호 가치. 중요한 포인트군요. 결국 디자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의 상생이 중요한데 몸집이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에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해요. 지금도 소프트웨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일이고, 예술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데 사실 요즘과 같은 융합의 시대에는 이런 구분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기부, 과기부, 산자부의 일을 과연 가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의 주된 정의는 매출과 고용 수였어요. 하지만 직원 수 3명이 수천 억원어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세상인 만큼 기준과 정의 역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스튜디오 중에는 1~2명 규모의 작은 회사도 많다고 들었는데 기준이 바뀌면 이런 곳 역시 중소기업의 자격으로 지원할 수 있겠죠?

이야기를 듣고 보니 중소벤처기업부라는 부처명이 현재 마일스톤을 담기에 너무 작은 이름이라는 생각마저 드는군요.(웃음) 디자인의 활용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디자인계를 위한 지원도 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관님이 생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도 관련이 있어요. NFT가 부상할 때 가장 먼저 예술계와 디자인계가 움직인 것이 그 예죠.
우리나라는 산업화로 정점을 이룬 나라이고 물질적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도태된다고 봅니다. 납품 대금 연동제가 정착되고 불공정 거래를 불식시키면 다음 차례는 소프트웨어, 그다음은 컨설팅과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많이 펼치는데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만나보면 이런 것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미디어 발행인으로서 이런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소벤처기업부 사용 설명서’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처럼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12월에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초대하겠습니다. 꼭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강한 소상공인 최종 피칭대회에서 만난 디자인 5
지난 10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는 ‘강한 소상공인 최종 피칭대회’를 열었다. 최종 결선에 오른 10팀의 소상공인 중 디자인이 눈에 띈 5팀을 소개한다.




선미한과
강릉 한과의 원천 기술과 파티시에의 기술을 융합한 프렌치 디저트 한과. 헤리티지를 강조한 브랜딩 전략이 특징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의 다회용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과 특허 등 보유 IP를 활용해 일회용 패키지를 대체할 수 있는 다회용 친환경 패키지를 섬유 소재 패키지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작했다.




단하주단
한복 디자이너 김단하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전통 문양과 소재, 복식을 활용해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현대적 패션으로 발전시켰다.




무아미
어린이 놀이 키트 구독 서비스. 양육자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놀이 키트 제작 시니어 클럽과 협업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엘레트론의 타자기 ‘페나’
레트로 가전 전문 기업 엘레트론의 페나는 기계식 타자기로 킥스타터 등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0억 원을 모으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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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진행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월간 〈디자인〉 발행인 정리 최명환 편집장 인물 사진 이창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