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오사카에는 '천하의 부엌'말고 디자인도 있다 오사카 디자인 팩
오사카와 디자인. 디자인? 솔직히 도쿄라면 몰라도 오사카와 디자인의 조합은 영 낯설기그지없었다. 흔히 부산과 비견되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를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들은‘천하의 부엌’이라 불릴 만큼 먹을거리가 많다는 사실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 성,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로 유명해진 ‘금각사(金閣寺)’가 있는 교토와 가깝다는 것,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 정도? 그러나 이제부턴 이 항목에 ‘디자인’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오사카라는 도시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해보는 작은 노력의 시작 ‘오사카 디자인 팩’을 취재했다.

‘오사카 디자인 팩’은 일본, 한국, 중국, 홍콩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그래픽 디자인전,오사카 아시안 컬렉션, 공간 디자인 심포지엄 등으로 구성된 국제적인 행사다. 여느 디자인 페어나 전시처럼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열린 것이 아니라 세 번에 걸쳐 개최되었다. 오사카 디자인 팩에서 가장 힘을 준 것은 제일 처음 열렸던 그래픽 디자인전.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린 이 전시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도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쇼핑센터, 갤러리, 우연히 들어간 카페 등에서 그때 제작해 나눠준 포스터가 여전히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4개국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콜렉션인 ‘오사카 아시안 컬렉션’은 11월 4일 소고 백화점에서 개최되었으며, 다음 날인 5일 같은 장소에서 ‘공간 디자인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렇다면 오사카는 왜 이런 디자인 행사를 개최했을까. ‘오사카 디자인 팩’을 기획한 오사카 시립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의 큐레이터 스가야 토미오 씨는 “이번 행사는 오사카라는 지역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상공업 도시인 오사카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패션 산업과 디자인을 리드하며 경제・문화적으로 부흥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자인뿐 아니라 일본의 사회・산업 구조 자체가 도쿄로 집중되면서 침체기에 빠져버렸다. 이 점은 비단 오사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급격한 경제개발을 경험한 한국,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의 많은 도시들이 겪고 있는 비슷한 현상이다. 그는 “오사카가 겪고 있는 이런 쇠퇴와 지역에 대한 편견, 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디자인으로 극복하고 이 고민을 다른 도시의 디자이너들과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 오사카에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으로 도시를 부흥시키기 위해 대규모 디자인 페어를 연다거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든가 하는 노력은 분명 중요하다. ‘오사카 디자인 팩’은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도쿄 디자이너스 블록’처럼 볼거리가 많고, 예산이 많아 규모가 크거나 화려했던 행사는 분명 아니었다. 또 쇠락해가는 도시 스페인의 빌바오를 특급 명소로 만든 구겐하임 뮤지엄 같은 화려한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요, 디자인 문화도시로 거듭났다는 식의 드라마틱한 수식을 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오사카는 유명 디자이너들과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산토리 디자인 미술관 등 훌륭한 디자인 자산을 이미 많이 갖추고 있다. 이 부분에는 오해가 없길. 그러나 ‘오사카 디자인 팩’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사카라는 도시가 당면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디자이너, 지역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디자인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현실적인 노력의 시작이다.오사카가 시작한 그 고민이 매우 의미 있는 것이고, 같은 고민을 안고 있을 동아시아의 다른 도시들 역시 공유해야 할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인터뷰 | 스가야 토미오 오사카 시티 뮤지엄 큐레이터
“오사카가 앓고 있는 병을 디자인으로 치료하고 싶었다”

‘오사카 디자인 팩’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오사카가 인형극, 오사카 성등 전통적인 유산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현대적인 디자인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동아시아 디자이너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또한 디자인은 상품을 팔기위한 것이지만 사회 구성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어떤 지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를통해 아시아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랐다.

최근 디자인을 통해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려는 곳이 늘고 있는데, 그런 취지를 갖고 있나?
그런 거창한 명목보다는 먼저 도쿄에 일거리가 더 많아도 오사카를 떠나지 않는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계속 이곳에 머물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본 제품 디자인의 대부인 도시유키 기타와 안도 타다오도 오사카에 근거지를 두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오사카는 지나친 산업화로 인한 공해라든가 경제적 쇠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해본 도시로 그 경험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노력했으면 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디자이너를 선발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한국과 오사카, 홍콩, 일본 등지에서 활동하는 영 디자이너들 위주로 선발했으며, 유명세 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해당 나라를 방문해 미팅을한 후에 선발했다.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에게도 해외에서 전시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픽 디자인전의 경우 제작한 포스터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반응은 어떠했나?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그 자체로 생활 속에 녹아드는 것이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관람용이 아닌 실제 마을에서 쓰일 수 있는 포스터를 만들고 싶었다. 축제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는 그시기에 다 소진되었고 ‘No parking’ 같은 캠페인용 포스터는 아직도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의 동물적 감각에 놀랐다. 문화와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염색체가 반응하는 고유의 감성이라고나 할까, 각국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단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음에도 일본인들에게 호소력 강한 이러한 포스터가 나왔다는 데 놀랐다.


Share +
바이라인 : 전은경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0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